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하게 되는 이름, 재비어

홍콩에서 만났던 같은 이름의 두 똘아이 조종사

by 체스터 Chester

현재까지의 내 인생에, Xavier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세 명 만나보았다. 호주놈, 프랑스놈, 스페인인..

Xavier, 재비어로 발음된다.


호주놈 재비어와 프랑스놈 재비어는 홍콩의 홍콩 익스프레스 항공사(Hong Kong Express, HKE)에서 만났고, 나머지 한 명은 중국 쿤밍의 럭키항공에서 만났다.

홍콩에서 만났던 재비어라는 이름의 X들에 대한 나쁜 기억으로 인해, 그 몇 년 후 럭키항공에서 새로 왔다며 스페인인 기장이 자기 소개를 할 때, 나는 그에 대해 엄청나게 경계했었다. 이름이 재비어라는 이유 그 것만으로.. 그 스페인인 재비어는 B737 기장이었고 나와는 관련이 없어 럭키항공을 떠날 때까지 그와 꼬인적은 없었다.


에어부산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어디로 옮기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중국은 가기 싫으니 중국은 제외해 놓고..

이것저것 따지다 홍콩의 홍콩 익스프레스로 결정했다. 이론 평가와 비행 실기 평가를 모두 통과하고 HKE에 합류했다.


[홍콩 익스프레스 A320.

하이난그룹의 빨갛고 노란 촌스러운 색상을 홍콩 모습으로 바꿔 칠한 첫번째 비행기라고 사내에서는 떠들썩 했었다.. 럭키항공도 하이난그룹 소속이라 그 빨갛고 노란 혐오스런 모습이었다. ㅠㅠㅠ

중국 쿤밍공항에서 찍은 사진이네.. 쿤밍에서 지내게 될 운명이었나?? 딱 한 장 있는 HKE 비행기 사진이, HKE에서 A320을 몰고 단 한 번 갔었던 쿤밍공항에서 찍은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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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교육 다 받고, 비상착수 훈련은 대만의 China Airlines으로 날아가 실습하고.. 홍콩면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4과목 필기시험을 보고.. 시뮬레이터를 여러 번 타고 체크를 두 번 받고. 시뮬레이터 파트너는 지영씨였다. 대단한 아줌마!


지영씨는 캐세이 퍼시픽에서 승무원 생활을 하다가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던 남편을 만나 그 남편이 아부다비의 에띠하드(Ethihad Airways)로 옮겼을 때 따라가 살며 UAE에서 비행을 배운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그것도 나이 40이 다되서. 애는 둘.

토론토에 사는 언니를 방문하러 캐나다에 왔을 때, 나는 캐나다 집에 있었기에 토론토로 나가 그 때 처음 만났었다. 지영씨는, 대만의 중화항공에서 비상착수 훈련을 할 때 수영 못하는 나를 잘도 끌고 다니기도 했었다.


재비어라는 사람이 운항본부장이었는데 내가 만난 첫번째 재비어였다.

호주사람으로 사람이 별로 좋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이쪽저쪽에서 들려왔다.

어느 날은 퉁충시장 내의 한국분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그 호주인 재비어가 멀리서 나를 보고 있었다. 아주 희안한 느낌.. 흘낏흘낏 쳐다보며 꼭 감시하는 느낌..

다가와서 아는척 하는 것도 아니고. 멀리서라도 하이 하고 말을 건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에게 다가가질 않았다. 기분이 아주 더러웠거든.


HKE에서 있을 때 그 호주인 재비어는 조종사에게 공지메일을 엄청 띄웠는데 별의별 내용이 다 있었다. 그 때부터 난 그를 똘아이로 간주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보면,

- 가능한한 수동(매뉴얼)으로 비행해라. 자동장치(Auto Pilot)를 쓰지 말고.

- 이륙해서 10,000'를 넘자마자 최대속력으로 증속해서 홍콩 관제구역을 빨리 벗어나라. 재비어 자신은 320kts로 증속한단다.

- 홍콩 첵랍콕공항에 착륙하면 60kts로 활주로를 개방하라 등등등...


나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좁아터진 홍콩 공역이 항공기들로 복잡복잡한데, 특히 TD VOR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하느라 엄청 조심해야 하는데 거길 미쳤다고 매뉴얼로 비행하고 있나?

속도는 다른 항공기들하고 조율이 되야 되는거지, 관제사들과 협의 없이 HKE 비행기만 빨리 날라다니면 뭐가 도움이 되는건지?

60kts로 왜 활주로를 개방해야 물으니, 홍콩의 관제 분리가 짧으니 뒷비행기에게 더 시간을 주기 위함이란다. 다른 비행기를 도와주려다 자기가 위험에 빠지는 건 고려 안하나??


어쨋든 그 호주놈 재비어의 공지를 읽다보면 이런 놈을 운항본부장에 앉힌 하이난 그룹은 도대체 뭔가라고 당연히 느껴졌었다. 홍콩에 있던 또 다른 하이난 그룹 항공사인 홍콩에어라인도 비슷하다고 들었다.

주인이 강력하게 틀어쥐고 운영하는게 아니다 보니, 말빨 쎄거나 공작을 잘 하거나 사바사바를 잘 하는 인간들이 경영진으로 선발되고 있다고들 했다.


그런 호주놈 재비어는 가능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지냈다.


HKE에서의 노선훈련은 아주 순조로왔다. 별 이상없이 1차 체크를 마쳤고..

그 다음인 2차 체크 스케줄이 나왔는데, 검열기장(TRE)의 이름이 재비어다.

운항본부장인 호주놈 재비어가 하나보다 하고 출근했더니, 다른 누군가가 있는데 자기 이름이 재비어라고 소개한다. 프랑스놈 재비어였다.

한 항공사의 검열직에 있으려면 나이나 기술이나 인품이나 이런게 갖춰져야 한다고 나는 늘 생각해 왔는데, 얘는 너무 젊다. 30대 초반 정도. 지나고 보니 기술적인 면도 부족했고.


어쨋든 이 프랑스놈 재비어와 대만의 타이충 공항으로 다녀왔다.

체크 과목에 비정밀접근 항목이 있으니, 타이충 공항에 들어갈 때는 Localizer Approach를 하잔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툭하면 했던 LOC Approach이니 너무나 익숙한것. 그대로 쫘~악 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다.

홍콩공항에서 비행을 다 마치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너 떨여졌다(failed)'란다.. 으잉 뭔소리??

왜 냐고 물었더니, 'Localizer Approach는 Decelerated Approach 방식으로 해야지, 너처럼 Stabilized Approach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 그리고 최종접근지검(FAF) 이전 3마일 전 쯤에 full configuration을 갖췄는데 그건 너무 일찍한거다. 기장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다'란다..

뭔소리를 하는겨? 라고 했더니 자기는 그렇게 보고하겠고 이의 있으면 회사에 얘기하란다.


혹시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건가 싶어 집으로 돌아온 후 항공기 제작사 비행운용교본인 FCOM을 찾아봤다. HKE의 표준운항절차(SOP)에도 찾아봤고.

그런데, HKE의 SOP에 그런 내용이 실려 있었다.

회사를 바꿨으니 SOP를 살펴봤지만, 너무나 당연한건 건너 뛰었었건만 HKE의 SOP에는 Localizer Approach를 Decelerated Approach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비정밀접근을 어떻게 Decelerated Approach 방식으로 비행하는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의아했고, 에어버스사에서 만든 FCOM에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나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한 개 운영사가 자기들 맘대로 바꿀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곤 그 날 밤부터 끙끙 앓기 시작했다.

저 거지같은 XX들 때문에 자존심도 상했고 그러다 보니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다음날 근처의 병원에 들러 진단서를 발급 받은 후 HKE에 제출하고, 한국으로 향했다. 어머니 집에 머물며 속도 진정시키고 몸도 회복하며..


그러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 프랑스놈 재비어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어, 검색하며 알아보니 정밀접근에서는 Decelerated Approach가 맞고, 비정밀에서는 Stabilized Approach가 맞는 절차였다.

에어버스사의 A320 FCOM에 실려있는 문구하고 똑같았다..


그래서 HKE의 훈련팀장(브라질인)과 운항본부장인 호주놈 재비어한테 이-메일을 보냈다.

어떻게 HKE의 SOP가 에어버스사의 FCOM에 명시된 절차를 벗어날 수 있냐고. 에어라인은, 항공기 제작사가 설정해 놓은 범주 안에서 운영하는게 옮음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타당하니까.

예를 들어, 항공기 제작사가 이 항공기의 최대 속도는 200kts이다라고 명시해 놓았는데, 에어라인이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는 300kts까지 운용할거다 하는거랑 무슨 차이야?

물론 항공기 제한사항에 대한 건 정부기관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호주놈 재비어는, SOP가 정해졌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수긍할 수 없다고 하니까 언제언제 퉁충의 회사 사무실로 나와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고.


홍콩으로 돌아가 미팅에 나갔더니 호주놈 재비어와 브라질인 훈련팀장이 참석했는데,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훈련팀장은 다시 몇 번 더 타고, 다음 체크 때는 프랑스놈 재비어 말고 다른 검열기장을 붙여 주겠다고 그러고.


나는, 내가 잘못한게 없으니 지난번 체크를 번복해 체크 Pass로 만들어 주어야지, 내가 추가로 더 비행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그 호주놈 재비어는 변화가 없고...


며칠 고민 후, 이런 곳에서 비행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져 그만두겠다고 했고 HKE를 떠나게 되었다.

내가 틀렸다면 그걸 인정하고 수정하면 되는거지만, 이 사람들은, 특히 호주놈 재비어는 뭐가 그리 기고만장한지 말하는 것도 아주 재수없게 했다. 난, 실력없는 백인놈이 꼴깝떠는게 제일 보기 싫은 것 중 하나다..


HKE는 B737을 운영하던 회사였다. 내가 합류하기 10달 전 정도부터 A320으로 기종 변경을 해 운영했는데 교관기장들도 A320에 대해 지식이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다.

노선 훈련을 받을 때도, 교관 기장이 교육생인 나에게 물어본 경우도 많았다.


B737에서는 LOC Approach를 Decelerated 방식으로 하는지 그건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HKE의 SOP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아주 신기하다..

그 이후에 경험했던 항공사들에서 내가 제일 먼저 체크하는 건 비정밀접근시의 '접근방식'이었다.

라오항공을 비롯해, 럭키항공, 일본의 피치, 캄보디아의 JC항공, 그리고 그 항공사들에서 만난 여러 항공사 출신 기장들.. 모두 다 같이 비정밀접근에는 Stabilized Approach 방식이었다.

그건 비행의 원리와 물리학 상식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고..


그렇게 만났던 재비어라는 이름의 두 사람은 내겐 똘아이 중의 똘아이들이었고, 재비어라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나는 경계모드가 될 건 확실하다.





살아오면서 호주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 사람들에게선 공통적으로 느껴지는게 있었다.

무지무지 이기적이고 안하무인. 백인우월의식이 아주 강하고..

심지어 호주에서 자란 한국인, 일본인에게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UAE의 Midex Airlines에서 근무했을 때, 미국인 부기장 한 명이 에미레이츠항공으로 옮겨간 적이 있었다. Midex의 주 구성원이 미국인이었기에 그 미국인 부기장이 에미레이츠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종종 듣을 수 있었다. 에미레이츠에서의 생활이 힘든데, 호주인들 때문이라고 그랬었다. 아주 지저분하게 논다고..

Midex의 미국인들도 이구동성으로 호주인은 어떻다 저떻다 하며 호주인을 반기지 않았다.


피치항공에서 교육받을 때 였던가? 동료들끼리 모여 대화하다가 우연히 호주인이 소잿거리로 올랐는데, 다국적인 동료들이 느낀점도 똑같았다. 호주인들에 대해 다들 감정이 좋지 않았지.

여러 항공사들을 겪다보니, 어떤 항공사들은 호주인 자체를 뽑지 않는 곳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호주 땅이나 호주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나벼..


어쨌든 럭키항공에서 만났던 스페인인 재비어에게는 좀 미안하기도 하다. 다른 똘아이들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경계감을 품었었으니...

재비어, 여전히 내겐 기분 나뿐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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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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