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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Sep 14. 2021

천사를 보았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헤브론 병원

몇 년 전 캄보디아 프놈펜에 살 때 썼었던 글. 


며칠 전 프놈펜의 헤브론 병원엘 다녀왔다.

지난 몇 번간의 검사에서 간 수치(AST)가 기준치를 조금 넘어(44, 기준: ~40) 신경이 쓰였었는데 변화가 있는지 궁금했고, 또한 신장결석이 계속 있는지 검사하고 싶어서였다.


헤브론 병원은 한국, 캐나다, 미국의 기독교 쪽에서 의료선교를 위해 설립한 곳으로 한국인 의사들과 현지인 의사들이 진료하고 있다.


프놈펜 공항 근처로 알고 있어 구글맵을 보며 헤브론 병원을 찾아가는데, 꽤나 어려웠다.. 프놈펜 어디듯 그렇듯이 골목길처럼 좁은 길로 구불구불 구글맵을 따라 진행하니 병원 정문이 나타났다.

병원 안에는 환자가 정말 많았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병색이 완연한 환자들.. 그리고 느껴지는 그들의 가난함..


한글로 된 접수 신청서가 있어 작성 후 줄을 서 기다리고 드디어 접수했다. $10을 내니 환자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현지인은 환자카드 만드는데 무료라고 들었고..

외과 진료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캄보디아 현지인 의사로, 진료 컴퓨터 화면에 예쁜 신부 모습이 있기에 와이프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정말 미인..

묻고 싶은 내용을 질문했고, 의사는 컴퓨터 화면의 메뉴를 클릭클릭하며 상담 내용을 기록해 준다. 그리곤 수납하고 혈액검사실을 들러 다시 오란다.

중국에서 일할 때 자주 갔었던 쿤밍 최고의 병원인 제1인민병원의 진료실에 있던 컴퓨터들은 진료수납용지 출력용이 대부분이었는데, 헤브론 병원의 컴퓨터 시스템은 한국 병원과 똑같아 보인다. 물론 헤브론 병원의 컴퓨터에 내 진료기록도 다 저장되어 있을거고.. 쿤밍과 너무 달라. 중국 병원에서는 개인 진료내용을 저장하지 않고 수첩에 적어 주었었으니..


수납 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간검사(혈액)와 신장결석 초음파 검사를 하는거라 비용이 얼마나 될까 예상을 해 보았는데 영 답이 나오질 않는다. 청주의료원에서 신장결석 초음파 검사를 하고 싶다고 그랬더니 의사가 깜짝 놀라며 그걸 왜 하냐고 물었었지.. 초음파 검사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기에 CT가 훨씬 저렴한데 왜 초음파를 하려고 하냐고…

어쨌든 내 순서가 되었고, 창구의 아가씨가 $16이란다… 오 마이 갓. 이렇게 싸게 해도 되는건가? 물론 캄보디아인 중 경제력이 약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책정한 진료비 같은데, 나 같이 경제력이 있는 외국인도 같은 비용을 내야 하나??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검사실에 가서 혈액 채취를 했다. 한국이나 캐나다, UAE 아니 내가 경험해본 나라들 중 중국만 뺀 나라들의 방식과 동일한 방식. 혈액 채취 후 검사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1시간이란다.. 헐.. 장비가 좋은가 보다.

검사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장비들을 살펴보니 혈액검사기에 누가 기증했다고 한글로 표시되어 있다. 기독교가 행하는 좋은 점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다 간호사가 나를 불러 안으로 들어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캄보디아인 의사가 직접 했다. 

오른쪽 신장을 한참 보더니 불분명 하단다. 결석은 초음파 검사에서 그림자를 동반한다고 하면서 그림자가 없단다. 왼쪽 신장에는 없다고 하고. 오른쪽 신장을 더 보기 위해, 한국인 의사이신 Dr. Lee를 모셔왔다. 

이 선생님이 다시 자세히 살펴보시더니 오른쪽 신장에 나타나는게 뭔지 불분명하다고 하신다. 왼쪽은 이상 없음. 대신 지방간 현상이 보인다고 살을 뺄겸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피하라고 그러신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12시가 넘어 점심시간에는 진료를 하지 않을 것 같아 병원 복도에서 서성이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진료실 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란다. 의사가 나를 보더니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가다 말고 내게 다가와 아직 검사결과가 안나왔으니 점심 먹고 오거나 아니면, 아무 때나 들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무척 미안한 표정으로 그리고 공손하게 말한다. 옆의 간호사도 함께.. 이렇게 대접을 받아도 되나?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밖에 없는데… 너무 미안하다.


배고프다고 아지매가 투덜거려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고 올까 하다 병원 안의 카페에서 토스트를 주문해 먹었다. 이것도 한국과 같은 방식.. 

토스트를 먹으며 집사람에게, 아까의 그 의사와 간호사가 내게 너무나도 공손히 말하는 태도에 대해 얘기해 주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점심 시간이 지나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아까의 그 의사는 없고 다른 의사(캄보디아인 여의사)가 수치를 알려준다. 지난 1월 청주의료원에서 했었던 정기점진 결과와 동일한 것 같다.

지방간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아지매가 지방간에 대해 검색을 시작한다..


프놈펜의 한국인 교민들이 애용하는 헤브론 병원을 다녀온 후 느껴지는 점이 참 많았다..

- 캄보디아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옳은 일인데, 캄보디아 정부나 부자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외에서 와서 하는 일이 과연 대국적으로 보면 제대로 된 걸음인가?

- 현지의 병원들과의 관계는 어떨까? 혹시 헤브론의 무료 또는 저렴한 병원비 때문에 캄보디아 현지 병원과 의사들이 질시하거나 방해하진 않는지??

- 선교 목적의 병원인데, 나 같은 한국인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해도 되는건가?


천사는 멀리 있지 않았다. 쓰레기장 매연이 가끔씩 날라오고 모든 체계가 엉망인 프놈펜의 하늘 아래 그들이 있었다. 헤브론을 찾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지.

작은 액수라도 후원을 하고 캄보디아를 떠났으면 마음의 짐을 덜었을텐데 사람이 살다보니 그렇게 하질 못했네.. 다음에 프놈펜에 가게 되면 그 때는 잊지 말자...


출처: http://www.christianreview.com.au/4535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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