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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y 31. 2017

모카 다방, 책방 그리고 사진관

브랜디드 콘텐츠

인스턴트커피, 위기를 맞다.


커피프림설탕이 둘둘둘 들어간 다방커피의 시크릿 레시피를 담은 믹스커피가 나온 이후,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고 깊은 풍미의 커피맛을 내세운 맥심 모카커피는 국민 커피믹스가 되었다. 지금 우리 집 찬장에도 있고 달달한 커피가 당길 때 한 번씩 마시곤 하는 게 바로 맥심 모카골드다. 회사 사무실, 식당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노란 스틱형 믹스 커피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 같은 존재다.


그런데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인스턴트커피시장이 위기라는데에서 맥심 모카커피의 고민은 깊어진 듯하다. 커피 특유의 효능과 풍미에서 이미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에 비교할 바가 안되고 편리함에서도 캡슐커피나 원두를 갈아 만든 형태의 스틱 제품이 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모카골드 커피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그 사실은 잘 만들어진 마케팅 캠페인으로 좀 더 명확하게 확인이 되었다. 바로 모카골드 커피의 팝업스토어 캠페인이 그것이다. 맥심 모카골드는 2015년 제주의 모카 다방, 2016년 성수동의 모카 책방, 2017년 부산의 모카 사진관으로 이어지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어쩌면 <윤 식당>의 영감을 준 캠페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주, 성수동, 부산이라는 곳이 가지는 이미지는 젊은 감성을 자극하며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공연 이벤트 등의 친근한 접근방식이 모카골드의 친숙함과 잘 매치가 되었다. 


모카 다방, 책방 그리고 사진관에서 우리의 일상이 좀 더 특별해지다.


첫 번째 팝업 스토어인 모카 다방은 제주의 바닷가 작은 카페를 빌려 만들었다. 또박또박 적은듯한 한글간판과 샛노랑의 브랜드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며 친숙한 모카골드 커피를 테마로 아기자기한 동네 카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쩌면 카페인을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마시도록 고안된, 그것도 설탕과 프림으로 커피 본연의 맛을 한참 희석시킨 인스턴트커피가 본격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카페의 모습으로 팝업 스토어로 시작한 것은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메뉴는 오직 맥심 모카골드 믹스로 만드는 진하게, 보통, 연하게  세 가지. 100ml 용량에 최적화된 제품에 맞게 머그컵도 자그마한 노란 컵으로 준비했다. 컵뿐만 아니라 의자, 스탠드, 스쿠터 등도 모두 노랑으로 깔맞춤은 기본이다. 손님들과 커피를 마시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뒤뜰에서 뮤지션과 공연을 함께 하는 이벤트가 열린 모카 다방은 원래의 다른 카페로 돌아와 운영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두 번째 팝업 스토어는 책방이었다. 모카 책방은 최근 오랜 공장식의 높은 건물들을 개조해 만든 카페 등이 유명해지면서 핫플레이스가 된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앞선 모카 다방에서 모카골드 커피의 1차원의 커피에 중점을 두고 카페에서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든 것에 의를 두었다면 모카 책방은 커피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커피와 함께 하는 감성, 특별한 경험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황정민이 직접 헌책방을 들러 판매할 책을 고르고 시집을 읽고 손님들에게 책을 권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는 자연스럽게 향과 맛 그리고 노랑의 산뜻한 색으로 손님들의 책과의 특별한 경험을 수놓도록 세련되게 물러서 있었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모카 사진관은 부산에 자리 잡았다. 앞의 두 공간보다 규모가 제법 공간이 크다. 카페를 병행하는 1층에는 사진기가 전시되어 있고 2,3층에는 사진관의 콘셉트에 맞게 셀프 촬영, 전문가가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이벤트를 준비해 두었다. 옥상에서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뷰에 사각 사진 프레임을 설치하고 사진관 한편에 즉석 사진기를 비치하거나 손님들의 사진을 개시한 공간이 준비되었다. 이전보다 상호작용 가능성이 늘어났고 보다 콘텐츠가 풍성해진 것이다. 단순히 방문하는 손님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 보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모카 사진관에서의 경험을 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별한 경험으로 특별한 브랜드로 바꾸어 놓았다. 


다방-책방-사진관으로 이어지는 맥심 모카골드의 팝업스토어는 노랑의 브랜드 색상과 같은 글씨체를 사용하고 커피잔, 책, 필름의 모습으로 직관적인 간판을 달아 연속성을 만들었다. 우선 다방에서는 커피의 맛과 향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1차원적인 팝업 스토어가 일상의 생필품이 아닌 특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책방은 개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는 책들과의 만남을 통해 맛이나 효능의 커피가 아닌 휴식과 감성이라는 2차원적 이미지로 매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리고 사진관을 통해 고객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을 펼쳐놓아 마침내 그들의 기억에 모카골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아로새길 수 있었다. 


모카골드의 팝업스토어들은 일종의 브랜디드 콘텐츠다. 광고라기보다는 경험에 특화된,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독창적 콘텐츠나 통합된 콘텐츠 제작물인 것이다. 작은 공간을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전략적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그 소구 가치를 차원을 높여가며 점층적으로 어필한 시리즈라 그 효과가 더욱 커진 것은 아닌가 싶다. 노랑이라는 색깔을 집요하게 활용하면서 그 발랄함과 일상의 특별함을 어필하는, 그래서 카누 커피의 진짜 원두 맛과 향이나 루카스 라인라떼의 리얼 거품으로 현혹된 고객들에게 '그래도 맥심 모카 믹스지'라는 말을 꺼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똑똑한 캠페인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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