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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Sep 02. 2020

최애를 갖는다는 것

아이돌앓이와 현생의 조화

분명 아이돌 1세대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나름 단련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이돌에 빠진 이유가 뭘까. 나이차이를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내 학창시절 아직 세상 빛도 안본 아이돌의 짧은 움짤에도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게 누가볼까 무서울 정도다. 덕질을 문화연구로 BTS현상으로까지 풀어내는 연구도 나오지만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분명 우리때에도 사생팬이 존재했고 그 시절에도 PC통신이니 인터넷이니 커뮤니티가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의 그중에서도 최애를 파는 친구들이 좀 있었다. 필통에는 온통 그 아이돌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고 때로는 공개방송간다고 수업을 재껴버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당시엔 그런 것들도 엄청난 일탈로 생각했기에 아이돌에 열광하는 친구들이 철없고 대책없어 보였다. 

그런데 잠들기 전 일어나자마자 최애 아이돌의 기사를 찾아보거나 스타갤러리에 올라온 편집물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뭐하고 있는 건가'싶기도 하다가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가있고 그런 실정이다. 게다가 요즘은 덕질하기에 최적화 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스타-팬 소통 전용 SNS 라이브로 공간제약없이 그들의 실시간 일상을 나눌 수 도 있고, sns를 통해 on-off의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으며, 데뷔초부터 최근까지의 영상이 유투브에 쌓여있고 그들 중에서 최애들만 골라서 직캠영상을 뿌리거나 그것들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구석을 편집한 콘텐츠가 자꾸자꾸 나오고 있다. 그러다가 최애가 광고하는 상품 광고가 나오면 스킵하지 못하고 관련 기사가 나오면 댓글까지는 못달아도 좋아요는 누르고 마는 수준에 왔다. 이러다가 기왕이면 최애가 광고하는 상품을 살것이며 나중에는 콘서트는 못가도 온라인 콘서트는 결재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밀려온다.  

 

 도대체 왜이럴까. 


왜 아이돌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최애에 마음을 쏟게 되는 걸까. 대개는 10대 중후반부터 2-3년 길게는 7-8년 연습생기간을 거쳐 데뷔한 그들에게는 아이돌생활이 삶이자 직업이자 미래다. 춤이나 노래 작곡, 연주실력 때로는 외국어까지 섭렵하는 긴 시간의 노력은 내가 고3때 했던 노력보다 치열하고 힘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한가지 꿈에 매달려온 그들이고 데뷔까지 하고 어느정도 인지도까지 생긴 그룹이라면 그 노력의 정도는 더 크겠지. 


사람들은 평범하고 어린 아이들이 전문성을 갖춰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매료된듯하다. 내가 한 가지 일을 준비만하는 것에 3년이상 쏟은 적이 있던가. 그들만큼 크고 넓은 무대에서 제 집마냥 뛰어다닐 배포가 있었던가. 하루에도 몇가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늘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마 김연아를 좋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지만 동경하게 되는 때로는 존경하게 되는 것이 아이돌이 아닐까 싶다. 


내 최애는 춤이나 노래에서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매력은 팀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처음에는 빛나는 외모였다가 나중에는 뭐든지 해내겠다는 의지를 볼 때 더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비록 부족하지만 이미 데뷔때보다 훨씬 성장해왔다는 걸 증명했고 더 성장할 거라는 기대가 확신처럼 보이는 단단함이, 그래서 더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 매력이 커지는 것 같다. 


연예인이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 그들은 우상이면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노동으로 수많은 백조의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것. 그 발길질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물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팬들의 심정이 아닌가 싶다. 


봤던 영상 다시 보는 이 시간들이 허무하지 않게 내 현생 챙겨가며 살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좀 힘들 것 같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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