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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현정그레이스 Apr 12. 2024

상담사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당신에게

겪어보니 상담으로 먹고 사는 현실이 쉽지 않습니다.

주식을 하면 급속도로 망하고 상담공부를 하면 천천히 망한다는 오래된 소문이 있다. 이 말은 과연 진실이다. 업계의 이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상담이란 학문은 업계의 진실을 당면하기 전까지는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꽤 매력이 있다.



일단은 마음이 아픈 사람,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상담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을 위해 기웃거리기도 쉬운 직종이다. 교육 대학원만 해도 교과 교사들이 상담 교사가 되겠다며 업종 변경을 위해 다시 대학원에 진입한다.



이제 업계의 허리까지 들어온 내 입장을 말해보라면, 자신을 위한 마음 공부로의 상담 공부는 추천이지만, 직업으로서의 상담은 비추다. 매우 매우 비추다. 그냥 자기 마음 수양한다고 생각하고 대학원 진학해서 스스로를 살필 목적으로만 상담에 진입했으면 좋겠다. 상담으로 밥 벌어 먹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지옥 문이 열린다(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는 매우 불합리한 동네라서 기본이 석사 졸업에 학회 자격증, 국가 자격증을 따야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래서 비싼 대학원 학비와 학회 자격증을 위해 들이는 돈은 무한정인데, 처음 유급 상담을 시작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아니, 최저임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다. 상담이라는 명칭이 붙는 순간 무급에도 경력을 쌓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업계는 이 진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노동력을 무급으로 부려 먹으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도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로 가고 싶지만, 박사 공부가 나의 수입을 보장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 박사와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을 따더라도 수입이 어떨지는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왔다. 상담 업계는 박사도 발에 채이고, 이제 양 학회 전문가(수퍼바이저)들의 수도 과거와 달리 매우 많아졌다. 경쟁구도다.



그에 비해 상담교사는 직업으로의 돈벌이를 가능하게 하는 몇 안 되는 선택지다. 일단 임용을 통과해야 하지만 교사가 된다면 호봉이 오른다. 정확히는 상담사라서 받는 월급이라기 보다는 '교사'라는 직종이 주는 임금적 안정성이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돈을 벌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타협점이었다.



상담 업계는 외부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좋게는 도제방식의 수련과정, 조금 적나라하게는 피라미드형 구조의 내수 시장으로 돌아간다. 초심 상담자가 갈 수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건강가정센터, 학생상담센터는 (200만 원~250만 원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덤이다.



석사를 졸업하고 학회 수련을 받으면서 무수한 돈을 들인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잘난 대학교 학생 상담사라는 명칭 하나 단 차이다. 우선 나 자신을 돕고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은 생존 앞에서 흐릿해진다. 그럼에도 상담 공부를 해보겠다고 해마다 사람들은 쏟아져 들어온다. 실은 우리나라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되겠다.



내가 학회 수련과 상담사로서의 자기 발전을 위해 상담학회(상담심리학회)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받으면 적어도 1회기 10만 원은 내야 한다. 이 금액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상담의 가치를 모르는 일반인이 쉽게 지불할 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래서 학회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내담자 경험을 할 때 (수련 인증을 받으며)이 금액이 지불된다.



일반인들은 바우처 등을 통하지 않으면 쉽사리 상담에 이런 큰 금액을 지불하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상담자는 직업 시장에서는 최저 임금을 받게 되고, 상담센터를 차려 사업가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자기 상담의 대가를 제대로 받기 힘든 구조다. 상담으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든 이유다. 내담자가 지불하는 금액은 부담스러운데, 상담사가 월급이나 사업으로 받는 금액은 많지 않은 아이러니다.



최근 나는 상담사이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석사를 하나 더 하러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평균 10:1의 경쟁률을 뚫고 배운 과목 그대로 다시 배우기 위해 가방끈을 늘인다. 석사 졸업 이후 바로 박사에 진학하고 싶었던 마음마저 접어가며 한 선택이다. 정확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기보다, 상담으로 먹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상담은 참 매력적인 학문이다. 재정적으로 망하기 쉬운 구조인 게 이제 알려질 만큼 알려졌는데도 상담을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누군가 상담을 공부하겠다면, 나는 직업으로 말고 마음공부 정도 하라고 권하고 싶다.



굳이 상담사가 되고 싶다면 상담사로서 수익을 내기 힘든 이 생태계를 알고 선택하길 조언한다(나는 이 현실을 모른 채 진입했고, 이미 매몰비용이 너무 커진 상황이라 끝까지 가고 있...). 상담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고 열망하는 순간 불합리한 업계의 진실과 마주할 거다. 그리고 돈을 벌기 전에 돈을 아주 많이 써야 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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