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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Mar 07. 2023

倫安家(륜안가)

경남 하동에서 맺어진 인연

언젠가부터인지 우리 부부는 작은 산(山)을 알아보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산은 값이 싸니 그 안에 집을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충북 영동의 보석같은 조동리를 찾은 것도 그 과정의 한 부분이었다. 어머니가 자라셨던 외가와 가까운 조동리는 전망도 멋졌지만 파랗고 파란 하늘이 있었다. 수메르 문명 책에서 접했던 청금석, Lapis Lazuli가 떠올라 조동리에 솔라리움을 짓는다면 라피스 라줄리라고 이름 붙이겠다고 했었지. 


산을 알아볼수록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촌집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비행 근무가 적었기에 부담없이 열심히 돌아다닐 수 있었지.

시골을 다니다 보니 우리만의 기준을 갖게 되었다. 남향이고, 축사가 없으며, 마을 가장자리에 있어야 하고, 길에서 집 안이 내려다 보이지 말아야 하며, 전기/수도가 들어와 있어야 하고, 기둥과 서까래 등 집 상태가 양호해야 하며, 물이 흔하지만 배수가 잘 되고, 묘지가 없는 등등등...


그렇게 찾아 다니다 만난 倫安家. 경남 하동에 위치한 이 집은 처음 보자마자 우리 눈에 딱 띄었다. 조건 모두에 맞는 것은 물론이고 앞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까지 훌륭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이상한 소리를 하여 매도인을 직접 만나뵈니 너무나도 신사적인 분이셨다. 연세가 드셨고 부산에 사시기에 시골집을 한동안 관리하지 못하시다 매도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하셨다. 팔기로 결정을 내린 후에는 편찮으시기도 하셨단다. 4대에 걸쳐 사신 집을 이어가지 못하셨기에 부담이 되셨을 듯 했다.

여러 번 둘러보았지만 이 집은 참 잘 지었다. 최소 3년간 관리가 되질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상태였고.


매입 후 집사람과 집의 이름을 짓자고 했다. 시골집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집 이름으로 부르는게 훨씬 정겨워 보이기도 해서.. 그 때부터 고민의 고민... 이름 잘 짓는 실력을 또 발휘해 보자~ 

집 이름에는 한자를 써보자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 생각, 저 생각.... 

그러던 어느 순간, 우리는 캐나다 런던에서 살다 왔으니 그걸 한자로 옮겨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캐나다는 加拿大, 런던은 倫敦. 두 단어를 섞어보니 그저 그렇다..  그러다가 온타리오주 런던은 어떤가 살펴보았다. 온타리오는 安大略으로 표기한다. 安大略과 倫敦을 조합해보니 훨씬 낫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로는 軒(헌), 齋(재), 樓(루), 窩(와), 房(방), 亭(정), 室(실), 閣(각) 등등이 있다. 요즘은 XX齋(재)로 작명하는 분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 여러 단어를 검토하다 우리에겐 家가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온 가족이 사는 집"이랄까? 

조합해보니 安倫家와 倫安家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어떤게 나을까? 우리 부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倫을 한국어로는 윤/륜으로 발음한다. 倫이 맨 처음에 있지만 倫安家는 륜안가로 발음하기로 했다.


倫安家가 있는 하동 우복리의 하늘은 파랗고 파랗다. 해발 고도가 높은 영동의 조동리보다 더 파랗게 느껴질 때도 있고 캐나다의 푸른 하늘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여기가 진정한 Lapiz Lazuli가 아닌가 싶다.. 내 집이 되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倫安家에는 백년, 구십년, 55년된 집 세 채가 있다. 이 집들을 리모델링하여 우리 가족이 살기 안락하게 꾸미는 작업을 직접 하고 있다. 리모델링 초보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땀 흘리며 매일 조금씩이나마 바뀌어 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倫安家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일단, 튜울립을 많이 심어 매화, 튜울립, 벗꽃으로 이어지는 봄 기운을 가득 느끼려 한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倫安家 리모델링 상황을 유튜브 발통나드리 채널에 작업일지 형식으로 게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활동기록이며, 리모델링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초보자의 좌충우돌) 작업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수를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dv_f5jGe11Q7ipN9-W7Q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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