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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Jul 05. 2022

토쿄의 빵집, Dans Dix Ans.

눈물나게 맛있던 그 집.. 

토쿄에서 일본항공국(JCAB) 조종사 면장전환 교육과정을 받던 몇 달 동안 울 아지매는 정말 열심히 토쿄를 누비고 다녔다. 관광 명소와 맛집, 봉사 등 정말로 바쁘게 지냈다.


그런 울 아지매가 알아낸 빵집, Dans Dix Ans. 불어인데 단디종으로 발음한단다.

어느 날 우리 부부는 단디종을 찾아 카마타의 숙소, 토큐 스테이를 출발햇다. 카마타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간에 갈아탄 다음 吉祥社역에서 내렸다. 이 역에서도, 일본의 전철역답게 전철이 설 때마다 역 이름 방송이 나왔다. 동네이름 키치조지가 방송되는 억양이 참 특이했다. "키치조~지, 키치조~지"라는 남자 목소리 방송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뇌 속에 박혀버렸다.


역에서부터 구글맵을 보아가며 걸어가다 둘러보니 동네가 참 이뻤다. 아기자기하고.. 소품집, 음식점, 화원 등등이 쭈~욱 있는 여자들이 선호하는 곳일 듯해 보였다.

도로 폭이 좁은 일본이라 이 분주한 거리를 다니는 트럭들도 엄청들 작다. 예전에 한국에서도 팔렸었던 Libo라는 소형 트럭의 원조가 일본이니..


작은 도로를 이리저리 단디종의 위치에 도착했건만 우리가 기대하던 빵집이 없다.. 여기가 맞을텐데...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고 이리저리 살펴도... 그러다 아주 조그만 간판을 찾았다. 간판이라기 보다 꼭 무슨 미술작품 설명판처럼 보이는 나무판.. 그것도 이름이 써있는게 아니고, 식빵 모양 하나가 달랑 그려져 있다.. 헐...

단디종의 간판 앞에서 한 컷. 늦가을이라 쌀쌀한 날이었다..

거기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단디종 빵집이 드디어 나타났다. 무슨 빵집이 지하에 있어...

정말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곳 답다.


한 번 꺽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출입문이 있는데 그 문이 아주 특이하다. 육중한 목제 미닫이 형식..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흰색 모자에 유니폼을 입고 있어 딱 봐도 깨끗하단 느낌이 팍팍왔다.


여러 종류의 빵이 진열대와 rack에 놓여 있고 모양도 참 이쁘다..

이것저것 골라 계산.. 빵값은 그리 비싼 것 같진 않다. 

직원들 중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약간 흠이랄까? 물론 여긴 일본이니 영어를 요구하는게 난센스긴 하지만..


카마타로 돌아오며 먹어보니 빵의 결이 이제껏 먹어본 빵 중 최고다.. 달지도 않고.


그 후론 단디종엘 여러번 들렀다. 피치항공 동기생들 준다고 잔뜩 사들고 왔었지. 그러다보니 직원들도 우리를 알아보고.. 


카마타에서 단디종엘 다녀오려면 왠만큼 산 빵값보다도 전철비가 많이 들었다. 혼자가면 왕복 전철비가 만원 이상이었던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둘이 가면???


그 집 빵중에 눈물방울처럼 생긴게 있는데, 울 아지매가 혼자서 들러 그 눈물방울 빵을 사서 주위의 공원에서 먹다 눈물이 나왔더란다.. 하도 맛있어서.. 이것도 눈물 젖은 빵인감?


단디종 근처의 카레집에도 들렀었구나.

키치조지에서 유명한 집이라던데 콩 카레였다. 아주 굿~


그리고 키치조지 부근의 공원 산책도 했었군. 호수가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인데 2017년 4월 피치항공 인터뷰 때문에 토쿄에 왔었을 때 아지매가 혼자서 들렀던 곳이란다. 벗꽃이 멋들어지게 피었었다고..

영어를 하는 일본인 할머니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는 바로 그 공원인데 호수에서 보트를 탈 수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지브리 스튜디오가 근처에 있어 그 앞을 지났던 것 같기도 하다.


단디종에 처음 갔던 날에는 여러 종류의 빵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여러번 가다 보니, 그 첫째날이 행운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빵마다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금방금방 팔리기에..


참, 단디종에선 손님이 빵을 골라 들고다니는 방식이 아녔다. 손님이 오면, 직원 한 명이 옆에 붙고 손님이 고르면 직원이 그걸 쟁반에 올려 들고 따라다녔다. 빵을 많이 골라 쟁반이 하나보다 많아지면, 무늬 스티커 같은 걸로 같은 손님 쟁반임을 표시했다..


전체 빵이 소개되어 있는 종이 메뉴가 있었는데 빵기름 종이 같았다. 영어로도 씌여진 그 메뉴 종이에선 고급 느낌이 팍팍났었지..


중앙의 빵 진열대와 계산대 쪽, 그리고 빵 만드는 쪽의 사진은 왜 안찍었나 모르겠다.. 어찌된건지 가장자리의 빵들만 찍어뒀네...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러 장을 찍었었건만.



지금도 생각난다. 그 멋진 단디종 빵.. 프랑스 빵보다 결이 훨씬 더 좋다.. 아마도 우리 부부가 맛보았던 빵 중 최고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일본 여행이 자유스러워지면 다시 찾아가야겠다. 가고시마, 후쿠오카, 키치조지 등등 목록을 작성해 둬야겠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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