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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Mar 11. 2022

딸내미와 비행

똥깡님이 조종사 면허증(Private Pilot License)을 딴지 한참 지났다. 

똥깡님이 고등학교 다닐 때 목표의식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비행을 배워보라고 권했었다. 그리곤, 캐나다로 돌아간 12학년 때(=한국 고3) 캐나다 런던공항의 다이아몬드 비행센터(Diamond Flight Centre)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비행센터는, 캐나다 런던에 있는 다이아몬드 항공기제작사(Diamond Aircraft Inc.)가 운영하는 곳이다. 거기서 교관을 배정받고 다이아몬드 DA20 기종으로 1주일에 2번 정도 비행훈련을 받았다. 

다이아몬드 DA20 기종. 2인승으로 투명 캐노피가 특징이다.

시작하곤 잘 다니기에 제대로 진행되는 줄 알았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러곤 비행하러 가질 않게 되었고.. 어느 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Diamond Flight Centre의 훈련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Cadet 프로그램으로 비행훈련을 받는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군대식 스타일로 교육을 했던 것. Cadet 과정에 있는 애들이야 그 문화에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지만 똥깡님처럼 순수 민간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더라고. 그런걸 비행훈련 시작 전 상담을 받을 때 얘기해 줬으면 다른 비행학교로 찾아봤을텐데.. 어쨋든 그런 이유로 비행훈련을 중단하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그 다음 해 어느 날, 비행을 다시 하고 싶다며 런던공항(CYXU)의 다른 비행학교인 Forest Flight Centre에 등록했다. 여기는 신형 비행기가 아닌 오래 된 세스나로 비행훈련을 하는 곳으로, 교관을 만나 얘기해보니 맘에 들었다. 똥깡님하고도 죽이 척척 맞더라고. 그렇게 해서 여기서 비행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비행을 마치고.. 유일한 노란색 세스나 152, C-GBZB. 

Forest Flight Centre에서는 세스나(Cessna) 152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처럼 신형기가 아니기에 임대료도 무척 쌌다.. 똥깡님은 매번 유일한 노란색 세스나인 C-GBZB를 애용했다. 거의 전용기 수준. 다이아몬드 DA20으로 했던 단독(Solo) 비행도 이걸로 다시 나갔고 비행시간을 쌓아갔다.


똥깡님이 비행하러갈 때 가끔씩 외할머니(장모님)이랑 같이 가곤 했다. 장모님은 차에 남아 손녀 비행기(단 한 대 뿐인 노란색 뱅기)가 왔다갔다하는 걸 바라보셨고.. 

그러던 어느 여름 날, 똥깡님이 차 창문을 내려 놓고 비행하러 갔는데 그 사이에 비가 오기 시작했단다. 장모님은 차에 대해선 문외한이시라 어찌 할 줄 몰라 하셨는데 다행히 비행을 마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었단다. 영어를 못하시지만 손짓발짓으로 창문을 올려달라고 하셨다나?? 

그 때 뿐만이 아니라 여러 번 느끼지만 장모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그 피가 딸내미와 손녀한테 전해졌는지 아지매도 이민가자는 남편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고 잘 다니던 전문직을 그만 두고 나와 함께 이민길에 올랐었다. 똥깡님이야 극성 중의 극성이고.. 장모님, 아지매, 똥깡님 이렇게 처가집 쪽으로 3명의 여자는 보통이 아니다. 


2017년 여름 어느날 똥깡님이 비행하러 간다고 해서 함께 나섰다. 역시나 Forest Flight Centre에서 노란색 세스나를 렌트했는데, 키가 작은 놈이라 방석을 깔고 조종석에 앉았다. 나는 우측석 앉고.. 얼마만에 타보는 세스나 152인가??

런던공항(CYXU)에서 touch & go를 여러번 했는데 똥깡님은 정말 침착하게 잘했다. Crosswind가 10kts 넘게 부는데도 척척... Touchdown 직전 Stall Warning Horn이 삐~~ 소리를 내며 바퀴가 털커덕 활주로에 닿는다.. 완전 정석대로..


영어가 자유스러운 녀석이니 관제사와 부드럽게 교신을 하며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관제사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도 한다.. 어느 날인가 둘이서 같이 런던공항의 관제탑에 올라가 관제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오기도 했다. 비행을 배웠으니 궁금한 점도 많더구만..


이놈은 기계 다루는걸 아주 수월하게 한다. 여자인데도 자동차 운전도 쉽게 배우고.. 하긴 요즘 애들은 자라면서 자동으로 학습하는거겠지만.. 내가 쓰던 니콘 사진기를 들고 가선 지가 뚝딱뚝딱 하더니 멋진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음식 사진을 정말 잘 찍는데 한동안 자기 블로그에 올려 스폰서에게 지원도 받고 하더니 요즘은 좀 뜸하다..


딸내미가 모든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아 즐길 수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ㅎㅎㅎ

다음엔 아지매보고 앉게 해야 하는데, 겁이 많은 사람이라 하려나 모르겠다.. 아, 아니다... 둘이서 한 번 타고 왔던거 같던데.. 기억이란... 사진을 보니 둘이 비행한게 있네.. 보아하니 Lake Erie 쪽으로 간 것 같다.. 노란색 세스나니 BZB가 맞는거 같고..



똥깡님이 조종사 면허(PPL) 시험을 치루던 날엔 토론토에서 단비가 런던에 와 있었다. 토론토에서 직장생활하느라 바쁜 녀석이 그 날은 어떻게 와 있었는지? 단비와 똥깡은 나이 차이가 좀 있는데도 둘이 죽이 너무 잘 맞는다.. 똥깡님의 첫번째 승객도 단비였다. 면허시험에 통과하자마자 단비를 태우고 올라가 한참 있다 내려왔다.. 단비의 심정이 어땠는지는.. 글쎄.. 내려선 생글거리긴 하던데..


[시험관의 덩치가 커다란데, 이 사람이 세스나 152에 꾸겨져 앉아 있다 나오질 못해 똥깡님이 문을 열어주고 있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와선.]

 잘 하고 왔다고 교관과 한 마디..


아, 그러고 보니 똥깡님이 첫비행을 했던 건 캐나다에서가 아녔구나..

미국 콜로라도 덴버 인근으로 출장갔을 때 온 가족이 같이 갔었고 근처의 Cessna Pilot Center에 들러 교관과 함께 세스나로 비행을 한 번 했었네.. 그 때 거기서 로그북을 사기도 했고.. 헤드셋을 사기도 했다. 

그 때가 2011년이었는데 그 때부터 비행을 배워보라고 했었나? 사진을 보니 꽤나 어렸었는데.. 하긴 어려서 부터 그 유명한 여성조종사 Amelia Earhart의 얘기를 해주곤 했었으니..

8학년 때네..  로그북과 헤드셋을 구입하곤 찰칵~
착륙 조금 전.. 활주로에 딱 맞췄고 고도도 적당하다.


한국에 머물다 캐나다로 돌아간 후 비행을 다시 해보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되고 시간 여유가 나면 할 듯 하다. 그 때 옆자리에 또 앉아봐야 하는데..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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