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혈압계로 혈압재기..
중국 쿤밍의 럭키항공에서 일할 때는 회사에 출근하면,
첫번째: 음주 측정
두번째: 혈압 측정을 해야 했다.
예전 90년대 대한항공에서 일할 때 6개월마다 하던 신체검사에서는 혈압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심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회사 안 의료실(항보실이라고 불렀다)엘 가면 높아지더라고..
나중에 알게 된 화이트 가운 신드롬인가 뭐라고 하는 그런 거였다. 흰색 의사복을 보면 높아지는 증세..
럭키항공에선 전자식 혈압계를 사용했는데, 입사 초기엔 럭키항공 의사(진짜 의사인지는 모르지만, 외국인 기장들은 그들을 Doctor라고 불렀다) 앞에 앉으면 의사가 그 혈압계로 측정을 했다.
가뜩이나 의사 앞에 가면 혈압이 높아지니 당연히 좀 높게 나왔다. 그럴 때는 재래식 혈압계로 재보자고 내가 제안했지. 재래식으로는 정상인데, 전자식으로는 거의 매번 높았다.
그러다보니 출근할 때마다 혈압 재는게 매번 부담이 되었다. 말이 잘 통해야, 전자식이 어떻고 기계식이 저떻고 하며 어쩌구 저쩌구 하련만, 이 의사들은 거의 영어 소통이 되질 않았다. 단어로라도 통하는 의사가 있으면 다행. 그것마저 소통이 안되는 담당의가 근무하면 에고고였지.. 난 중국말을 못하니.. ㅠㅠㅠ
그래도 출근하면 혈압을 측정해야 하니 럭키항공의 입사 초기엔 여러 방법을 써봤다.
30~40분 먼저 출근해 차 안에서 푸~욱 쉬다 측정하기 등등..
그러다, 왜 기계식으로 하면 정상인데, 전자식에선 높게 나오는지 궁금해 한국에 가면 의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답을 하는 의사를 만나지 못했네.
구글로 검색해 보니, 전자식이 기계식보다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나오더라고. 소리로 측정을 하는건데, 그 소리를 잘못 잡아낸다면 말이지.
그러다 내가 직접 측정해 보기로 하고, 청진기와 재래식 혈압계를 구입했다. 정확성이 생명인 물건이니 가격은 높아도 Made in Japan이 적격이지.. ㅎㅎ
설명서에 나오는대로 커프를 왼쪽 팔에 낀 후 적절하게 채운다. 청진기를 귀에 꽂고, 커프에 청진기를 넣은 상태로 펌프질 하며 공기를 넣고, 압력을 어디까지 올려야 하는지, 어디서 압력을 풀어야 하는지 해 보았다... 처음엔 예상보다 어렵더라고.. 여러 번 해 보니 신기하게도 수축기와 확장기 때 혈관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직접 측정해보니 항상 정상으로 나왔다.
수축기에서 혈압 소리가 나기 전에 약간의 다른 소리가 나는데 전자식에선 그 소리를 인식하는 듯 했다.
집에서 재래식으로 체크해 보고 출근하면 마음이 푸근해졌지..
어느 날인가부터 럭키항공에서도 절차가 바뀌어, 의사가 직접 하질 않고 조종사 본인이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하게 되었다..
그 때부턴 집에서 재래식으로 측정한 값을 기록했지~!
중국을 떠났지만 요즘도 가끔씩 청진기를 이용한 재래식 혈압계로 혈압을 잰다..
혈압재는 도사가 다 되었다. ㅎㅎㅎ
내 청진기와 혈압계..
나도 청진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다. ㅋㅋㅋ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