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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Feb 23. 2020

이태리에서 날아온 내 가방

삶을 지켜내는 무기, 명품에 대하여

거금을 들여 이태리 소가죽 토트백 하나를 마련했다. 꽤 오래전부터 나의 모바일 인터넷의 구글광고로 따라붙었고, 나는 애써 피하지 않았으며 해외무료배송에 매일 환율이 적용되어 몇달러씩 변동하는 그 가방을 기웃거리면서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행복했다.


한국 어디엔가에서 자기네 홈페이지에 기웃거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작전을 바꾸어 겨울 할인 코드 광고를 끈질기게 노출시키더니 결국에는 걸려들고 았다. 무려 20%할인이 되는 할인코드를 입력하니 연말정산 환급금이 들어오면 어느정도 무마가 될만한, 꽤 좋은 가격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고 보니 지구 반대쪽에서 날아들 나의 '아가'를 더 빨리 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그 가방을 들고 있으면 몇년은 기분좋게 나의 추억과 경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흘만에 가방이 도착했고 정성스러운 포장 안에는 브랜드 스토리가 적힌 편지가 한통 들어있었다. 공동 창업자 사진에 자필 사인이 들어간 편지에서는 살뜰한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브랜드 경험에서 그들 오랜 시간 끈질기게 내가 제품을 구입하기를 기다려주었으며 마침내 내린 결정에 고마워 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명품을 사랑하는가. 단순히 제품의 품질이나 독창적인 디자인과 같은 것 뿐만 아니라 그 명품이 가진 이야기와 경험하는 순간에 위로받거나 만족하게 되는 어떤 지점이 있어서 아닐까. 귀하게 대접받는 경험, 좋은 안목을 가진 후원인이 된다는 경험, 멋진 경험을 항상 떠올릴만한 일상으로 내 추억을 그 물건이 함께한다는 경험. 그래서 명품을 갖는다는 것은 내 삶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 줄 듬직한 무기하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렇게 하나의 무기를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이 가방과 하는 일상에서 당분간은 흐뭇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작은 걱정이 생겼다. 만약 이 무기들이 자꾸만 갖고싶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명장이 무기를 탓하지 않듯이 잘 사는 사람은 삶의 활력을 명품에서 자꾸 찾아서는 안된다. 자꾸 이런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내 삶이 아주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자꾸 명품을 사려고 드는 시간이 온다면 당장 자기 삶을 냉철하고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한다는 신호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과연, 이 가방은 나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지탱하게 해줄 좋은 무기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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