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움을 이기는 방법.
나의 첫 현장은 서러웠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헤어숍으로 금, 토 이틀씩 출근할 때의 일이다. 방금까지 교복을 입던 나는, 다시 유니폼이라는 교복을 입었다. 다만 그 모양은 조금 달랐다. 학생 때도 짧게 줄여 입지 않은 치마는 굉장히 짧았고, 한 겨울에도 커피색 스타킹을 신어야만 했다. 두발 제한이 전혀 없는 또 하나의 학교였다.
샴푸도 할 줄 모르는 초보인턴의 할 일은 환경미화, 음료 만들기, 서브보기와 같은 간단한 업무였다. 오래 서있는 탓에 다리가 아팠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눈치 챙겨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인턴 선배들과 디자이너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눈치를 봤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났다. 심지어 나는 직원도 아닌 매주 이틀만 보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들이 정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지 내가 주눅이 들었던 건지, 말과 행동은 가시처럼 다가왔다. 또한 20평 남짓한 공간에서도 파벌이 존재했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까, 그동안 샴푸를 열심히 배워 한동안은 타의로 샴푸실에 콕 박혀있었다. 한 명 끝내고 일으키기가 무섭게 다른 고객이 누웠다. 마음을 더듬어 보면 어둑한 그 공간이 차라리 편할 때가 많았다.
하루는 한 남자 선생님이 짧은 머리 파마 와인딩*을 시켰다. 학원에서 가발에나 해봤지 사람 머리는 최초였다. 내 손에는 기다란 꼬리빗과 땀이 쥐어졌다. 배운 대로 빗질을 하고, 파지*를 올리고 롯드*를 감으려는 찰나 챙그랑 소리와 함께 빗이 떨어졌다. 마치 유리잔이 떨어져 사방에 파편이 튄 듯했다.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고, 새 빗으로 다시 한번 빗질을 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아니었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머리를 맡긴 고객 또한 그럴 것이다. 내 실수 한 번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겠는가. 애석하게 그 뒤로 정확히 6번을 더 떨어뜨렸고, 심장도 함께 지하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쳤다.
"뒤로 빠지세요."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의 표정은 볼 수도 없었다. 창피하고 속상함이 몰아쳤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알았을 테지, '쟤 울겠다.' 나는 그 말에 호응하듯 화장실로 숨었다. 내가 잘하던 걸 못한 게 아니었다. 그냥 경험하지 않았던 걸 못 한 거뿐이었다. 그럼에도 어찌나 서럽던지, 손 틈으로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그 얼굴이 슬퍼서 또 울었다.
"그만 울자 그만."
지난 시험장에서의 나를 회상하며 눈을 부릅떴다.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키고 싶었다. 매장에 들어서니 눈물이 무색하게 평화로웠고, 죄송하다는 내 말에 별일 아니라는 듯 문제점을 알려주셨다.
퇴근길 전철 안. 내 손에는 꼬리빗, 파지, 롯드, 고무줄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무릎위에 손을 올려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에 후루룩 말고 풀고를 반복하니 기분이 한 결 가벼웠다. 한바탕 울었기 때문일까? 강하게 마음먹은 다짐이 통했던 걸까? 둘 다 맞다. 사실은 혼나지 않아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나는 여러 방법으로 성장 중이었다.
와인딩: 모발이 롯드에 말리게 되는 것.
파지 : 파마할 때 사용하는 종이.
롯드 :파마할 때 사용하는 막대모양의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