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 호텔에서 구입했던 매트리스가 그립다
캄보디아 배낭여행기에 어떤 사람이 매트리스를 판다고 올린 걸 보니 예전에 중국 쿤밍에서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 호텔의 매트리스를 구입했던 일이 떠올랐다..
쿤밍의 럭키항공에 입사한게 12월 중순이었는데, 도착한 날부터 엄청 추웠다. 별명이 봄의 도시라는 쿤밍의 기온이 이상하게도 0도 근처였고, 제공받았던 럭키항공 호텔의 난방시설이 빈약해 무지 무지 추웠다. 히터 1개로 해결이 안되어 하나를 더 받아 2개를 틀어놨건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 전 날 따뜻한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라오항공 근무를 마치고 쿤밍으로 곧바로 왔으니 체감온도는 더 더욱 추웠지..
럭키항공 호텔에서 며칠 묵으며 지상교육을 받았는데 회사 건물에도 난방이 되질 않아 너무너무 추웠다. 빵모자에 장갑에 두꺼운 외투까지 잔뜩 껴 입었더니 캐나다는 더 춥지 않냐고들 묻더라고? 캐나다에는 난방시설이 잘되어 있어 겨울에도 빵빵하게 따뜻해유~
고민 끝에 회사 밖의 호텔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쿤밍 시내의 괜찮은 호텔을 여러 군데 다녀봤다. 호텔에 체크인할 때 내가 묻는 첫번째는 '니들 호텔 따뜻하니?'였다.. 영어를 못알아 듣는 곳이 많아 맨 땅에 헤딩하기도 했지.
그러던 중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 호텔을 알게 되었고 이 호텔은 제일 깨끗하기도 할 뿐더러 회사와도 가까왔다. 물론 그 호텔에서 출근하려면, 시내버스로 동부터미널로 가서 전철을 타고 공항행. 공항에 내려 공항 시내버스를 타고 회사 건물 앞 하차.. 복잡했지. 물론 그 때는 차를 구입하지 못했을 때였네.. 지금 생각하면 이런걸 어떻게 다 알아냈을까 싶다. 중국어도 안되면서..
하워드 존슨 호텔은 운남성에서 제일 큰 5성급 호텔로 시설이 최고였다. 거대한 호텔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은 각각의 꽃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그 호텔에서 1개월 정도를 머물다 보니 호텔 직원들이 모두 알아봤다. 무료 업그레이드도 해주고.. 몇 명의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이었기에.. 시끄럽고 말썽 많은..
그러다 호텔의 뒷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완커 바이샤룬원(万科白沙润园)..
동네를 다녀보니 맘에 들더라고.. 외국인 기장들이 주로 거주하는 시내쪽 아파트와는 너무 달랐지. 저층 아파트 아주 조용하다. 아지매와 쿤밍에서의 우리 보금자리를 여기에 꾸리기로 결정했다..
시골밥상 사장님이 소개시켜준 조선족 조은숙씨가 중개해서 집을 잡았는데 가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은숙씨랑 중고가구점에 가서 소파며, 침대 프레임이며 샀는데 매트리스가 여기저기엘 가봐도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그 때 떠오른 하워드 존슨 호텔의 침대. 호텔의 침대가 아주 좋았거든. 자고 나면 개운했고..
매트리스를 호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에이전씨인 아담에게 부탁했더니, 가능하단 답이 왔다..
호텔로 가서 영어를 떠듬거리는 매니저랑 상의했고 퀸 사이즈 매트리스와 이불, 시트커버를 구입했다.
호텔에서 집 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질 않았지만 매트리스를 옮겨오기엔 무리였지.. 중고가구를 싣고 왔던 기사한테 부탁해서 싣고와 3층으로 옮기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한국처럼 사다리 차를 이용하는게 아니고 일반 엘리베이터를 써야 했는데 퀸 사이즈 매트리스가 빡빡했지.
고생 끝에 집에 들여 놓고 누워보니 너무 좋았어. 역시 하워드 존슨 호텔이여..
그 해 여름에 딸내미 똥깡님이 웨스턴 대학을 휴학하고 쿤밍으로 왔다.. 친구인 줄리아 기븐(Julia Gibbon)이랑 같이..
똥깡님이 오면 매트리스가 또 필요해지기에, 이번에도 하워드 존슨 호텔에 연락해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이번엔 싱글 사이즈.. 매니저랑 새로 오픈하는 동쪽 건물의 방 안에 들어가 비닐이 벗겨지지 않은 새 매트리스를 꺼내왔고 우리 집까지 운반도 해 주었다. 호텔 직원 4명이 붙어서.. 쒜쒜~~
매트리스가 미국 브랜드였었는데 참 질이 좋은 것이었다.. 캐나다 집에서 쓰고 있는 매트리스와 특성이 비슷했지. 한국에 돌아와 구입한 매트리스는 울 아지매랑 잘 맞지 않는 듯 하기에 지금도 그 매트리스가 생각난다. 중국을 떠나며 지인에게 잘 쓰라고 주고 왔건만..
울 아지매가 그랬었지. "호텔에 연락해 매트리스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우리가 별종임엔 틀림이 없다. 다른 말로, 극성.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괜찮은거지 뭐. ㅎㅎㅎ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