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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Jun 22. 2022

중국형 신호등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들만의 방식..

신호등이 이렇게 켜 있다면 어떤 의미이고 상황일까? 

한국 시골 신호등. 당연히 여기도 멍텅구리였다.

직진이나 좌회전이 가능하고, 맞은편 신호등은 빨간색일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게 당연한 상식이겠지. 중국에서만 제외한다면..


중국 운남성 곤명(쿤밍)에 본사를 둔 럭키항공(Lucky Air, 祥鵬航空)에서 일하던 초기, 승용차를 렌트하여 출퇴근했었다. 중국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기에 중국 운전면허증을 먼저 취득해야 했었고.. 중국 운전면허증 전환에 대해서는 별도로 글을 썼었다.


SKODA의 Fabia 모델로, 이 차를 몰고 다니다 깜짝 놀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놈의 신호등 때문에..


쿤밍공항 근처의 럭키항공 본사 바로 옆 사거리 신호등의 모습.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켜 있다. 

출처: 바이두 지도. 오른쪽 건물이 럭키항공 사옥


이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신호등을 못봤나? 곧 멈추겠지.. 라고 여겼건만 그냥 돌진하며 달려온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속도를 높여 빨리 벗어났다. 뭐야 이런 미친놈이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X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공항 근처 뿐이 아니라 시내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곳이 여러 곳이었다.

어느 날 회사 옆 교차로를 걸어가다 두 방향 신호등을 모두 보게되었는데, 맙소사... 양쪽 신호등 모두 직/좌 신호가 똑같이 켜 있었다..

그 충격이란.. 좌회전이 켜 있다면 좌회전 동작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살아왔건만.. 


비행하러 출근하거나 중국인을 만날 때마다 신호등이 직진과 좌회전이 함께 켜지는 상황에 대해 질문했지만 아무도 속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못했다. 일단, 질문 자체를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그래서 그림을 그려가며 쉽게 쉽게 물어보았지만, '뭐가 이상한데?'라는 반응이었다.


답답하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법. 이리저리 살펴보니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의 개념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느껴졌다.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해도 되지만, 마주 오는 차량이 없을 때에 한해 해야 한다는거지.. 그러면 미국이나 캐나다 방식으로 신호등을 운영하면 더 확실할텐데 왜 이런 식으로 하고 있지? 

캐나다 토론토의 한 신호등. 녹색 신호일 때 좌회전을 할 수 있다.

더 골 때리는 건, 내 신호가 직/좌일 때 반대쪽은 빨간색인 "정상"인 경우와 함께 존재한 다는 것이었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저 신호가 "정상"인 건지, 아니면 반대쪽도 직/좌 신호가 똑같이 켜 있어 좌회전할 때 조심해야 하는 그런 신호등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또한 중국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도대체 신호등을 보면서, 저 신호가 나를 보호해 주는건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


운남성이나 쿤밍은 중국에서 시골 느낌이 드는 곳이라 거기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 에어부산에 돌아와 중국 산야(Sanya)로 비행해 체류할 때 보니 쿤밍과 동일한 방식의 신호등이 여러군데 눈에 띄였다. 베이징처럼 큰 도시에서는 봤던 기억은 없고.. 아무래도 교통량이 적당한 곳에 이런 방식의 신호등을 사용하는 듯 해 보였다.


신호등 체계에 국제 표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중국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도로 자체는 미국식과 아주 비슷하던데 신호체계는 왜 그대로 배워오지 않았을까 궁금해졌다. 

어떤 체계로 하건 자기들이 선택하여 할 수 있겠지만 중국인 이외의 외국인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신호체계. 중국인이 중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면 그 나라의 교통신호체계가 더 명확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한다..


나라와 관계없이 이용자인 운전자가 쉽게 알아보고 헷갈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필요한거고 선진국 국가들의 도로체계, 신호체계는 그렇게 되어 있다. 이용자인 인간을 고려하여 만들어 놓는거지..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내가 항상 주장하는 그런건데.. 어렵고 어려운 한국 도로도 이렇게 바뀌어야 하겠고.


한국의 한적한 길을 달릴 때마다 등장하는 '멍텅구리 신호등'. 차는 아무도 없는데 신호등은 지 혼자 돌아간다. 이런 멍텅구리 신호등을 볼 때면, 중국식 '양방향 직/좌 신호'가 떠오른다. 차라리 그게 더 효율적이겠다라며.... 그러다 한 번 적어 보았다.


참고: 한국 도로를 쉽고 안전하게 만들자는 발통나드리 유튜브 채널. 그렇게 만들어 가는건 결국 한국 이용자들의 몫~!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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