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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Jan 16. 2022

십 몇 년 후 다시 찾은 오르리(Orly)

프랑스의 에어 잉터(Air Inter)/에어 프랑스 시뮬레이터 센터

대한항공에서 A300으로 기종전환교육을 받을 때 시뮬레이터 훈련을 프랑스 오를리(Orly)의 Air Inter에서 받았었다.. 그 이전까지는 태국 방콕의 타이항공(Thai Airways) 시설을 임대해 사용했었다는데 그 때는 왜 Orly에서 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파리 챨스드골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 타고 Orly로 갔다.

일행은, 비행 교관 변영규 소장님하고 기관사(Flight Engineer, F/E) 교관 최명식 소장님이었고, 같이 갔던 학생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S대 나온 친구였는데 A300이 대한항공에서 처음 훈련 받는 기종이라고 했다. 군경력자인 기관사 학생이 한 분 있었고.


Air Inter에서 교육을 받는데 시설이 너무 좋았다. 인천 인하대병원 옆에 있던 대한항공 세뮬레이터 센터와 비교되더라고.

특히나 직원 식당의 그 다양하고 풍성함이란.. 점심을 먹으며 와인을 곁들여 마시는 프랑스.. 끼니 때가 되면 시뮬레이터 교육실로도 케이터링(catering)이 배달되어 왔었다. 알루미늄제 케이터링 박스 안엔 음식과 함께 놀랍게도 작은 크기의 와인병이 들어 있었다. 술을 좋아하시는 최소장님께 대부분 드렸다.


숙소는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작디 작은 호텔이었다. 2층 규모였고 입구 왼쪽에 레스토랑이 있었다.

나도 그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는데, 두 교관님들은 한식 밖에 드시질 못했다.. 그래서 호텔 주위엔 한국 음식점은 전혀 없는 곳이었기에 호텔 안에서 우리가 요리를 했다. 그럴거라고 예상했기에 한국을 떠나기 전, 대형기를 타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사둔 산요 쿠커(Sanyo Cooker)를 갖고 갔다. 쓰지 않는 친구걸 여분으로 빌려 오기도 했고.. 

그 당시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필수품이었던 산요 쿠커

호텔 방에서, 문틈을 수건으로 막아 놓고 창문을 열어 놓은 채 밥도 짓고 찌개도 끓였다. 문틈을 막을 땐 수건을 물에 적시면 훨씬 효과적이더라고.

그러던 어느 날, 호텔 직원이 와서 말하길, 실내에서 요리를 하면 안된단다.. 그 소리를 듣고도 몇 번 더 방에서 요리를 했다. 의지의 한국인. ㅎㅎㅎ. 

그러다 호텔측에 미안해서 그만 두고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했네. 우리의 투박한 한식요리는 호텔 요리에 못지않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쉬는 날 파리 시내를 돌아다녀봤건만 낭만적인 것도 좋지만 너무 지저분했다. 특히 개똥과 오줌 냄새.. 몽마르트 언던의 계단은 개똥 천지였다. 우리 호텔 앞길도 마찬가지... 호텔에서 나와 앞의 쇼핑거리로 나갈 때는 개똥을 밟지 않으려 이리저리 점프해야만 했다.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는 날 파리 시내에 나가 그 유명한 쇼를 보고 왔었다.. Crazy Horse. 뮬랑루즈는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쇼를 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쇼를 보고 돌아오자마자 파리 챨스드골공항으로 이동해 한국행 뱅기에 올랐다. 아지매가 사오라는 시슬리(Sisley) 화장품은 시내에서 샀지. 그 당시엔 Sisley가 엄청 인기 있었다.


로그북을 보니, Air Inter에서 교육을 받았던 기간은 1996년 9월 15일~10월 3일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랍 에미레이츠(UAE)의 Midex Airlines에서 일할 때 A300 정기훈련을 위해 Air Inter를 다시 한 번 더 찾게 되었다. 그 때는 Air Inter가 에어 프랑스에 합병되었기에 에어 프랑스 훈련센터로 이름을 바뀌어져 있었다. 2009년 4월 5일, 6일이었네.. 

기장은 미국인 Mark Edward(이 친구가 동갑이었는데 얼마 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기관사는 내 영원한 친구 모하메드(Mo, 지금은 Air Macau에서 지상학 교관으로 일하고 있고 와이프가 일본인이다), 교관은 Carlos Delp 기장과 네어(Nair) 교관 기관사였다..


Midex Airlines에서 시뮬레이터 훈련을 할 때는 벨기에 브루쉘의 CAE를 주로 이용했었는데, 그 때는 왜 Air France 훈련센터에서 했는진 모르겠다..

처음 훈련을 받고 13년 후 같은 곳에 다시 와서 훈련을 받을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가 Air France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얼마 후 그 시뮬레이터가 완전히 철거되었다고 들었다. A300 운영항공사가 거의 없으니까...

아듀~ Air Inter 시뮬레이터... 그 동안 고생 많았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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