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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안전봉은 누가 다 쳤을까?

당신은 아녔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까?

by 체스터 Chester

청주 제2순환로에서 율량교차로로 빠지는 구간의 2021년 12월 어느 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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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구간과 본선을 구분하는 고어(Gore) 부분에는 흰색선이 빗금으로 칠해져 있고 안전봉, 안전봉 지지대가 박혀 있다. 도로에 안전봉이 설치되어 있는건 (도로 후진국)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봉이 엄청나게 부서져 있다. 왜일까?

갈라지는걸 늦게 인지해 오른쪽으로 넘어갔다던가, 아니면 내 차로가 직진인줄 알았는데 갈라져버려 뒤늦게 왼쪽으로 넘어간 경우 때문이리라. 필자 생각엔 후자가 맞을 듯 하다.


이 구간의 예전 모습을 보자. (네이버 지도 참조)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54500.png?type=w773 2020년 11월. 새로 설치된 듯, 깔끔.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54755.png?type=w773 2010년 모습. 이 때도 많이 망가졌군..

그럼, 저 안전봉을 (해당) 운전자는 왜 쳤을까, 아니 쳐야만 했을까? 저런 구간에 왜 한국에선 안전봉이 필요할까?


이 구간은 전형적인 한국 도로라고 여겨진다. 전방 상황이 어떤한지 쉽고 명확하게 운전자에게 알려줘야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한국 도로는 '경험 많고,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운전자' 위주로 안내되고 있다. 경험이 적거나 해당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는 언제, 어느 곳에서 당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 한국 도로이다.


해당 구간 300m 전방의 표지판이다.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55409.png?type=w773 부슬비가 내리던 날의 블랙박스 화면 캡쳐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55619.png?type=w773 네이버 지도 캡쳐

표지판 평면도 상으로는, 3개 차로 모두 직진이 되고 300m 진행하면 공항로 쪽으로 한 차로가 생기며 갈라지는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해석은 안타깝게도 잘못된 것이다. 위 구간의 세번째 차로는 잠시 후 직진이 되지 않고 공항로 쪽으로 갈라진다. 다시 말하면 세번째 차로는 '출구 전용(Exit Only)' 차로이다.

저 표지판을 보고 '세번째 차로는 출구 전용이기 때문에 직진이 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의 정답은 '길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일 것이다. 논리성은 결여되고 '대충' 다녀야 하는게 현실이지.


이런 구간의 예는 전국 각지에 널려 있다.


부산 구포 부근의 10번 고속도로 모습.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60318.png?type=w773 2019년 2월 (출처: 네이버 지도)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60210.png?type=w773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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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전방 표지판. 출처: 네이버 지도. 이걸보고 어떻게 3차로는 양산행 출구 전용임을 알 수 있을까?


여기서 3차선을 달리던 필자도 안전봉을 칠 뻔 했던 구간으로, 책(이런데서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정부에서 보상 받자)에도 실려 있다.


서울 북부간선도로의 모습.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63532.png?type=w773 2019년 4월. 출처: 네이버 지도
%ED%99%94%EB%A9%B4_%EC%BA%A1%EC%B2%98_2021-12-12_063703.png?type=w773 2020년 9월. 출처; 네이버 지도

그 많던 안전봉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해당 구간의 전방 표지판. 역시나 똑같다. 세번째 차로로 가면, 100m 앞에서 오른쪽으로 판교/대전행 도로가 새로 생기며 갈라지는 듯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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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방 상황이 어떤지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을까?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겪지 않는데 (자칭 선진국) 한국에서는 왜 그리도 흔할까?


똑같은 구조의 도로를 미국에서는 어떻게 알려줄까? 복잡하기로 유명한 뉴욕시의 한 도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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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차로는 '출구 전용'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똑바로 가려면 당연히 1/2차로로 바꿔야 하겠지.


여기는 캐나다 토론토 인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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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을 보자마자 이해된다. 세번째 차로는 직진도 되고 갈라지기도 한다. 새로 생기는 한 차로(노란색)는 출구 전용이고..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쉽고 명확하게 상황을 전달하지 못하고 운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까?

나만, 아니 안전봉을 친 운전자들만 표지판의 깊고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걸까?

도로와 표지판을 만들며,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나와 안전봉을 친 운전자는 보통사람은 이 기준의 고려대상이 아닌걸까?

이런데서 사고가 났던 운전자도 꽤 있을텐데 정부에 보상신청을 했을까? 물론 운전자 과실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는 저런 적이 없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불쌍한 한국 운전자들..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한국에도 만들어 봅시다~!"


한국 도로의 민낯(The Road Audit)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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