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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28. 2020

이어폰은 좀그래도 마스크는 괜찮지

회사생활 중 마스크의 순기능

평상시라도 요즘은 황사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때지만 감염병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으면 민폐끼치는 사람으로 찍힌다. 황사나 미세먼지 문제로 교통표지판이나 날씨예보에도 빠지지 않고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하는 한국에서 마스크는 몇년전부터 홈쇼핑에서도 날개돋힌듯 팔리는 제품이 되었기에 난리통을 거치는 그 어느나라보다 마스크를 사는 것이나 쓰는 것에도 한국사람들은 단합이 잘 된다.


미세한 입자의 투과를 막는 정도에 따라 숫자가 붙는 마스크는 정전기를 발생시켜 그 입자들을 통과하지 못하게 붙들어 잡는다고 한다. 그래서 재활용을 하기에는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루에 1-2천원씩 매일 쓰자니 그것도 부담이고 쓰지 않자니 불안하고... 궁여직책으로 덴탈마스크나 면마스크등으로라도 챙겨써 쓰게 되었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의 기침이나 주변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고 또 나의 바이러스를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도록 신경쓴다는 신호가 되는 마스크는 우리에게는 예의로 통한다.


반면 외국의 경우, 마스크를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마스크는 정말 아픈사람들이 착용하는 것으로 예방이나 방지 차원의 착용은 괜스레 의심을 받을 여지가 크게 본다. 예전 유명 뇌과학자 교수가 일본의 헬로키티가 서양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로 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입을 통해 표정이나 언어의 뉘앙스를 읽어 의사소통하는 비중이 큰 서양의 경우 입을 가린다는 것은 불통을 의미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는 의도로 불쾌하게 받아드릴 수 있다고 하였다. 동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표정에 많은 것을 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반응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어찌저찌해서 마스크를 구해놓고 매일 쓰다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입뿐만 아니라 눈 아래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감싸며 가리고 있으니 상대방의 표정이 잘 읽을 수 없다. 단지 목소리와 눈으로만 뉘앙스를 짐작하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가까이 오래 마주하지 않고 조심하기에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대면하면서도 최소한의 필요한 대화만 하게 되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썼다고 불쾌해 하는 손님은 이제 없으니 그들의 진상 액션에도 기꺼이 입을 찌뿌려 속으로 욕을 한들 모를테니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사람을 응대해야 하는 것은 단지 물건을 파는 매장 직원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동료와 상사와 업무상 접촉이 많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최소한 시간동안 회의나 보고를 진행하면서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서양만큼은 아니지만 썩 기분나쁜 말에 표정이 변하지 않기는 힘이 들고 또 그런 표정을 보였다고 2차로 혼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의무처럼 된 지금 시기엔 다행처럼 보인다.


불필요한 대화가 줄어들고 상사와 불편한 동료와의 접촉을 줄이면서 필요한 업무를 집중하여 정해진 시간안에 적정한 완성도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상사의 언짢은 말투나 명분없는 질책과 자잘하게 끼어드는 잡무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마스크 안에서 잘근잘근 쪼개어 해소할 수 있도록 마스크 속으로 나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지경이다.


어른이라서, 사회인이라서 언짢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서 조금은 해방된 기분을 만끽하는 대신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좀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작은 목소리로 오늘의 할일을 중얼거리고 요점만 간단히 전달하는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을 찾아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보았다.


이어폰을 낀채 일을 하는 동료가 아쉬운 것은, 귀닫고 자기일만 하겠다는 이기심으로 읽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입을 가리고 일을 한다는 것은 귀를 열어두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지언정 불필요한 말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일잘하고 과묵한 동료로 보일 수 있는 순기능이 생긴다.


오늘 마스크를 쓸거면서도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내 모습에 흠찟했다. 생각해보니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다잡는 하나의 의식처럼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쓸데 없는 말 하지 않아서 좋고, 쓸데없는 군것질 막아줘서 좋고.

사실 좋은 사람들은 말 안하고 눈짓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재미가 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불편한 이들과의 불필요한 대화를 줄이는 것은 마스크의 장점일 수 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입맞추고 맛있는 음식 왁자지껄 함께 나누어 먹는 흥이 눌러지지는 않을테니

조만간 이 마스크맨들이 추억으로 돌아가기를 바래본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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