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흐르는 시험장.

멘탈 연습이 필요했다.

by 조효진


1교시가 다가오는 시험장 안, 마음이 소란스럽다. 연습을 넉넉히 했어도 불안한 마음에 저려오는 손끝은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었다. 시험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여기저기 서로를 탐색하는 눈동자가 느껴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기다렸지만 반갑지 않은 감독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1교시 커트죠? 5분 뒤 시작할게요."

냉철해 보였다. '왜 저들은 항상 웃어주지 않을까,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이유는 뭘까?'

마음에서 울린 진동이 여전히 손을 타고 전해지고 있었다.


"준비해 주세요, 시-작"


다행히 자신 있는 커트가 출제되고, 빗과 가위를 들어 가발의 첫 시작을 싹둑 잘랐다.

'주룩...' 주인 잃은 피가 손을 타고 흘렀다. 내가 아니길 바랐다. 그저 천장에서 떨어졌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감독관이 내게로 걸어오는 게 느껴지고 이내 책상을 톡톡 쳤다.


"괜찮아요? 계속할 수 있겠어요?"

"아 네네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밴드를 빠르게 감고 문제없음을 어필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몇 개월을 준비했는데 첫 교시, 첫 시작에 손가락을 자르다니. 눈치 없이 자꾸 삐져나오는 피를 슥슥 훔칠 때마다 눈앞도 빨갛게 물들어 가는 듯했다.


"5분 남았습니다."

...

"종료하겠습니다. 머리 위로 손 올려주세요"


내 가발은 어찌어찌 완성된 모습을 갖추었지만 수건은 온전치 못했다. 감독관이 반절이나 피로 젖은 수건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피를 이렇게 흘리면 점수를 줄 수가 없어요."

맞는 말이다. 다치지 않는 것이 실력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누가 자기 머리에 피를 질질 흘리는 미용사를 좋아하겠는가. 안타까운 1교시가 지나고, 머리로는 단념했지만 정신은 걸레짝이 되어 나머지 2,3,4교시를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그 뒤로 또 한 번의 시험에서 떨어지고 세 번째가 되어서야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19년 인생에 처음 느껴보는 기쁨이었다. 세 번이나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다는 미래를 알았다면 첫 위기에 좀 더 태연했을까? 아닐 것이다. 아니, 애초에 삶에 태연할 필요가 없다. 긴장의 상황에서 마땅히 두려워하고, 실패의 비극에서 마땅히 슬퍼하는 게 진정한 행복을 맛볼 준비가 아닐까.


헤어 디자이너로서 삶을 살아보니 매일이 테스트의 연속이었다. 내 앞에 앉은 고객은 열아홉에 시험장에서 만났던 냉혈한과는 견주어 볼 수 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멘탈 연습이 최고다. 강한 정신력은 없던 실력도 끌어올려 주고, 물론 현재의 실력 있는 나에게는 두 배 세배의 완벽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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