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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Jul 16. 2023

쿤밍에서 살던 집, 바이샤룬위앤(白沙潤園)

완커(万科)에서 지은 고급 아파트라고 했지만 형편없는 품질의 아파트였다

쿤밍의 하워드 존슨 호텔에 묵을 때, 한국인 기장들이 주로 살고 있다는 쓰지청(世紀城) 동네엘 가봤다.. 아이고.. 나는 거기서 못살겠더라고. 시끄럽고 복잡하고.

비록 회사 셔틀버스가 쓰지청으로 다니기에 그 버스를 타면 출퇴근이 수월하다고 하지만, 나에게 적합한 동네는 아녔다.


그러던 어느 날 하워드 존슨 호텔 부근을 돌아보다 바이샤룬위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이샤룬위엔은 4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형식으로 집들이 지어져 있었는데 단독 주택도 있고, 타운하우스, 저층 아파트형등이 섞여 있었다.. 딱 봐도 고급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 중 입주하여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완커 아파트가 괜찮을 것 같아, 시골밥상 사모님한테 얘기해 고은숙씨를 소개받았다. 조선족인 은숙씨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버섯 중개도 하고 바쁘게 사는 나이든 아가씨다..


은숙씨하고 아파트를 방문해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계약을 했고..1년씩 연장하며 3년까지 가능하다고..

3 베드룸에 화장실 2. 모두 양변기가 갖춰있고.

云南省昆明市盘龙区靑龙村666号13栋1單元301室이 거기 주소.. 중국어로는 띄워쓰기를 하지 않으니 한글과 영어처럼 띄워쓰기에 익숙한 나로선 알아보기 참 힘들었다. ㅠㅠ


누군가 잠시 살았었다고 하던데 방 1개만 썼었나 보더라.. 첨에 들어갔더니 유리창에 신문지로 가득 발라놨더라고.. 

넓직한 집이지만, 중국식 답게 주방은 허벌나게 좁다.. 이 사람들은 집에서 요리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들 하니...

습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베란다의 벽에는 가습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신기..


고은숙씨랑 중고 시장에 가서 가구를 들여오고 하워드 존슨 호텔에서 매트리스, 시트커버, 이불을 구입하고 그리곤 그 집에서 살게 되었다. 2016년 1월 중순쯤 됬나?


그런데 그 집은 하도 추워 전기난로 3개를 구입해 틀어놔도 효과는 미약했다. 넓적한 히터 하나는 안방에, 다른 하나는 거실.. 둥근 모양의 히터는 예비로 식사할 때 주로 썼고..

그 해 쿤밍이 유난히 추웠다고 했다.


그러다 1월 말쯤 되었는데 그 날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며 물 파이프들이 얼어 터지고 난리가 났다. 쿤밍 뉴스에 동파 소식이 계속 나오고..

우리 집은, 지붕의 태양열 집열판에서 내려오는 온수 파이프가 터져 따듯한 물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집에 보일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씻지도 못하고 난감하게 되어 버렸다... 샤워는 둘째치고 머리도 못감겠으니..

그래서 고은숙씨한테 자문을 얻어 물통과 물에 담가두는 전기히터를 구입해 갖다 놓고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전기히터(거기선 돼지꼬리라고 불렀다)가 온도자동조절식이 아니라 물을 쓸 때마다 미리 히터를 틀었다 온도를 봐서 꺼야 했다... 완전 60년대 쯤으로 되돌아간 느낌..

그 땐 차를 사지 못한 시기였으니 시내버스나 택시에 전기난로와 물통을 들고 타고 다녀야 했다.

고쳐달라고 주인에게 알리면, 춘절(春節)로 기술자들을 구할 수 없다며 춘절이 지나야 될거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한 달을 넘게 산 것 같네. 결국 태양열 집열기와 파이프를 싹 바꾸었더니 엄청 따뜻한 온수가 잘 나왔지.


집이 하도 추워 점검해 보니, 벽도 엉망, 창문 샤시도 엉망, 다 엉망이었다. 겉 보기에만 번지르르.. 찬바람이 숭숭 그냥 들어온다. 선미가 타오바오로 뽁뽁이를 주문해 보내줘서 그걸 벽에 쫘~악 발랐다..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오며, 방풍에 관련된건 다 사와 거실 베란다 전체 문, 창문틈 등을 싹 메우고 나니 좀 나아졌다..

그래도 전기 난로는 계속 때야 했고..


전기요금을 각 가정으로 통보하지 않고, 지하실 차고 출입문에 떡하니 게시해 놓았다. 그 통로의 모든 가구의 전기요금을 종이 한 장에 프린트해 붙여 놓았다..

다른 집들은 200 위안 정도인데, 우리는 2,500 위안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몰라.. 그 추위에 난방도 별로 없이.

그런데 다른 집들은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고 하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습해지기 때문에 열어줘야 한다고..


딱 1년을 그 집에서 살고, 아지매 친구의 집으로 옮겼다. 리진샤.. 남편이 인민해방군 장교로 전역 신청을 했다고 했지..

이 집은 1층과 지하1층이 연결된 복층집으로 처음에 살던 집보다 약간 작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쓰기엔 괜찮았지. 아파트 단지 출입문에서 가깝고, 그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어 편리했다.

이사할 때는 아지매의 친구들이 정렬적으로 도와줬지. 카트까지 갖고 와서 정말... 너무 고마웠다.

처음 집에 사 두었던 가죽쇼파는 고은숙씨보고 처리하라고 그랬다. 한국돈 50만원가량 주고 산 중고 소파였지만 집이 추워서 그리 효용적이지 않았다. 크기도 커서 이사하느니 처분해 버렸다.


이 완커 아파트의 정원은 참 잘 가꾸었다. 쿤밍의 아파트에 이런데가 별로 없다고 오는 사람들마다 감탄하고 그러더라고..

단지를 두 바퀴 정도 돌아도 운동이 될만 했다.. 오르막 내리막도 있고.

초저녁 시간이 되면 확실히 운동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공항에 가까와 항공사 직원, 공항직원이 많이 살았고 럭키항공 기장, 부기장도 여럿 살았다.

내가 거기 산다고 그러면, 중국애들은 내가 거기를 어떻게 알고 가서 사냐고 참 궁금해 하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외국인은 우리 한 가족 밖에 없었지. 경찰서에서 우리를 알 정도였으니.. ㅎㅎㅎ


이 동네는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 피는 건 두 번 정도 밖에 못봤고, 그 때도 우리가 담배연기에 대해 손짓을 하니까 금방 끄고 나가더라고.. 쓰지청에 사는 한국인 기장들이 하는 얘기와 너무 다르다. 거긴 참 거시기...

영어를 하는 주민들도 종종 만났고..

딸내미가 쿤밍으로 오고 중국어가 어느 정도되자 주위 이웃을 사귀기도 했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웃들에게 딸내미의 인기가 높았다. 자기 나라(중국)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뒷 단지의 그 언니와는 자주 만났었다.


동네의 한 쪽 끝엔 영어유치원이 있었다. 중국인들도 영어조기교육이 엄청났지..

유치원 등하교 시간이 되면 할머니/할아버지 손잡고 다니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주차 위치가 다 지정되어 있고, 각 위치마다 바퀴를 잠가버리는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우리 자리에 어떤 X끼가 주차를 해 난리를 친 적도 있었네. 경비랑 말이 안통하니 쇼를 하고...


쿤밍을 떠나며 처분할 수 있는 것들은 처분하고, 큰 짐은 리진샤의 집에 남겨 두었다. 매트리스도..

그 친구들이 알아서 해결한다고 했다.


베란다-어떤 집은 여기에 닭을 키우기도 했다
거실
정면이 부엌
안방 입구
단지 지도
돼지꼬리 히터가 담겨진 물통..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dv_f5jGe11Q7ipN9-W7Q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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