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은 Jan 24. 2022

겨울나무

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겨울 나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움과 푸르름이 사라진 존재.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런 겨울나무로만 보였다.

겨울이 지나고 곧 봄이 찾아오면 변해갈

나무의 모습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가지만 앙상하게 드러낸 겨울나무가

외면하고픈 나의 모습인 양 

그 모습이 영원할 것만 같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가 다시 보였다.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는 앙상한 가지를 직시하는 겨울나무.

바람에 흔들리며 때론 그림자의 모습을 통해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겨울나무의 우직함이 눈에 보였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것이 사라진 나뭇가지 위로 

노을과 하얀 눈, 때론 찾아오는 새들까지...

다른 존재를 한 아름 품을 수 있는

겨울나무의 넉넉함을 이제야 보았다.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그때,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 시절을 지내며

나 또한 겨울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었기를.

옹색하고 편협해진 것이 아니라

나무의 넉넉함과 의연함을 

조금이나마 닮았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