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평범한 여자는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2023년 기준 83.6세이다. 하루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2024년 기준으로 약 496만 원, 가구당 평균 자산은 약 5억 4,770만 원이다.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알면서도 가끔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기대 수명을 고려하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데, 평균 소득과 자산을 보며 자주 허탈해지곤 한다.
40대 기혼 여성으로서 이런 통계를 마주하면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한때 잘 나가던 그 청춘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과거의 생기는 이제 추억 속에만 머무는 것 같다.
평범함이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스물여덟 살이면 결혼할 줄 알았지만 서른셋에 결혼하고 서른다섯에 아이를 낳았다. 공대를 나왔으니 취업이 잘될 거라 기대했지만,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학원 강사가 되었다. 스물아홉에는 적금으로 8천만 원을 모으고 투자를 고민했었다. 한때 경기도 외곽의 낡은 아파트를 매입하려다 망설였고, 그 아파트는 이후 4억 원까지 올랐다.
만약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에 더 매달렸거나, 결혼을 더 일찍 했다면, 투자 기회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다 지나간 일임을 알면서도 종종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다른 길을 걸어오다 보니 마흔을 훌쩍 넘겼다. 뒤늦게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 도 닦듯 아이를 키우는 중이다. 지금은 과거의 선택들을 아쉬워하기보다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더 많이 생각한다.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엔 나름의 즐거움과 성취가 있었다. 그 당시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 경험들이 엉뚱한 곳에서 도움이 되곤 했다.
학원 강사를 시작으로 일반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가 되었고, 스타트업과 창업을 오가며 강의도 하고 있다. 공대 출신이지만 인문학 박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아이를 돌보며 카페에서 글을 써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문화기획과 공간 운영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도 중견기업에서 상품 기획을 하고, 스타트업에서 여성청결제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남편은 이런 나를 대동강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친구들은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내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한다.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분석하는 시간이 많았다. 때론 성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했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두려움 없이 경험하는 것을 즐겼다.
내 삶을 짧게 요약하자면, 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실행해 온 것이다. 매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중 하나라도 이루었다면 대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누군가는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계획들이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결혼 후에는 주간 식단표, 가족 일정표, 아이 방학 계획표 등으로 확장되며 일상이 조금 더 체계화되었다. 이런 계획들은 평범한 워킹맘의 삶을 가족과의 갈등을 줄이고 만족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어주었다.
이렇게 살아보니, 평범한 여성들이 느끼는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풀어낼 지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성의 행복을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 사회적 역할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물론 내 경험이 모든 여성에게 맞지는 않겠지만, 삶은 재테크, 건강, 다이어트, 육아, 교육 등 하나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재정 관리와 건강, 가정사와 커리어를 균형 있게 해나가야 한다.
결혼한 여성들은 한정된 시간을 좀 더 현명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을 높이고, 가정을 돌보고, 사회적 성취를 추구하는 시간을 잘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육아를 하는 엄마들도 한때 빛나던 소녀로서의 반짝임을 되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시간을 늘려서라도 하루를 더 풍요롭게 쓰는 법을 찾아야 한다. 건강, 사회적 관계, 자존감, 커리어, 시간, 가사, 가족, 재정의 8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삶을 지향하고자 한다.
행복이란 추상적이지만 각자 자신의 주기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이 여성들이 각자의 인생 주기에 맞는 행복을 찾기 위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하루하루의 작은 습관에서 연간 목표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채울 수 있도록 나와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