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운전면허증이 손주까지 보았다.. ㅎㅎ
1983년도에 운전면허증을 처음 취득했다. 응시했던 1종 보통에 떨어졌었기에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먼저 땄고, 그 다음 달인가에 1종 보통면허를 취득했다. 그 당시 코스 시험이 있었는데 학원을 안다녔으니 S자 코스가 꽤 힘들었고 거기서 떨어졌었다. 청주 공설운동장 옆 공터에서 다시 많이 연습했더니 그리 어렵지 않더라고..
어쨌든 그렇게 땄던 한국 면허증은 여러 나라 면허증으로 번식(?)했다.
- 91년인가에 캘리포니아 면허증 (이건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다.. 운전면허증이 아니고 Social 어쩌구 였던 것 같기도 하고)
- 캐나다로 이민가서 온타리오주 면허증
- UAE 면허증(아, 요건 온타리오 면허증을 기준으로 했으니 한국 면허증의 손자)
- 중국 면허증(얘도 한국 면허증의 손자)
- 일본 면허증
- 캄보디아 면허증(얘도 한국 면허증의 손자네.. 이 면허는 1년짜리로 유효기간이 제일 짮았다)
한국 면허증이 이렇게 5개인가 6개로 식구를 늘어나 손자까지 만들게 되었다. ㅎㅎㅎ
다른 나라의 운전면허증으로 전환 때의 절차는 대체로 비슷했다.. 중국은 특이해서 필기시험을 봐야 하는 절차가 있었던 것만 제외하면..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 까다롭고 엉터리 같은 곳은, 바로 일본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지.
일본 오사카의 피치항공(Peach Aviation)에 입사한 후 운전면허증을 바꾸려고 절차를 알아보니 운전면허증 발급국의 번역/공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사카의 한국영사관에 가니, 주민표라는게 있어야 한다고 해서 토쿄에서 교육받을 때 진행하기로 했다.. 토쿄의 카마타에서 주민등록을 한다고 피치항공에서 알려줬었기에..
토쿄의 숙소는 카마타(蒲田)에 위치해 있었고 카마타가 속해 있는 오타(大田)구청에서 주민등록을 했다. 그리곤 주민표라는 서류를 받은 후, 운전면허증 번역/공증을 하러 갔다. 토쿄 한국대사관에서 하는 줄 알고 버스를 타고 한참의 언덕/내리막을 걸은 후 갔더니 거기서 하는게 아니고 영사관에서 한단다. 다행히 거기서 걸어갈 수 있을 거리였다..
모든 서류를 준비한 후 카마타의 숙소에서 가까운 경찰면허국인 사메즈 운전면허시험장(警視庁鮫洲運転免許試験場)엘 갔다. 오후2시쯤이었는데 담당자 왈, 늦었으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 아침 8시 반까지 오란다.. 창구는 텅 비어있던데 뭐가 늦은 건지???
그 다음날 8시 15분에 도착했더니 몇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번호표를 발급하는게 아니고 줄을 서야 한다.
8:30에 창구가 열리고 잠시 후 내 서류를 접수했다. 아니 번호표를 받았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갔다.. 1시간, 2시간.... 12시가 되었건만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없었다. 언제 나를 호출할지 모르니.. 12시 반쯤 나를 호출하기에 갖고 간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곤 또 시간이 흘렀다.. 9월달이었는데 건물의 냉방을 왜 그리 세게 틀어놨는지 점심도 못먹은 상태에서 추위에 덜덜 떨었었다..
3시쯤에 나를 부르더니, 내가 갖고간 서류로는 부족하단다. 내 한국면허증에 1종보통, 원동기 두 종류가 등록이 되어 있는데 각각의 취득일을 알아야 한단다.. 내가 몇 나라 면허증을 받아봤는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런게 문제되지 않던데 너네들은 왜 그러냐 라고 물으니 자기네 절차란다..
그럼 간단하게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캐나다 운전면허증으로 하면 어떠냔다. 그렇긴 한데, 캐나다 면허증을 번역/공증 받는게 복잡하고, 캐나다 여권에는 출입국날짜 도장을 찍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되물었다. 그럼, 캐나다에서 근무했던 회사에 연락해서 편지를 받으란다. 거기서 일정기간동안 체류했다고.. 캐나다 여권 소지자면 그 나라에서 일정 기간동안 체류한게 증명이 됨에도 불구하고 희안한 말들만 늘어놓아서 대화를 멈췄다.. 일반 상식이 안통하는 일본 공무원들..
급하게 한국에 연락하여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이-메일로 받고 프린트하여 가져다 주니 원본이 아니라 안된단다.. 그 재수없는 영어 좀 하는 일본 여직원.. 정말 밥맛이었지. 어제 다른 직원이 된다고 했는데 너는 왜 안된다고 하냐고 강하게 따지니 사무실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다른 여직원이 나와서 이 서류로 해주겠다고 전해 준다..
너무나 웃긴건, 내가 캐나다 국적이고 운전면허증 발급국은 한국이니 한국에서 3개월 이상 머문 증거로 출입국사실증명서를 제출했는데, 말도 안되게도 내 운전면허증 발급일은 2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새 것이었다.. 갱신한지 얼마 안되어.. 그런건 살펴보지도 않고... 너무나 허술해..
일본 공무원들의 한계인듯 하다. 자기네 절차에만 맞으면 상관하지 않는 듯 하다.
좌우지간 그 일본면허증 전환을 위해 그 경찰국엘 5번인가 6번 들렸었다.. 비싸디 비싼 토쿄 전철에 교통비로 얼마나 바쳤는지... ㅠㅠㅠ
그 때 바로 일본이 어떤 사회인지 낌새를 알아차렸었어야 했던 건데... 그 이후로 3달을 더 있다가 깨달았으니... 나도 참 미련한 놈이다.
덧붙임:
우여곡절 끝에 받았던 일본 운전면허증
일본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데 특이점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쓰는 서기(西紀) 대신 일본의 연호를 사용하기에 얼마나 헷갈리던지. 내 생년의 경우, 그 당시엔 연호가 소화(昭和)였는데 일본인 직원이 나보고 소화 몇 년이냐고 묻더라고.. 내가 그걸 어찌 알아요라고 했더니 자기가 계산을 하고나서 몇 년이라고 알려준다. 발급일은 새 연호인 평성(平成)으로 되어 있고.
피치항공을 그만 둔 후 아지매와 일본 여행을 다닐 때 이 일본 운전면허증을 사용했다. 차를 렌트하며 현지 면허증을 제출했네. 이 여행은 너무 재밌었는데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게시해 봐야겠다.
이서ㅎ화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