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루셀에서 당했던 소매치기
Midex Airlines에서 일했던 시절, 조종사 정기교육(Recurrent Training)을 위해 벨기에 브루셀의 CAE 훈련센터에 자주 갔었다. 시뮬레이터 훈련인 Recurrent Training은 매년 상반기에 한 번, 후반기에 한 번, 그러니까 1년에 두 번 해야 하는 건데 프랑스 오르리(Orly)로 갔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다 브루쉘로 갔던 듯 하다.
숙소는 갈 때마다 바뀌곤 했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브루셀 공항 근처의 호텔에 머물렀다.
시뮬레이터 첫째날 훈련을 마친 후 브루셀 시내 구경을 가기로 했다.. 일행에게 물어보니 피곤하다고 다들 쉬겠단다. 그래서 혼자 호텔 근처에서 열차를 타고 브루셀 북역(North Station)에 내려 오줌 누는 꼬마도 보고, 그 시내 광장도 들리고, 그 근처에서 홍합요리도 잘 먹고(이날도 일본인들과 합석을 했다. 여행을 다니면 한국인보다 일본인들과 친해지더라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 북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관광객이 꽤 많은 거리를 사진기 메고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왠 청년이 나타나 나보고 뭐라뭐라고 한다.. 아마 일본어 였던 듯 했다.
내가 잘 못알아들으니, 어디서 왔냔다.. 코레아라고 했더니 자기가 태권도를 할 줄 안다며 태권도 태권도 그런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게 맞냐고 나한테 봐달란다. 거리에서..
야, 그것보다 이렇게 하는게 나아 라고 일러주고 그 친구랑 좀 더 얘기를 하곤 헤어졌다..
그리곤 북역에 도착해 열차표를 사려고 청바지 뒷주머니를 더듬었는데 아뿔싸... 지갑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네.. ㅠㅠㅠ
아까 그 집시 청년한테 일행이 있었던 느낌이었는데 그 개스끼들이 소매치기해간게 틀림없어 보였다..
한 놈은 나에게 말을 시키고, 다른 한 놈은 주머니를 슬쩍...
하늘이 캄캄했다.. 거기엔 신용카드도 들어 있건만.. 지금 당장 숙소로 갈 돈도 없고. 주머니를 털어보니 동전 몇 개가 나왔다.
일단, 열차에 올랐다... 열차가 출발했고..
얼마 후 차장이 오더니 열차표를 보여 달란다. 에고고... 차장에게 사정 설명을 했다.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 개를 다 꺼내, 소매치기 당한 후 이게 내가 갖고 있는 돈의 전부 다라고..
차장은, 그 동전들을 받더니 무임승차는 할 수 없고, 대신 그 동전액수만큼의 열차표를 끊어 줄테니 그걸 갖고 있으면 된다라고 한다... 땡큐 땡큐~~
덕택에 호텔에 잘 도착했다..
이제 신한은행에 연락해 신용카드 분실을 신고해야 하는데, 이 호텔은 인터넷이 유료였다. 그 전날 체크인 했을 때 인터넷을 구입하지 않았었고 필요할 땐 거리의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의 무료 와이파이를 쓸 상황이 아니라 호텔 직원에게 부탁했다.. 소매치기를 당해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돈이 하나도 없다. 도와주라고 했더니 당연히 인터넷 이용권을 준다.. 고마워라~
신한은행에 연락해 신고했고..
불행중 다행이라고, 지갑 안엔 그리 중요한건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브루쉘의 소매치기가 엄청 유명한 걸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글이 있더구만..
그 개스끼들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브루쉘의 CAE 앞에서 찰칵..
내 옆은 요르단인 기장. 이름이 자키인가 뭔가 그랬지 나랑 동갑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비행을 참 못했다. 우리회사 사장님인 미덱스 닥터가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자기를 총애한다고 느끼던 좀 쳐지는 애..
미국 항공사에서 일하던 시절, 요르단 집에 오갈 때 이스라엘 항공 El Al에 Jump Seat으로 타고 다녔다고 침이 마르게 얘기하곤 했다.. 들 떨어진 애 같이..
가운데가 대빵인 교관 칼로스 델프(Carlos DELP)기장..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기관사 교관 필 루쎄로(Phil Lucero) 일을 참 잘하는분였다.. 맨 오른쪽은 기관사 펠릭스 칸두(Felix Candu). 펠릭스도 교관였지 ]
[호텔 근처의 피자집에서.. 대장이 피자 먹자라고 그러면, 이 미국인들도 그렇자라며 같은 음식을 주문하곤 했다.. ]
[홍합으로 유명한 식당]
[열차]
[언젠가 브루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일행.. 왼쪽 부터, 미국인 기장 알(Al), 내 친구 샘(지금은 Saudia에 근무 중), 그리고 기관사 올랜도 갈시아(Orlando GARCIA). 콜롬비아 출신이었고..
[함께 들렀던 식당.. 감자를 엄청 잘 튀기는 주인장에게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