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갉아먹는 시간.

나로부터 오는 불행.

by 조효진


"하나님, 저는 요즘 힘들어요. 돈 벌기가 왜 이리 어렵죠.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죽도록 미워요. 아빠랑은 툭하면 사이가 나빠지고, 엄마한테는 모진 말만 나와요... 오늘은 심지어 술 먹고 친구랑도 싸웠어요. 그냥 다 싫고, 그중에서 내가 제일 싫어요."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디에나 계시다는 신을 찾아 비틀거렸다. 교회 문턱도 밟지 않으면서 힘들 때만 찾는 진상손님이 따로 없었다. 길가의 가로등은 너무 밝아서, 내 그림자조차 초라해 보였다.


삐리리- 철컥-


"아.. 집이다."

나는 혼자 살았다. 보증금 500에 월세 43만 원인 5평 남짓한 원룸이지만, 처음으로 갖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본집에서 일터까지는 대중교통으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지 지하철만 타도 멀미로 식은땀을 흘리는 탓에 자취를 선택했다. 사실 내 방 하나 없는 집이 지긋해서 도망친 이유도 있었다.


그 공간은 내게 평안이었다. 예쁜 방은 아니었지만 내 눈에는 완벽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교회의 십자가도 든든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돈에 치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의 첫 불행은 돈에 대한 집착이었다. 당시 매장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지분 투자를 권유했다. 주인의식을 가지며 열심히 하라는 의미의 소소한 이벤트였고, 지분율에 비해 금액이 괜찮았기에 나 포함 4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했다. 초반에는 으쌰 으쌰 사기도 오르고 좋다 생각했는데 갈수록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행실과 노력, 성과가 극명히 다른데 같은 수익금액이 나눠지는 게 이유였다.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어서 하루가 다르게 몸이 지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닌 사람들도 있었기에 나는 혼자 안달이 난 거 같아 자꾸만 거슬렸다.


두 번째 불행은 미워하는 마음이었다. 비슷한 연차의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인턴 때부터 알던 사이라 한 매장으로 발령받은 게 든든할 정도였다. 근데 어느 날부터 자꾸만 트러블이 생겼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도 잦았다. 일하는 스타일과 성격이 확연히 다른 탓이었다. 한 없이 그 친구가 미웠고, 그런 마음이 드는 내 자신도 점점 싫어졌다.


세 번째 불행은 음주였다. 일도 힘들고, 마음도 지치니 술이 술을 불렀다. 한 병 두병, 알코올이 구석구석 내 몸을 헤집을 때면 눈물샘을 건드렸는지 슬픔이 흘렀다. 슬픔은 나를 깊은 구렁으로 빠지게 하기 충분했고, 그곳은 지옥이었다. 부모를 슬프게 하는 지옥, 나를 다치게 하는 지옥, 그 못난 행동들이 반복되는 지옥.


평안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둡고 비좁은 방안에 혼자 남아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매일을 넘어지고 상처만 바라보던 내가, 어떤 돌부리에 걸렸는지 제대로 쳐다보는 날이 있었다. 특별한 계기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긴 비탈길에 지쳐 잠시 뒤를 돌아보았고, 그제야 한 껏 쭈그린 내가 보였다.


나는 심적인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지 않았고, 너그럽지 못했다. 자신을 보살피지 않았고, 사랑할 줄 몰랐다. 바보같이 뾰족한 돌부리들을 스스로 올려두고 있었다.


어쩌면,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성숙하지 못한 나를 인정할 줄 알고,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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