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바그람, 칸다하르

A300 화물기에서 내려다 보았던 그 땅..

by 체스터 Chester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너무나도 쉽게 떠나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탈레반이 점령해 버렸지만 아직 탈출하지 못한 자국 국민과 현지 협조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카불공항으로 긴급 항공편을 꾸리기도 하였다. 불과 2~3주 전의 일이었지..

그보다 한 두 달 이전엔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조용히 철수했다는 기사를 보았었고...


바그람, Bagram Air Base…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미 공군기지 중 가장 큰 곳으로 Midex Airlines에서 일했던 3년 동안 자주 비행했던 곳이었다.

바그람 뿐만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내의 카불 공항, 칸다하르(Kandahar) 공군기지, 그리고 마자르이샤리프(Mazar-i-Sharif) 비행장으로 A300 화물기를 타고 열심히 미군 화물을 날랐었지.


Midex Airlines은 A300과 B747 두 기종의 화물기를 운용하였다. 내가 탔던 A300은 30톤의 화물을, B747 항공기에는 100톤 정도를 싣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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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공항에서의 우리 A300 화물기]


두바이(Dubai), 샤르자(Sharjah), 쿠웨이트 또는 바레인에서 출발한 우리 비행기는 미군 물자를 실었기에 이란 영공을 통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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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림의 빨간색 선처럼 이란을 피하여 오만海(Gulf of Oman)를 따라 동쪽으로 비행하여 파키스탄 영공에 진입한 후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아프가니스탄 영공으로 들어갔다. 칸다하르 공항이 먼저 나타나고 거기서 북동쪽으로 진행하면 카불 공항과 바그람 미 공군기지가 근처에 있었다.


[쿠웨이트에서 출발해 두바이 앞 페르시아만을 비행할 때의 모습. Burj Khalifa 빌딩이 왼쪽 아래에 보인다. 왼쪽의 사막을 더 왼쪽으로 쭈욱 달려가면 우리의 베이스인 알 아인(Al Ain)시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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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海 건너편의 이란은 이런 모습이었다. 위에서 내려 보면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무지 같아 보였다. 이런 황무지 모습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으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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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산악지이기에 더 황량해 보였고 겨울에 비행하면 정말 장관이었다.. 그 높은 지대가 눈으로 엄청나게 뒤덮혀지니..

우리가 바그람으로 갈 때 넘었던 산맥에 겨울마다 눈사태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했는데, 그 겨울에도 사상자가 있었다고 신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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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공군기지는 왠만한 도시 규모였다. 착륙 전 기지 상공을 한바퀴 삐~잉 돌 때 찍은 사진..

노란색 방향(Rwy 03)으로 착륙하여 빨간색으로 표시된 민간 항공기 주기장으로 이동해 화물을 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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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공군기지 주변은 높은 산들이 3면을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 한 쪽 방향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고.

착륙 조금 전의 모습으로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활주로(Rwy 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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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영공은 미군이 항공관제를 했는데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기 조금 전 ISAF(국제안보지원軍) 코드로 우리의 편명을 바꿔야 했다. Midex 300이었던 우리 콜사인이 ISAF XXX 라는 식으로 바뀌기에 주의해서 교신해야 했었다.


[바그람 공군기지 주변의 모습. 울타리처럼 쌓여 있다.

내 머리 뒷통수가 보이고 그 옆에는 공항 챠트와 함께 적어 놓은 메모가 보이네.. 이 날의 콜사인은 IASF06FC였구나.. 트랜스폰더 Squawk code가 0456이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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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 3장은 기관사(F/E)인 랜스(Lance KRUGER)가 비행하며 찍어준 것들이다.

랜스는 사우디 항공(Saudia)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고 그의 부인은 한국인이었다. 사우디에 살 때 사우디 항공 사택에 있었는데 술을 팔지 않는 국가라 아주머니가 포도주를 직접 담그곤 했단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가끔씩 초청해 같이 마시곤 했다네. 그러던 어느날 포도주가 너무 익어 폭발하는 바람에 사택의 벽이 포도주로 도배가 되어 버리는 사건이 났었단다. 회사에서 눈치챌까봐 랜스와 아주머니가 밤새 페인트 칠을 했었다고... ㅎㅎㅎ

Midex Complex에서 랜스와 그의 부인이 파티를 자주 열었는데 아주머니가 얼마나 말씀을 잘하시던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가끔씩 러시아 국적의 화물기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비행하곤 했는데 영어가 안되 관제를 하는 미군이나 주위의 다른 비행기들이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러시아 화물기에는 통신사가 따로 타고 있다고 했지만 영어 공부를 너무 안하는 듯 했어..


아프가니스탄 상공에는 미군 전투기, 수송기들이 엄청들 많이 날라다녔다.

C-5, C-17 같은 대형 수송기가 원을 그리며 빠르게 강하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고. 특히 C-17.

어느 날엔가 착륙을 시켜주지 않고 공중에서 선회(Holding)을 오랫동안 시키기에 착륙 후 물어보니 미 본토에서 높은 분이 오셨다고 하더라고.. 며칠 지나니 오바마 대통령이 바그람 기지를 방문했다고 신문에 실렸었다...


전쟁지역인 바그람 공군기지에는 무장 헬리콥터와 F-15, F-16, F-18을 비롯한 전투기, 전자전기 그리고 C-5, C-17, C-130 같은 수송기들의 이착륙으로 무지 바쁜 곳이었다.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부르던데 바그람 기지에 잠시만 있어보면 그 의미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주기장 바로 앞에서 이륙 준비하던 F-15. 바퀴가 지상에서 떨어지면 몇 십미터 밖에 안되보이는 아주 낮은 고도에서 가속하고 주변의 산 인근에 다달아 로켓처럼 수직으로 솟구쳐 날아 올랐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비행술이라고 했지. 얘들이 뜰 때면 모두 귀를 틀어 막은채 바라보며 감탄하곤 했는데 한국의 대구공항에서 KF-15를 볼 때보다 더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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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른 조종사팀이 바그람으로 비행갔었을 때 주기장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대피하고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미군 막사로 대피하려고 했더니 미군 이외에는 안된다고 해서 비행기에 그냥 있었다나? 다행히 아무런 피해는 없었다.

운항부서장이었던 케이시(Casey) 기장이 바그람으로 비행갔었을 때 비행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밤을 새워야 했는데 미군 막사에서 재워달랬다가 거절되어 비행기에서 담요만 덮고 잤단다. 해발이 높은 바그람이라 춥디 춥건만 미국 공군 예비역인대도 들어주질 않더라고 하면서 엄청 투덜됐었어..

우리가 비행갔던 어느 날도 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몇 시간 동안 수리한 후 간신히 떠나올 수 있었다. Main Cargo Door가 잠겨지지 않아 모두 고생 많았지. 유압을 수동식으로 작동했어야 했기에 랜딩 기어 옆에 있는 수동 유압펌프를 돌아가며 펌프질 했었다..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참 많았다. 어느 날은 우리 비행기 앞으로 노동자용 버스가 지나가는데 한글이 눈에 화~악 띄더라고.. '실로암 유치원'이라고 씌여진 버스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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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비행하면, 정말 깜깜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과 칸다하 기지 등 군 시설과 수도 카불만 환하게 조명이 되어 있었고 그 이외에는 온통 칠흑 같은 어둠에 감춰져 있었다.

바그람 기지로 야간에 접근하던 도중 펼쳐졌던 조명탄 불꽃..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무장 병사들이 탑승한 헬리콥터들이 날아올랐지. 우리는 비행기 안이라 들리지 않았겠지만 총알을 퍼붓는 소음도 요란했었을 것이다. 전쟁을 떠나 조명탄의 불꽃은 정말 멋있었다.. 조그만 낙하산에 매달려 이리저리 이동하며 천천히 떨어지는 그 불꽃..


탈레반의 본거지에 위치한 칸다하르 기지에는 미군 이외에 캐나다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그래서 칸다하르로 비행하게 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곤 했다.

칸다하르 공군기지에는 캐나다의 국민 커피샵인 팀 홀튼스(Tim Hotron’s)도 있었다. 여러 번 비행했지만 아쉽게도 팀 홀튼스에 들릴 기회가 없었다.. 거기서 더블더블 한 잔 했어야 한건데...

이 기지에는 리퍼(Reaper)라고 불리던 드론 공격기가 여러 대 있었다. 칸다하르 기지에서는 정비와 무장을 했고 조종은 지구 반대편인 미국 본토에서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항 교신에서는 그 드론 조종사의 목소리가 해당 주파수에 들렸기에 사람이 탄 비행기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지.

야간 이륙을 하기 위해 활주로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시커멓고 아무런 조명이 없는 리퍼가 칠흑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착륙하곤 했다. 전쟁 지역이라 모든 조명을 다끄고 접근하다 착륙 직전에 켰는데 리퍼같은 무인기는 아무런 조명없이 착륙했지.

이상하게도 칸다하르 기지의 사진이 없다. 거기서는 찍지 않았었나??


아프가니스탄의 관제를 맡고 있는 미군의 수준이 매우 낮았었다. 군대라 그런건지.. Radar vectoring을 자주 주었는데 어느 날엔 미군 전투기와 마주보는 방향으로 해주기 했었다.. 기분 정말 더러워 관제사에게 컴플레인해 댔었네..

산악 지대인 바그람 공항에서, 관제사가 그 산 뒤로 우리를 보내 놓고는 자기네 레이더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고 여러 번 그랬었다. 지들이 보내놓고 Radar contact lost라니… 그럴 때마다 참 찜찜했었지. 산이 많은 지역이니..


파키스탄 관제사 얘기도 적어야겠네. 파키스탄의 관제장비가 얼마나 엉망인지 UAE 쪽에서 진입하다 보면 관제사 전파도 약하고 목소리도 이상하게 들려 우리가 항상 그랬었다. 쟤들은 왜 우물 안 깊은 곳에서 말하는 식으로 항상 하냐고..

알아듣기도 참 힘들었지. 하울링이라고 하던가? 그 마구 울리며 들리는 현상.. 그게 심했었다.


파키스탄을 빙 돌아가는 비행계획인데 가끔씩 최단거리로 직진하게 해 줄 때도 있었다. 아래 그림의 녹색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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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는 관제사에게 말을 공손하게 하면 들어주는게 아니냐고 그랬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지. 그런데 이 짧은 항로로 가면 연료가 남아 돌아 문제가 되곤 했다..

화물과 연료는 최대로 실었고, 30분 이상을 단축해서 가니 연료를 덜 태우게 되어 최대 착륙허용중량(Max Landing Weight)을 초과해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거지... 그래서 날아가는 동안 Speed Brake를 펼쳐서 저항을 키워 연료소모율을 높이거나 접근하며 랜딩기어를 일찍 내려 저항을 키우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를 더 태워야 했다.

A300 항공기라 연료 방출(Fuel Jettison)을 할 수는 있었지만 모두 다 방출을 꺼렸었다. 연식이 오래된 할배 고물 비행기라 그렇기도 했지만 전쟁 지역 상공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연료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주로에 터치다운하는 순간 최대 착륙허용중량에 딱 맞도록 착륙했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비행하면, 돌아올 연료까지 최대한 실었다. 전쟁지역이라 연료 가격이 엄청났으니까.. 전쟁을 하고 있지만, 바그람 기지로만 매일 수영장 1개 분량의 연료가 운송되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역시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스케일이었어.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던 카불공항으로도 두 번인가 비행했었다. 한 번은 목적지가 카불공항이었고, 다른 한 번은 바그람 공군기지의 기상 때문에 카불공항으로 Divert했었다. Diversion한 그 날은 카불공항이 엄청 바빴는데 주기할 공간이 없어 자리가 날 때까지 공중에서 대기해야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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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공항에 착륙한 후 바그람 공군기지의 날씨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공간이 없어 활주로 인근에 세웠다. 저 멀리 특이하게 생긴 러시아제 비행기가 주~욱 서있다.]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숱하게 지나다녔지만 정작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장 낮은데서 보았다면 공항 주변의 네모난 담으로 둘러싸인 흙빛깔 집들이었을 뿐.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했던 미국인 드류 빈스키(Drew Binsky)의 유튜브 채널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했었다는 이 친구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매우 좋아했다.

공중에서 내려다 볼 때는 황무지였지만 그 아래에는 농사짓고 과일을 재배하는 사람들과 악기와 춤을 배우며 이슬람의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여자들도 살고 있었다. 선진국처럼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시장에는 온갖 채소와 곡물이 매매되고 있었고 학생과 사업가 등 현지인들은 자신들 방식대로 삶과 문화를 이어가고 있던거지. 물론 한쪽에서는 탈레반과의 전투를 벌이는 군인과 경찰이 있었고..

드류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할 때마다 가이드를 했던 현지인(이름을 잊었네..)과 그 가족은 호주군의 마지막 비행기에 올라 호주에 정착했다고 한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했지만 그 안에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은 계속 되어질 것이다. 언젠가 안전하고 평화스러워진다면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여행을 해보자 한다. 신라시대의 혜초스님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을 끌어들였던 그 무엇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알렉산더대왕과 몽골의 군대가 남겼던 유적들을 둘러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공중에서 내려다 보기만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땅을 밟으며 현지인들과 어울려 보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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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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