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효진 Mar 05. 2020

초콜릿 맛을 알게 된 아이

처음하는 육아의 달콤쌉싸름한 맛

사실 아이는 돌도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스스로 간 적이 없으니 맡겨졌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건 일년남짓 접어둔 공부도 해야겠고, 나름 사회생활도 해야겠고 해서 벼르고 벼른 일이었다. 첫  에는 분신같던 아이와 떨어져 고작 몇 백미터 떨어지지 않은 동네 카페에서 브런치북 공모 글을 끄적이기도 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두 번의 해가 바뀌는 동안 또래 친구들과 그대로 반을 올라가면서 눈병이 도진 지난 여름을 빼고는 거진 개근을 했었다.


이번주 월요일, 아이는 세번째 어린이집에 갔다. 이사를 오면서 잠시 옮겼던 두번째 어린이집을 세 달만에 졸업하고 연령이 좀 더 있는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규모가 크고 선생님도 아이도 많은 어린이집인데 처음으로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두번째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니 금새 적응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떼를 부리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아이에게 과자 세가지 고르라고 선심을 썼다. 신이나서 고르는 아이템은 젤리하나 초콜릿 하나 손가락에 끼워 먹는 과자 하나에 막대사탕하나를 몰래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작년만해도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는 이제는 금새 잘도 먹는다. 그 쌉싸레한 맛을 알만큼 아이는 자랐고,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버려서 어떤 을 할 때는 항상 의견을 물어야 하거나 설득을 하거나 조목조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나도 가끔씩 ABC초콜릿 비닐껍질을 후루룩 앞니로 풀어 먹곤한다. 입안에서 녹는 그 몇초의 시간동안이나마 나의 고된 스트레스를 녹여낼 것과 풀리지 않는 일을 풀어낼 수 있는 힘을 얻어보자는 심산이었는데.


혹시 아이는 나와 같은 이유로 이 초콜릿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기존 아이들의 텃새나 새 선생님들과의 어색함이나 코로나로 어수선한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영문도 모르고 또다시 전혀 새로운 곳으로 덩그러니 내려놓아진 지금이 얼마나 힘이 들까. 너무 밝아서 애처로울만큼의 모습으로 퇴근길 엄마로 달려드는 아이를 보면서 내 속에서 씁쓸한 단내가 올라왔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매거진의 이전글 이태리에서 날아온 내 가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