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by 최정은

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겨울 나무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움과 푸르름이 사라진 존재.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런 겨울나무로만 보였다.

겨울이 지나고 곧 봄이 찾아오면 변해갈

나무의 모습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가지만 앙상하게 드러낸 겨울나무가

외면하고픈 나의 모습인 양

그 모습이 영원할 것만 같아 눈길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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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가 다시 보였다.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는 앙상한 가지를 직시하는 겨울나무.

바람에 흔들리며 때론 그림자의 모습을 통해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겨울나무의 우직함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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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자신의 것이 사라진 나뭇가지 위로

노을과 하얀 눈, 때론 찾아오는 새들까지...

다른 존재를 한 아름 품을 수 있는

겨울나무의 넉넉함을 이제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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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그때,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 시절을 지내며

나 또한 겨울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었기를.

옹색하고 편협해진 것이 아니라

나무의 넉넉함과 의연함을

조금이나마 닮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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