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중국스러워...
중국 항공사에 일하러 가기 전, 중국에선 QAR 모니터링을 엄청나게 한다고 들었었다. 중국으로 돈벌러 가고자 했던 조종사라면 여기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
QAR은 FOQA라고도 불리우는 시스템인데, 매일 비행기의 블랙박스에 저장된 자료를 뽑아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매 비행마다 어떻게 비행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FOQA 데이터는 서방국가에선 참고할 뿐이지 조종사의 처벌에 이용할 수 없다. 단, 사고가 발생하면 조사자료로 쓸 수 있고..
중국 럭키항공에서 합류하고 나서 생활해 보니 역시 중국은 QAR을 조종사 처벌에 이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조종사들이 스트레스를 엄청들 많이 받고 있더라고..
같이 비행하는 중국인 부기장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항공법규에 나오는 속도나 고도는 잘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QAR에 걸리지 않나는 귀신같이들 알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고도 10,000' 이하에서 최대 속도가 250kts인건 어느 나라건 항공법에 나오는건데, 얘들은 그것보다 10,000' 이하에서 260kts 미만이면 QAR에 걸리지 않으니 그렇게 하면 된다고들 했다..
물론 결과는 같거나 비슷한 거겠지만 사고의 방식이 참 희한했다..
그러다보니 에어버스(Airbus)비행기 조종사의 표준절차인 Standard Callout에도 안나오고, 럭키항공의 표준운항절차(SOP)에도 없는 callout을 하고 있었다.. (Callout: 비행 중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알려주려 외치는 것)
착륙 후 감속하여 30kts이라는게 대표적인거..
착륙하고나서 매번 부기장들이 '30(Thirty)' 라고 외치기에 그게 무슨 뜻인지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30kts 속도가 되었으니 이 속도 이하로 Taxiing 하고 다니면 된다는거였지.. 이 또한 QAR 항목 중 하나.
럭키항공의 QAR은, Soft Warning, Hard Warning, Event로 3가지로 나누어 구분했는데 Soft Warning은 그냥 넘어가고, Hard Warning에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Event에서는 불려간다고 들었다.
럭키항공에 근무하는 B737 기장들은 A320 기장들보다 QAR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었다. (럭키항공은 B737, A320 두 기종을 운영하다 나중에 A330 기종을 추가하여 세 기종을 보유했다.)
한국의 한라산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쿤밍공항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공항에선 보잉 항공기가 조종하기 더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에어버스 비행기에는 Ground Speed Mini라는 기능이 있어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바람에 따른 속도 증가분을 '자동'적으로 계산해 주고 파워 조절은 Auto Thrust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하지만, 보잉 비행기에선 그걸 조종사가 '머릿속'으로 계산해야하고 파워인 Throttle Lever를 '수동'으로 조작한다.
에어버스의 Ground Speed Mini 기능을 따라가면, 지상에 다가갈수록 바람이 잦아드니 그만큼 유지해야 할 속도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데 비해 보잉은 그렇지 않기도 했다.
보잉 조종사들은 툭하면 QAR의 하드 랜딩(Hard Landing), 아니면 접지점 초과(Long Flare) 항목에 걸렸었다. QAR 항목으로 704, 701이었던 것 같다.. 에어버스 비행기에서는 거의 생기지 않는데..
럭키에서 비행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내 비행에선 QAR 6개가 잡혔다.
5개가 Soft Warning, 1개가 Hard Warning..
Hard Warning 그 한 개는 어찌보면 안잡히는 건데 괜히 보고서를 작성해서 걸린 케이스였다. Flap을 내리다 Flap Lever가 한 단계 더 내려갔는데, 즉시 되돌리긴 했지만 찜찜해서 보고서를 썼던 것..
Flap Lever를 조작했던 부기장 장러( 張磊)가 하도 걱정하길래 안심하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더니 그걸 근거로 발견했다고 들었다.. 이름에 돌 石자 3개가 들어있는 그 부기장 애는 소심한걸로 아주 유명했지.. 유니폼을 무지무지 꼬질꼬질하게 입고다니는 녀석. 중국에선 유니폼을 지저분하게 입고 다니는 조종사나 승무원이 꽤 됐었다.. 희한해..
5개의 Soft Warning 중 3개는 접근속도 낮음(Approach Speed Low)이었다.
활주로 가까이인 저고도로 내려오면 에어버스의 엔진출력 조절장치인 Auto Thrust의 반응이 느린 경우가 아주 흔하다. 잠깐 기다려 주면 속도를 회복해 주기에 문제가 없는데, 럭키항공의 QAR에서는 이걸 잡아냈다. 고도 1,000' 이하에서 3초를 기준으로 3초 이내면 Soft Warining, 3초 초과시 Hard Warning..
장비가 계산하는 3초와 인간이 인지하는 3초가 달라 의미가 있나 싶은 항목인데도 중국 기장들은 여기에 대한 대처법도 갖고 있었다. Thrust Lever를 Climb Detent에서 MCT 쪽으로 살짝 옮기는건데, 나는 저고도에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는 조작이라 하질 않았다.
차라리, Auto Thrust가 따라가주지 못할 듯한 상황이 예상되면 원하는 속도를 매뉴얼로 세트(Selected)하고 조절하며 운용했다. 이렇게 하면 훨씬 편리하기도 하고 Soft Warning도 나오질 않았지.
Soft Warning 중 하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도 2,500' 이하에서 230kts의 속도가 나왔다고 하더라고.. 천진공항에서 출발하며..
소음감소(Noise Abatement) 1 절차를 항상 따랐는데 천진은 가속(Acceleration) 고도가 낮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어 회사에 설명을 요청했건만 Soft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하더라고.. 어쨌든 이걸로 한 건 받았지..
나머지 한 개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네...
럭키항공에선 하드 랜딩(Hard Landing)에 대해 엄청 강조했는데 내 비행에서 그런 건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중국인 기장이 따리(大理)공항에 내리다 2.2G인가로 내렸다고 난리가 났었다.. 외국인은 어떻게 처벌했는지 발표하면서, 중국인의 처리결과는 알리지 않기에 결과는 알 수 없었다. (G: 중력가속도)
2.2G로 착륙했다는걸 듣고 다들 비행기가 무척 튼튼하다고들 그랬다. 그 정도로 세게 내리면 부서졌을거라고 예상했었기에..
럭키항공의 QAR 목록을 보면 별의별 항목이 다 있었다.
IRS를 끄고(Off)하고 Taxiing하는 건이 대표적..
뭐하러, 아니 어떻게, 항공기 위치측정의 기본 중 기본인 IRS(Inertial Reference System)를 끄고 항공기를 움직이나 싶어 부기장들에게 물어보니, 중국 기장들 중에 집에 빨리 가려고 지상에서 날라다니는 사람이 있단다. QAR에는 지상에서 움직이는(Taxiing) 속도를 30Kts로 제한하기에 IRS를 끄고 다녔다고..
대단한 중국 기장들...
그러고 보니 중국인들은 Taxiing을 엄청 빨리들 했다. 내 바로 앞에 있던 비행기들이 벌써 저만큼 가 있을 경우가 100%..
내가 받은 QAR이 6개(아니 5개)라고 그러면 중국인 기장들이 놀라곤 했다.. 적다고.
어떤 중국인 교관은 하루에 4개가 나와 교관직에서 짤렸다고도 들었지..
정기 시뮬레이터 훈련을 하러 가면, 지난 6개월 동안 QAR 몇 건이 있었는지 그 내용이 훈련 기록부의 첫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QAR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가 중국에서 있어보니 이해되기도 했다.. 규칙이나 규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 어찌보면 QAR 제도를 운영하기에 중국항공사의 운항이 그나마 이 정도로 돌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QAR(FOQA)는 참조용인데..
과연 중국은 언제나 자기들만의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자기들이 세계 최고라고 심취해 있으니 우물 밖에 더 합리적인 세상이 있다는걸 알기나 할런지... 참 중국은 중국스럽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