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항공에서 비행하던 날들..

가난한 나라, 라오스의 국영항공사

by 체스터 Chester

모기잡던 새벽 비행..

매일 새벽마다 라오항공의 A320은 비엔티엔--방콕 비행이 있었다.

우리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이 항공기에 도착하기 전, 정비사가 비행기의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덥디 더운 동남아에서 비행기 출입문을 열어 놓고 작업을 하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러 모기들이 비행기 안으로 몰려 든다. 문을 닫고 작업을 하면 좋았으련만, 우리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일행을 맞이하는건 모기들…

그럼 전기모기채를 들고 모기 사냥에 나선다. 승무원들은 객실을 하고, 나는 조종실 쪽 모기를 없애는 작업.. 지직 지지직..

새벽 비행기 안은 모기 사냥터였다.

40.jpg 모기잡기 일등 공신


속살을 드러낸 라오항공 A320 비행기..

라오항공 항공기의 중(重)정비는 태국 방콕에서 주로 했었다. 어느 날인가 A320 한 대가 중정비에 더해 외부 색칠까지 새로 하고 돌아왔지. 새로 칠해서 아주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그런데 며칠 지난 후부터 이 비행기의 페인트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동체 중간부위의 페인트 거의 전체가 날라가 버렸지..

작업비가 제일 쌌던 태국 업체에게 맡겼다는데 엉터리였다나 뭐라나...

라오스 국내선에서야 그런대로 다닐만 했지만 인천공항, 방콕공항처럼 여러 나라 항공기가 몰리는 대형 공항에 이 비행기를 몰고가면 시선 집중이 돼 창피했었다.. 결국 새로운 업체에 도장 작업을 다시 맡겨 깔끔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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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항공의 정비는, 현지인과 프랑스 에어버스 파견 직원들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중대한 결함없이 잘 다녔지. 근데 타이어는 엄청 자주 바꿨어.. 훨씬 더 쓸 수 있는 것들도 척척척..

경영진의 뒷주머니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확인된 건 없고.. ㅎㅎㅎ


아, 한 번은 APU 전원이 문제가 생겨 한소리 들은 적이 있었다.

저녁 시간에 방콕에서 비엔티엔으로 돌아오는 편이었는데, 승객 탑승이 시작되어 지상에 있는 동안 꺼놨던 보조동력장치(APU)를 켜고 전원공급을 지상전원에서 APU로 바꿨더니 갑자기 실내가 암흑이 되어 버렸다. 얼른 지상전원으로 바꿔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다시 한 번 시도했는데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APU 전원에 문제가 생겨버린 듯 했다..

그래서 정비사를 불러, 해결하라고 했더니 정비사가 지상전원에서 APU 전원으로 다시 한번 연결을 시도했는데 또 비행기 안은 깜깜해졌고..

결국, APU 전원을 수리지연(defer) 시키고 Pushback 전 엔진 하나를 시동걸고 비엔티엔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승객 중에는 라오항공 사장이 있었어..

비행을 마치고 사장님이 묻는다.. 캡틴 킴, 어찌된 일인가요? 같이 탔던 내 친구가 엄청 놀랬잖아요...

전들 압니까요? 기계가 그러는건데... ㅠㅠㅠ


비엔티엔공항 약 35마일 전방의 모습.

우기엔 이런 대형 뭉게구름(CB)이 군데군데 널려 있었다. 동남아에서 비행하면 이런 구름을 열심히 피해 다녀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해가 지고나면 뭉게구름의 위력도 작아지고 얼마 지나면 사라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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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엔 북쪽의 남릉땜/호수 상공을 지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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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상공. 루앙 프라방과 비엔티엔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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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라오스의 공항에 대해서도 써야겠구나..

비엔티엔공항은 한쪽 방향으로 이륙하고 그 반대방향으로 착륙하는 방식이었다. 공항의 서쪽 부분만 사용하는거지. 물론 100% 반드시 그래야 하는건 아니고, 관제사에게 요청하면 다 들어주긴 했다.

계기비행 접근 이외에 Visual Approach도 자주 했었네..


루앙 프라방으로 자주 비행했었는데 한쪽 방향만 ILS가 있고 반대 방행은 VOR Approach였다.

주로 ILS를 이용했는데 ILS Approach 절차는 루앙 프라방 북서쪽에 톡 뒤어나온 산봉우리를 감싸며 procedure turn하도록 되어 있었다. 날씨가 좋아 산봉우리가 보이면 괜찮지만 날씨가 좋지 않거나 야간에 비행할 때는 신경이 엄청 쓰였던 곳이다.

화면 캡처 2021-09-23 225643.png

루앙 프라방 공항 북서쪽의 산봉우리.

저 산봉우리의 왼편을 지나 노란색 선처럼 180도 선회하면 루앙 프라방 공항으로의 직진 진입로와 만나게 된다..


라오스 남쪽의 팍세 공항으로도 종종 비행했는데, 특히 팍세 쪽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 경우 정부 공무원들을 태우고 가는 경우였다.

팍세 인근에선 몇 년 전에 라오항공의 ATR72가 추락했던 곳이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주위에 작은 산도 많았고..


라오항공의 조종실에서 함께 일했던 부기장들에 대해서도 써야겠구나..

라오항공의 부기장들은, 국가에서 선발하여 태국이나 프랑스에서 비행교육을 받고 돌아와 비행업무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자 자격이면 되었기에 비행을 시작한 나이가 대부분 20대 초반이거나 10대 후반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비행도 잘했고, 영어도 잘했고, 품성들도 좋았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몇몇을 제외하곤..


한국으로 비행갈 때는 주로 부기장이 조종하게(PF) 했고, 라오스로 돌아올 땐 내가 PF.

다른 국가로 비행하게 되면 갈 때는 내가 PF, 돌아올 땐 부기장이 PF를 하게 했었다.


아띠따야는 비행을 정말 잘 했다. 특히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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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정석은 아녔지만 활주로에 살며시 터치다운하는 건 대단했다. 터치다운 조금 전 강하각을 깊게 만들어 PAPI에 빨간색 등이 3개 보이게 만들고 끌고가며 터치다운하는 스타일인데 매번 부드럽게 내렸다. 물론 나는 쿵하게 내리는 Firm Landing을 선호하는지라 나와 기술적인 차이는 있었지..

아띠따야의 여자 친구는 미스 라오스 출신이었다. 이 녀석이 여자가 생기고 나더니 완전히 달라졌었어. ㅎㅎㅎ


아띠따야와 하노이 비행을 했을 때 황당한 일이 있기도 했었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잘 도착하고 내가 외부점검을 나갔는데 수직날개에 뭔가에 찢긴 듯한 자국이 3군데 있었다. 비엔티엔을 출발할 때 외부점검을 했던 아띠따야에게 아까는 어떻했냐고 물으니 그 때는 없었단다. 그리곤 이 녀석이 하늘 말, 아까 사무실에서 봤는데, 오늘 라오스 군대가 사격을 하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라오스어로 써있었단다. 헐...

아띠따야의 그 말을 듣고 자국을 보니 정말 총탄 때문에 생긴 듯해 보였다. 하나는 관통된 걸로 보이고.. 비행기가 총알을 맞다니.. 이럴 수 있나??

화면 캡처 2021-09-23 225922.png

아무래도 확인을 해야겠고, 특히 그 내부가 어떨지 모르니 정비사보고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비사 왈, 탑승 브리지 앞에선 할 수 없으니 베트남항공 격납고로 끌고가 점검해야 한단다. 공항 당국에 허가를 맡고 토잉 트럭을 기다리길 한참.. 드디어 공항 반대쪽의 베트남항공 격납고로 끌고간 후 사다리 차를 타고 올라가 정비사들이 확인하니, 수직날개에 원래 있는 홈들인데 그걸 막아주는 캡(cap)들이 다 사라져 버려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했다.

그런 코미디로 인해 몇 시간 지연이 되었지.. 애꿋게 불편을 겪은 승객들..

외부점검할 때 제대로 하라고 아띠따야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었다. 물론 이 날 이후로 부기장의 외부점검을 신뢰하질 않고 내가 직접 했지...


폰손은 틈만나면 캠핑을 가는 친구였는데 주로 비엔티엔 북쪽의 남릉호수 안의 섬으로 갔었다. 친구들하고 캠핑 다녀온 얘기를 많이 해주었지.

지난 2017년에 만났더니 절에 몇 달간 들어가 승려생활을 하였다고 했다. 탁발 의식도 다 따랐다고.. 라오스 남자는 일정 기간동안 절에 들어가 수도하거나 군대에 복무해야 한다고 했다. 폰손은 절에서 수도한거지. 그래서인지 이 친구는 정말 착하다..


푸타삭은 기술적인 면에서 그저그런 수준이었지.

어느날 비엔티엔 공항 근처의 사진관에 들렀는데 거기에 푸타삭의 결혼사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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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들으니 아띠따야는 기장으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공산당원이 아님에도 대단하지... 20대 후반에 A320 기장이 되었으니 라오스 사회에서는 1등 신랑감이 되었다.

바나기장을 비롯한 라오항공의 나머지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라오항공 자체가 거의 전멸 상태와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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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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