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우리는
요즘 딸내미가 즐겨보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
아이는 드라마에 옆 동네가 나왔다며
나의 산책길에 따라나섰다.
종종 성 밖으로 난 둘레길을 걸으면
만나는 지동 벽화길이
바로 그곳이란다.
이미 행궁동의 카페였던 곳이 남자 주인공의
집인걸 알고 있었지만
여주인공의 집, 골목이 이곳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행궁동은 요즘 핫하다 못해 복잡하다.
행리단 길이라 불리는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의 거리는 주말마다 주차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곳에 남주인공 집이 있다.
종종 지인들과 찾아가던 카페였는데
문을 닫더니 드라마 촬영지가 되었다.
그곳에 비해 행리단 길에서 떨어진 이곳은
조용한 동네 골목이다.
오래된 골목답게 투박하지만,
소란하지 않은 풍경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
이곳을 어찌 알았을까?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여주인공과 잘 어울리는 골목이다.
남주인공이 앉았던 벤치는 없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길을 걷고 있자니
우리 동네 속으로 드라마가 들어온 것인지,
내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것인지
화면 속 인물들에 묘한 친숙함이 생긴다.
드라마의 서사나 인물도 그렇지만
화면 속 우리 동네가 참 예쁘다.
오랜 시절 지내오며 품고 있는 성길의 모양새가
그리고 그곳에 여전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