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나왔다. 사실대로 말해보자!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논리를 내가 실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책을 읽는 순간만 잠시 도취되는 것이 매우 무쓸모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고, 또 두권이나 주위에 선물을 하게 된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정지우 작가는 익히 페이스북을 통해 익숙한 분이었다. 그는 매일의 글쓰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변호사로도 광폭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분이다. 언젠가 그가 주최한 모임에도 참석했고, 그의 글쓰기 모임에도 비용의 문제가 아니었다면 한번쯤 착석했을 법 하니 그는 나와 아주 멀리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게 그는 무척이나 성공한 젊은 작가이자 변호사였다. 거기다 가정도 이루고 아이도 낳으면서 삶의 사적인 부분과 공적인 부분을 골고루 잘 가꿔나가는 대단한 사람이다. 게다가 온라인 세계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각종 매체를 다 할 줄 알고, 최근에는 유투브까지 오픈한, 나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위의 이유로 그의 글은 다정했지만 왠지 나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이 책 역시도 그의 매일의 글쓰기와 다수의 책을 낸 이력에 추가되었다. 최근의 육아 책이 나왔음에도 또 신간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의 생산성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성공만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진심과 진짜, 그리고 치열한 삶의 과정이었다.
그는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보는 화려한 이력 이면에 그도 방황하고 실패하는 시간을 거쳤다. 그는 성공과 실패 대신 과정을 이야기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팟 캐스트를 했고, 아내를 만났다. 변호사 시험에 붙기전 아직 안정이 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웠다. 그는 처음 목표했던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글을 계속 썼고 책을 냈다.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지 못했지만 사유를 갈고 닦았고, 언론인이 되고자 한 시간들을 딛고 다른 종류의 글을 쓸수 있게 되었다.
그는 돈 말고 아주 많은 진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삶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여러 실패를 과정의 동력으로 삼아 삶에서 무기 삼을 수 있는 여러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그가 가진 돈 이상의 가치였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매일 글을 쓰며 자신을 다잡고 매일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사람. 정지우라는 다정하고 치열한 세계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났다.
작가, 문화 평론가, 변호사의 이름표를 가진, 같은 국문과 출신 배경을 가진 나에게 그는 여전히 부러워할만한 이력의 성공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일구어 온 자신이라는 단단하고 진짜인 어떤 세계를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그것이 그가 가진 돈 말고 어떤 것, 자기 자신이라는 진짜 세계였다.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돈이 꼭 필요한데 가장 없다는게 일단 내가 가진 모순이긴 하지만,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해 온 내 공부. 지난한 공부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글쓰는 사람, 상담사라는 정체성. 단지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내가 글쓰는 상담사인채 살아가리란 걸 의심하지는 않는다. 때론 그것이 소명이 되고 때론 자조적인 한숨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인간 차현정은 빈구석도 많고 허약하지만 글쓰는 심리상담사 차현정은 단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뒤쪽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 접속해 보고자 하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언젠가 그가 읽은 책을 내가 서평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인터뷰이가 된다면, 그는 나를 무엇이라 표현할까? 돈이 최고라고 외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아니라며, 빛나는 자신만의 여정을 이어온 한 젊은이가 있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생의 비밀을 조금은 엿볼수 있기에 나는 이 책이 여타의 자기 계발서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