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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뱅기 탔다가 더워 죽을 뻔 했었네...

B787 신형기를 너무나도 중국스럽게 운영하던 하이난(海南)항공사 탑승기

by 체스터 Chester

중국 쿤밍에서 근무할 때, 캐나다의 집을 다녀오기 위해 하이난항공을 몇 번 탄 적이 있었다. 내가 2번, 아지매가 3번.


중국의 대형항공사 중 유일한 사기업인 하이난항공은 중국 항공사 중에서 서비스가 좋다고들 했다. 글쎄...내 경험으론, 아직 멀어도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멀다는 것..


2017년 6월, 쿤밍-베이징-토론토행에 탑승하였다.

쿤밍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베이징까지는 거의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리곤 토론토행으로 갈아 타는 것 까지는 아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 토론토행 비행기에 탑승 후, 이륙까지 거의 4시간이 소요되었다. 그것도 에어컨 시스템이 고장난 상태로...

화면 캡처 2021-09-15 082908.png


토론토행 하이난항공 B787기를 타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좌석에 앉고 얼마 되지 않아 에어컨 문제임을 깨달았다. Gasper Fan에서 나오는 바람이 무척 약하고, 시원하지 않았다.


갤리로 가서, 남자 승무원에게 에어컨이 이상하다고 알려줬다. 토론토행 하이난 승무원들은 그나마 영어를 한다. 이 머스마 승무원은 비행기에 대해 뭘 좀 아는지 보조 동력장치인 APU 어쩌고 그런다.

만약, APU가 고장났어도 수리 지연인 Defer 시켜 항공기 운용은 가능한데.. 그리고 시동 걸기 전까지는 지상에서 에어컨 트럭을 연결해야 할 것이고..


기내 안은 계속 더워지고 있었다.

승무원에게 사무장을 불러 달라고 했더니, 여 승무원이 오고 자기가 사무장이라고 하며 무릎을 꿇고 아주 공손한 자세를 취한다.

이 비행기의 에어컨에 이상이 있는데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모른단다. 그럼 조종실에 연락하여, 기장한테 현재의 객실 상태를 설명하고 에어컨 트럭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연결해 달라고 요구하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출입문을 닫았는데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비행기는 문을 닫았지만 Push back은 하질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이징 공항에서 너무 흔한 교통통제(Flow Control)이군...


다들 더워서 헉헉 거리고 난리가 났다..

나도 일어서 출입문 쪽으로 갔더니 거기에선 약하게 Gasper Fan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갤리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기에, 승무원에게 뭐하는거냐고 물었더니 얼음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란다. 그나마 찬바람...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이 얼음 보관함에 손을 넣고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기 시작했다.


좀 더 버티다 셔츠를 벗어버리고 이제 런닝셔츠 차림이 되어 버렸다. 바지도 벗어버리고 빤쓰차림으로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아까의 여 사무장이 오더니, 아까의 공손한 모습은 사라지고 내 앞에 떡하니 섰다.

그리곤 아주 퉁명스런 말투로, 기장에게 얘기했다고 전하곤 사라져 버렸다.. 헐... 역시나 중국스럽다. 겉으로는 전문가인 듯 하지만 조금만 까봐도 제모습이 나타나지.


아마도, 조종실의 에어컨 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나 보다..

자기들은 시원하게 있는데, 승객들이야 어떤 상태건 상관을 안하는 중국 기장들이니까..

괜히 사무장이 기장한테 에어컨 트럭 어쩌고 얘기했다가 욕을 먹은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Push Back했고 엔진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아직도 에어컨은 여전히 잠잠... ㅠㅠㅠ


승무원들에게 물었다. 나 너무 더워 내려야 될 것 같아. 이런 상태의 비행기로는 열 몇 시간 걸리는 토론토까지 갈 수 없다고 했더니, 승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륙하면 시원해 진단다..

니들이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이 비행기가 원래 그렇단다.. 헐헐헐...

승무원들은 비행기의 에어컨이 고장난걸 뻔히 알고 있는데, 회사에선 어떻게 모르고 있지?

조종사들은 자기네 로그북에 에어컨 이상을 기록하지도 않았나? 제대로 기록했다면, 정비사들은 뭘 체크 했고??

아니면, 이런걸 다 알면서도 사세 확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하이난 항공 운영본부에선 비행기를 고치지도 않고 그냥 운영하는건가???


머릿속으론 별 의문이 다 들었지만 물어볼데도 없다..


그러다 활주로 앞까지 가기에 휴대폰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베이징 공항 북쪽에 대형 뭉게구름(CB, Cumulonimbus)가 있다.. 이런 상황이면, 중국 관제사들은 이륙허가를 주지 않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이륙 대기순서 3번째였지만 계속 대기다..

기내는 계속 덥고.. 그날 베이징의 온도가 34도인가 그랬다. 그러니 기내는 40도가 넘었었을 듯.


그러다 비행기가 움직인다. 반갑게도..

휴대폰으로 확인해 보니 반대쪽으로 움직여(taxiing) 가고 있네. 드디어 하이난에서 비행기를 바꾸기로 결정한 줄 알았다. 주기장 쪽으로 가기에..

중국 비행기답게 안내방송은 한 번도 없고.. 도무지 얘들은 서비스 마인드라는게 없다.


알고보니 활주로 방향이 바뀌어 반대쪽으로 이동한 거였다. 그리곤 거기서 한참을 또 기다린다..

더워서 이젠 쓰러진다 싶은 순간 활주로 앞으로 진행하더니 드디어 드디어 이륙..

햐~ 시원~~~ 이륙하고 나니 승무원들 말처럼 시원해지긴 한다.

이륙까지 거의 3시간 반을 베이징공항 "땅"에서 기다렸다.. 그것도 무지무지 더운 에어컨이 고장난 B787 "신형기"에서.. 신형기를 도입했다고 그렇게 자랑했건만 역시나...


토론토에 도착 후 하이난항공에 컴플레인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껏 아무런 연락이 없다... 대단한 하이난항공.. 정말 중국스럽다..


KakaoTalk_20220725_153129819.png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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