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알 아사드(Al Asad; IQA, ORAA) 미군기지로 비행갔다가 기상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고 이라크 북부의 한 공항에 착륙했던 적이 있었다.
알 아사드 미군기지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이 날도 미군 화물을 적재하고 쿠웨이트 공항을 떠났다.
알 아사드 공항 근처에 다달으니 미군 관제사가 기상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며 우리에게 다른 공항으로 유도해 주겠다고 한다. 출발하기 전에 지정하는 교체공항(Alternate Airport)은 다른 곳이었지만, 우리의 연료가 충분하기에 그 유도에 응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방향을 알려줄 때는 항로상의 Fix를 알려주며 그 곳으로 비행하라고 하지만, 이 날의 미군 관제사는 Heading으로 유도해 주었다.
비행은 내가 맡고(PF), 기장과 기관사는 다른 사항들을 점검했다. 연료가 거시기 하니 주의해서 비행하라고 기장이 여러 번 그랬었지. 이번에 착륙 못하면 우린 큰 일이라고.. 사실 연료는 충분했지만 비정상 상태인 이라크 상공에서 연료를 아까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관제사가 유도해 준 공항에 착륙했고,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그 작은 공항에선 갑자기 나타난 우리 때문에 고생 많았었다. 입국에 필요한 GD(General Declaration) 서류도 문제였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두바이의 본사에서 서류를 보내주어 이를 제출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공항 밖의 세상은 완전 전쟁지역 그 자체였다. 미국 영화 그린 존(Green Zone)에서 나오던 그런 살벌한 모습이었지. 총알이 날라다니던 장면만 제외하면..
2대에 나누어 탄 우리 차량은 최고 속력으로 달린다. 커브 구간에서 끼기끽 거리며 속도를 조금씩 줄이고.. 그래야 언제든 날아올 수 있는 총탄을 맞지 않을 수 있다나? 교차로마다 기관총 진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총을 겨냥한 채 눈을 번쩍이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하니 AK47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검색기를 통과한 다음 경비원이 점검하고 다른 검색기를 또 통과해야 했다.
호텔 꼭대기 층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이 입에 맞고 아니고를 떠나 먹을 수 있는 자체가 안심이었다. 결제할 때 USD 작은 액수지폐가 없어 기관사가 대표로 총액을 지불했네. 전쟁 중이었지만 물가가 낮아 호텔임에도 1인당 비용이 몇 불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린 보통 $10, $20 지폐를 갖고 다녔었는데 호텔 식당에서 우리에게 거스러줄 잔돈이 없었지..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도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두 번째 겪는다고 덜 놀랬다고나 할까?
로그북 기록을 살펴보니, 우리가 divert 했던 그 공항이 술레이마니아(Sulaymaniyah, ORSU)다. 세월이 흘러 IS세력과 전쟁하고 그랬던 지역이 바로 그 곳이다.. 투르크족 자치주라고 들었었고 주위에 유전이 엄청 많았었다..
이란의 테헤란 공항으로 비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 B747이 중국에서 실어온 화물의 일부를 우리가 싣고 테헤란으로 가야하는 건데 미국의 금수품목이란 말이 있었다.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위험물로 분류되는 화물 때문에 체크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기장/기관사는 모두 파키스탄인. 부기장인 나는 캐나다 국적.
두바이공항에서 이륙해 이란 영공으로 진입할 때까지 혹시나 미군이 따라 붙질 않나 걱정을 했었다..
이란영공에 들어서고 얼마 후 젭슨(Jeppesen) 챠트를 점검하다가 우리의 목적지인 테헤란 공항의 챠트가 없더라고.. 내 쪽에. 기장 쪽도 확인해 보니 없고. 난감... 그러다 조종실 뒷쪽에 실려 있는 서류 가방을 확인해 보니 백업용 젭슨 챠트가 있었다.. 휴~..
젭슨 챠트를 관리하는 방법이 회사별로 다른데, Midex Airlines에서는 담당자가 별도로 있었다. 그 친구가 회사 비행기 안에 모든 서류와 비행용 챠트를 실어 놓았었는데 이 날은 제대로 해 놓지 않았던거지.. 물론 출발 전에 우리가 확인해 보면 좋았으련만..
테헤란 공항에 도착해 보니 말로만 듣던 이란의 경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오랜동안 지속되온 경제제재로 인해 옛날 옛적의 고물 비행기들만 그득 했다. 우리가 몰고 갔던 A300B4 화물기도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개조한 낡은 상태였지만 이 정도면 이란에서는 새 비행기라고 해도 될 정도.. A300B4 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진 A300B2 비행기를 그 공항에서 처음 봤는데 아직도 쌩쌩하게 돌아다닌다고.. 그리고 부품을 구하지 못해 운영하지 못한다는 비행기가 왜 그리도 많던지... ㅠㅠㅠ
기내에 점검차 올라온 세관 공무원이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선 자기 부인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한참을 떠들다 내려갔다. 그 당시 테헤란 TV에서 대장금이 나왔었다는데 그걸 보고 또 보고 한다나.. 맨날 대장금만 봐서 자기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이 이란 아저씨 말고도 대장금 얘기를 하는 이를 여러 명 만났었는데 난 아직껏 대장금을 보질 않았다.
러시아로 비행했을 때도 있었네.. 러시아 한 가운데의 콜트소보(Koltsovo). 러시아 발음은 모르겠다..
두바이 공항 바로 옆의 샤르자(Sharjah) 공항에서 출발했었는데, 이륙하고 나면 얼마 후 탑승한 화주측 대리인이 기장에게 현금 봉투를 건네 주었다. 그러면 우리 전체가 그걸 나눠 갖고.. 승무원에게 지급하는 수고비란다. 땡큐 땡큐~ ㅎㅎ
이란 상공과 그 북쪽의 여러 '탄' 국가들을 지나 러시아를 향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관제사들의 영어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간다. 목적지인 중부 러시아에 도착하니 정말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지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어인지 러시아어인지??
그나마 호텔이 훨씬 나았지. 영어를 할 수 있던 호텔 직원들 덕에 근처 관광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당신들이 최고 이쁘다고 우리가 그랬었지~..
Koltsovo Airport의 우리 비행기
우리에게 근처 설명을 해줬던 호텔 직원그 곳으로 3번 정도 비행갔었던 듯 하다. 주로 자동차 부품을 싣고 갔는데 러시아 현지에서는 자동차 부품 가격이 높아 사업이 잘된다고 했다.
자동차를 싣고 비행갔을 때도 기억이 난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으로 싣고 갔는데 주로 토요타 랜드 쿠루저(Land Cruiser)였다. 방탄처리된 특수 차량들이라기에 화물칸에 실린 차량의 문을 열어보곤 했다. 차량 문의 두께가 엄청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무거워서 여닫기에 무척이나 힘들었었다..
비행기가 뒤로 미끌어진 적도 있었구나..
어느 날 아프카니스탄의 바그람에 들러 일부 화물을 내린 후 북서쪽에 떨어진 마자르이샤리프(Mazar-i-Sharif) 공항에 도착했다. 마자르이샤리프에는 독일군이 상주하고 있었지..
착륙 후 주기장으로 이동했는데 비행기가 한 대로 없고 달랑 우리 비행기 하나였다. 주기장으로 진입하니 독일 군인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바그람에서는 미군의 용역업체가 지상조업을 했었는데.. 독일군인의 수신호에 따라 정지하고, Parking Brake를 셋트하고 엔진을 셧다운했다. 그 독일군인들은 헤드셋이 없어 우리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쵸크(Chalk)를 고였다는 수신호를 보내기에 기장은 Parking 브레이크를 풀었지..
그리곤 비행이 끝났으니 나나 기장이나 비행 후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고개를 들어 밖을 보니 비행기가 뒤로 움직이고 있고 군인애들이 우리한테 뛰어오며 소리치고 손짓을 하고 난리다.. 기장을 부르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가 밖을 보고 상황 파악..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고 비행기를 멈춰 세웠다. 한 10미터 정도는 굴러간 듯..
그 어린 군인애들은 바퀴에 Chalk도 대지 않고 Parking Brake를 풀어도 된다고 신호를 보내?? 아니면 우리가 그걸 잘못 해석했을 수도.. 아무튼 뒤에 아무도 없었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정말 식은땀 났던 날…
두바이 공항과 지척인 샤르자(Sharjah) 공항 쪽은 아침에 안개가 바다쪽에서 밀려오는 경우가 잦았다. 하루는 샤르자 공항에 접근하고 있을 때 안개가 페르시아만에서 쫘~악 밀려오는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착륙이 안되니 공중 대기(Holding)를 하라며, 우리의 의도를 묻는 관제사에게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되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알 아인(Al Ain)으로 diversion하기로 결정했는데 A300 재래식 항공기로는 항로 찾기가 참 어려웠다. 주위 항로의 Fix들 명칭이 익숙한 것도 아녔고.. 관제사의 도움으로 알 아인에 돌아와 회사 미니버스를 타고 다시 샤르자 공항으로로 돌아갔다.
파키스탄에 내려 레이오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였다. 치안이 정말 나쁘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둑놈처럼 보이던지..
온 동네가 다 크리켓 하는 머시마들로 가득했었지.. 공항 주위는 무장군인들이 엄청나게 둘러 싸고 있었고. 공항 안에선 제복 입은 관료들이 자국민 승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참 간섭이 많은 곳이었다. 채찍만 들지 않았지 꼭 노예를 부리는 듯 했다. 우리 승무원들에겐 깍듯했지만..
버스며 트럭을 온갖 색깔로 장식을 해 놓았는데, 내 눈에는 어렸을 때 보았던 상여를 보는 느낌이었다.
Midex Complex에는 필리핀 여자랑 사는 백인들이 몇 있었다. 영국인 운항책임자, 미국인 기장 등등..
미국인 기장 알(Al)은 디트로이트가 고향이고 집에 총이 몇 십자루 있다고 자랑했었는데, 필리핀 여자랑 결혼하고 나니 필리핀 사람들은 순 도둑놈들이라고 자주 투덜거렸었다. 마닐라의 자기 집에 가면, 여자쪽 사돈의 팔촌까지 다 나타나 돈을 달라고 난리를 부렸었단다. 자기가 없을 때 자기 땅의 명의를 바꿔버려 법적 다툼을 했었기도 했고..
Midex Airlines에서 친하게 지냈었던 프랑, 림, 샘..
네델란드인 프랑은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으로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파견되었을 때 결혼했다고 한다. 프랑하고는 UAE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곤 했었다. 아부다비엔 너무 자주 갔었고.. 프랑은 말 솜씨도 좋고 영어도 잘하고 매너도 참 좋았다.. 지금은 남미의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다고 메일이 왔었는데..
말레이시아인 림. 일본항공(JAS)에서 기관사로 일했었기에 항상 림상이라고 불렀었지. 모형비행기(RC) 비행기 만들고 날리기를 좋아하는 림상은 Midex Airlines을 끝으로 비행생활을 접고 쿠알라룸프르로 돌아갔다. 와이프가 운영하는 사업을 도우며 지낸다고.. 한국산 김을 좋아해 우편으로 자주 보내주곤 했는데.. 우한폐렴이 심각해진 말레이시아에서 건강하게 잘 있는지 연락해 봐야겠다.
샘은 레바논인데 사우디에서 자랐고 캐나다 퀘벡에서 지냈었다. 샘은 사우디항공에서 일하고 있다.. 와이프도 함께 갔고 조만간에 아빠가 된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와이프이지만, 아가씨를 만난다고 두바이에서 우리가 신경을 많이 써 줬었지..
TV만 틀면 두바이 얘기가 나오던 시절, 생소하기만 했던 이슬람 문화권을 처음 접했던 시기였다. 촌놈의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었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