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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Dec 01. 2019

다시 머리숱이 늘었다.

청춘을 정의할수 있을까

 처녀 시절엔 고무줄 두바퀴도 겨우 돌려야 머리를 묶을 수 있었고, 단발로 자르면 눕혀놓은 3자 모양 헤어스타일이 될만큼 숱이 어마어마했다. 모처럼 미용실에서 염색할때나 파마할 때는 꼭 시간과 비용이 두배씩 걸리고는 했었다. 


이제는 셀카를 찍으면 이마라인부터 사진을 잘라 찍고는 한다. 아이를 낳고 돌즈음 부터 머리가 빠진다고 하더니 정말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가르마를 타면 너무 휑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아이낳으면 그런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바심이 생기더니 샴푸도 바꾸고 머리빗질도 좀 하기 시작했다.


 노력이 가상해서인지 어째 요즘 머리숱이 좀 늘어난 기분이다. 그것만으로 일단 괜찮다.

 

 아니면 스트레스가 컸던 일을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한 일에 적응이 조금씩 되었고 몇년을 지긋지긋했던 숙제하나를 마무리한 이후라서 이 새롭게 올라오는 짧은 머리카락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건강하고 젊고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더 감동이다. 회춘까지는 아닐지라도 어째 휴식기를 지난 현역이 된 느낌이랄까.


 어쩌면 청춘이라는게 흔들렸던 마음을 추스르고 그 것을 통해 새로움을 얻어내는 것이라 정의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당연하고 그것으로 마음이 요동치는 것도 당연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평온한 나로 되돌아 오는 것에 대한 사명을 가지는 것.


 머리숱하나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습지만 요즘 나는 진지하게 이 청춘과 책임있는 젊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 더 나를 챙겨보려고 한다. 손놓고 있던 것들을 들춰내고 잊고 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면 아마 나중에는 머리숱쯤이야 연연하지 않아도되는 정말 멋진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어제는 20년 전 아이돌이 나와서 제법 완벽하게 그시절 히트곡을 소환하더만. 뭐 나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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