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전의 미국은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였다..
대한항공에 근무했던 90년대.. 2년 마다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운항승무원만 해당이 되는 복지사항 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비즈니스 클라스 좌석을 주는데, 세관과 출입국 관리소에 제출하는 승무원 명단(GD: General Declaration)에 이름을 올려야 하기에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비행 임무를 하진 않지만, 국제선 비행근무 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출입국을 하는거였다.. 당연히 와이프는 일반인으로 출국하는거고.
1997년 우리 부부는 그 제도를 이용해 하와이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 제도를 이용해본 처음이자 마지막였다.
똥깡님이 태어나고 그리고 IMF가 오기 직전 그 즈음이었네..
그 시기엔 A300 승무소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일본, 동남아, 중국(상해 홍챠오)으로만 비행했지 그 이외로는 나가 본 적이 없었다. 특히 미국.
하와이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언제든지 가능하단다. 날짜를 확정해 줬고.. 그리곤 더 이상의 안내는 없었다.
출발일이 되어 나는 유니폼을 입고 우리 부부는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한 중간쯤 날라갔을 때, 갑자기 ‘미국 승무원 비자’라는게 생각이 났다. 미국으로 다니던 조종사들은 그 비자를 갖고 있었지 라는…
에고고.. 나도 유니폼을 입었고 GD에 이름이 올라가 있기에, 승무원 비자가 내게 적용되는구나.. 이를 어쩌나???
왜 회사의 여행담당자는 A300 승무소 소속인 내게 미국 승무원 비자가 있는지 확인해 보지도 않았을까 라고 투덜거려봤지만 이미 하와이행 비행기는 항로의 절반을 넘게 날아가고 있다..
조종실로 가서 기장님한테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쭈니, ‘그~을쎄…,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고만 하시네.. 난감…
그 때부터 하와이에 착륙할 때까지는 좌불안석 그 자체였다.
어쨌든 비행기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승무원 전용 줄은 저~쪽에 따로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이민국의 일반 줄에 섰다. 미국 관광비자는 갖고 있으니 비록 유니폼을 입었지만 승무원 전용 카운터가 아닌 일반 줄에 서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 줄에 서 있는데, 승무원 전용 카운터의 이민국 직원이 나를 부른다. 아지매와 함께 그 직원에게 갔더니, ‘제복을 입고 있으면서 왜 승무원 전용 줄이 아닌 거기에 서있냐’고 묻네..
좌초지정을 얘기했더니, 그 근처에 있던 이민국 직원들이 깔깔거리고 난리가 났다.. 이런 케이스를 처음 본다며.. 그러더니 그럼 이번만 관광비자로 입국허가를 해줄 테니 다음부턴 꼭 승무원 비자를 받아 오란다..
옛 썰~~ 감사합니다~!!... 그리고 울 아지매 입국수속도 여기서 해 주세요~.. OK~
그 때가 1997년이니 현재의 미국과는 너무 달랐지.. 미국도 사람 냄새가 났었어.
그렇게 이민국에서 입국 도장을 ‘꽝’하고 받아 안도의 숨을 쉬는 것도 잠시..
곧바로 세관을 통과해야 했는데, 직원이 나보고 ‘승무원 세관 신고서’를 달라고 한다..
에고고... 이게 뭔지 난 모르는데.. 미국으로 비행을 해봤어야 말이지.. 엉겁결에, 기장님이 곧 나올실텐데 기장님이 갖고 계시다 라고 하니, OK한다..
그 후에 들으니 미국에 입국할 때는 승무원 세관 신고서를 내야 한다더라고.. 일반 승객만 내는게 아녔어..... 동남아 레이오버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걸 요구하는데는 없었는데 말이여..
그렇게 해서 입국한 미국.. 적절한 비자도 없고, 세관 신고서도 작성하질 않고.. ㅎㅎㅎ
9.11 이전의 미국이니 이런 일이 가능했던거지. 지금의 미국이라면…. ㅠㅠㅠ
하와이 여행을 하고, 베이비 캐리어(Baby Carrier)를 사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기를 눕혀 들고 다니기에 편리한거.
요렇게 생겼었는데 일산에서 똥깡님을 데리고 산책하거나 돌아다닐 때 거기에 넣고 다니면 사람들이 아주 신기해했다. 어디서 샀느냐? 꼭 선물바구니 같다는 둥..
몇 년 후 처남네가 애기를 낳았을 때 그 바구니에 또 넣고 다녔었지. 이번엔 분당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전설 같이 느껴지네.. ㅎㅎㅎ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