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갔다가 폭동의 한 가운데 있게 된 날벼락 이야기
어느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항에 대한한공 A300 화물기를 몰고 도착 했다. 다음 비행기가 올 때까지 몇 박 묵는 일정이었고 항상 그러했듯이 시내의 Mandarin Hotel에 투숙했다..
로그북을 살펴보니, KE373편이었고 98년 5월 12일이었네.. 최진용 기장님하고 기관사는 원종삼 선배..
호텔에 묵은 그 다음 날인가, 시내에 폭동이 일어났다. 호텔의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저 멀리 빌딩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고, 여러 곳에서 검정 연기가 치솟는 등등 난장판이었다..
TV에서는 집권자보고 하야하라는 데모가 일어났다고 계속 알려댔다. 수하르토인가 그랬지 아마?? 97년의 금융위기 이후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경제권을 틀어쥐고 있는 화교가 화풀이 대상이기도 했다.
호텔 직원들이 알려주길, 호텔의 저층 유리창을 모두 합판으로 가릴 것이니 밖으로 나가지 말고, 음식 재료는 충분히 갖고 있으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낮시간 동안 옥상에 올라가 멀리를 바라 보면 시커먼 연기가 더 가깝게 오는 듯 했다.
호텔 바로 옆에 영국 대사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호텔의 대각선엔 유명한 쇼핑센터가 있었는데, 97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덤핑 세일을 할 때 아지매의 스바로브스키 목걸이를 샀던 곳이었다.
그날 저녁인가 대한항공 여객기편 조종사 2명과 승무원 일행이 체크인했다. A300-600 기종이었지.
호텔에서 감금아닌 감금 생활을 하고 있던 우리 화물기 조종사들에 더해 그들도 감금이 시작되었다..
회사에선 안심하라고 연락이 오고 있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편했으련만 그 당시엔 이-메일 조차도 없었다..
그 다음 날 새벽인가?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모두 다(댄항공 신분) 공항 옆 호텔로 옮긴다고 했다..
부랴부랴 짐을 싸고 회사에서 마련한 버스에 올라 새벽의 자카르타 시내를 벗어나는데, 거리가 난장판 그 자체였다. 불에 탄 건물, 타다만 타이어, 깨진 유리창, 무너진 건물 등등... 전쟁을 한 곳 같았다.
새벽이라 그랬는지, 다행히 아무 일 없이 공항 옆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는 항공사 직원들이라고 회사에서 방을 다 잡아놔서 그나마 나았는데, 예약 없이 도시를 탈출해 나온 사람들로 호텔이 가득했다. 통로며, 식당이며, 수영장 근처며... 6.25 때 피난지 부산의 모습이 이랬지 않을까 싶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으니, 집에는 전화로 알려놨고.. 우리야 방 배정을 받았으니 방 안의 전화기로 한국에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중전화기 박스에 줄을 주~욱 서서 기다려 걸었지.
호텔 방에 머물다 밖으로 나와 자카르타 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들을 바라보는게 하루 종일의 일과였다.. 미국 비행기, 호주 비행기, 일본 비행기... 자기 국민을 잘 챙기는 국가의 비행기들은 잘도 왔다.. 한국 비행기는 언제 오나??
매번 우리끼지 모이면 대한민국 정부를 씹는게 일이었다. 왜 자국민 보호에 허술하냐고.
그 호텔에서 이틀인가 투숙했었던 듯 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행 비행기를 보낸다고 연락을 받았다. 대한항공 B747-400이 온단다. 자카르타 상황이 좋지 않아 현지에서 레이오버를 더 이상 하지 못하니 2 세트의 조종사/승무원들이 타고 왔고..
기내에 오르니 몇 일 간에 불과했지만 그 때까지의 서러움이 복받쳤다.. 감격스럽기도 했고..
비행기가 이륙하자, 일반 승객들을 비롯해 우리 모두 함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
항공사 생활하며 별별 경험을 한 일부분이었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