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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31. 2017

작은 가게, 사회성이 필요해(3)  

Collaboration: 변신은 무죄

콜라보레이션은 화학적 결합이다.


콜라보레이션은 두개 이상이 만나 시너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네트워크가 공통된 지점을 통해 연결된 다중 연합이라면 콜라보레이션은 다른 속성에 방점을 두고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콜라보레이션 결과로 만들어진 이 낯설고 새로운 이미지는 두 브랜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익숙한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두 브랜드 서로의 고객을 끌어들임으로서 새로운 타깃을 확보하는 가능성을 만든다. 그래서 성숙한 브랜드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은 차별성과 희소성을 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윈윈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공간과 공간 혹은 공간과 그밖의 다른 것들에도 적용 가능하다. 문화공간이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었다면 그 속에는 스토리가 있고 함께하는 팬들이 있으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벤트가 반복되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공간, 반복해서 구매할 수가 없는 같은 문화상품들은 단골들을 더 이상 붙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전혀 다른 것과 섞여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일 수 있는, 그러므로 기존의 것을 비틀고 낯설게 만드는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결과물로 만들어진 상품은 차별성과 희소성을 가지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콜라보레이션을 표현할 때, 곱하기를 넣어 표현한다. 그만큼 큰 반향을 만들어 낼 수도 그만큼의 리스크를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흔히 콜라보레이션을 표현할 때, 두 브랜드 사이에 곱하기를 넣어 표현한다.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는 큰 변화를 의미하고 그만큼 큰 반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편, 그만큼의 리스크를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비슷한 것보다는 색다른 것과의 교접을 시도하는 것이 낯설고 신선함을 주는 비결이 될 수 있지만, 정 반대의 취향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의 결합은 위험하다. 서로를 배척할 수 있고 그만큼 콜라보레이션이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재미나 신선함 뒤에 얻을 수 있는 것,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SPA 브랜드인 H&M이 럭셔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고급화와 대중화의 결합으로 키치함을 드러내며 호응을 얻었고, 현대카드는 공연, 전시 등의 이벤트와 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창조적 이미지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대림 미술관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뿐만 아니라 주류, 패션, 화장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행사를 기획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던킨도너츠와 모나미153의 콜라보레이션



문화공간이 콜라보레이션하는 형태는 주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예술가의 독특한 표현기법이나 대표 상징, 주제의식 등이 공간의 컨셉, 이미지와 맞물려 공간의 전시와 이벤트에 딱 들어맞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간의 성격을 그대로 재해석하여 협업한 프로젝트는 기존의 공간과 또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이동할 수 없는 물리적 공간이 전혀 새로운 곳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 외에 제품을 주제로 한 문화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호텔룸에서 전시를 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용도와 전혀 다른 쓰임의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도 진행 가능하다. 또한 공간은 미디어로 작용하므로 기존에 담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것을 담아내는 방식과 반대로 공간이 가진 이미지를 대상화시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진행했던 콜라보레이션도 예술가들과의 협업이었다. 공간의 오픈을 위한 초대 전시로 신진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에 새로운 로고인 오픈 케이지의 ‘열린 새장’ 이미지를 활용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공간의 오픈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신진 아티스트들의 세상 밖으로의 활공의 이미지가 겹친다. 참여한 작가들의 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개성 있는 해석이 많은 호응을 받았던 

전시였다. 


열린 새장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여섯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전시 후기: http://ritachang.tistory.com/232)



 위 왼쪽부터 권아리, 지성은, 이현지, 권지혜, 최현주, 박목영 



공간이 가진 상징과 이미지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었고, 그들의 방식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떠나간 새를 바라보는 남겨진 새장이거나 생명력을 표현해 내거나 새의 날개와 알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그릇이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만큼의 이미지들이 공간에게 더 생겨난 셈이다. 열린 새장은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공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공간에 방문하여 공간의 특성을 확인하고 공간의 가구와 벽면을 고려하여 만들어 낸 작품들이라 그 아우라가 더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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