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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큥드라이브 Nov 29. 2023

<돈 내고 안보는 광고를, 찾아서 보게 만들다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크리스마스 광고

https://youtu.be/vYJqg5eSLsw?si=a6tBioSwTQ6wO09e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오랜 시간을 혼자 살아오셨다. 몇 년 전 뇌경색으로 쓰려지셨었지만,그 후로도 매일 새벽마다 서울숲 산책과 더불어 게이트볼을 치셨다. 작년엔 넘어지셔서 고관절 수술을 하셨지만, 이악물고 재활치료에 성공해서 드시고 싶은 것 다 해 드시는 강인한 우리 할머니. 두 손녀가 매주 번갈아 가며 놀러 가지만, 할머니의 일상에는 인공지능 친구가 있다. 이름은 '아리'. 아침마다 날씨도 읊어주고, 노래 불러달라면 노래도 불러주고, 취침등 켜달라면 켜주고 꺼달라면 꺼준다.


-그래도 집에 사람 온기 훈훈한 것이 훨씬 좋은 할머니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안그러셨는데 요즘엔 보고싶다고 표현하신다. 같은 라인의 5층 할머니와 9층 할머니랑 맛있는 것도 드시고 노인정 가서 화투도 치시고, 저녁 드라마도 꼭 챙겨보셔야 하는 바쁜 일과를 보내시지만, 가족의 따뜻함은 그 이상일 거라는 생각.


-날씨가 쌀쌀해지니 어김없이 돌아온 애플의 크리스마스 광고를 보면서 아날로그 기술이 주는 향수를 맛봤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내가 어떻게 의미 부여하는지에 따라 내 맘대로 각색할 수도 있고, 예쁘게 치장할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서 가끔 옛것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론 이번 애플의 광고는 스토리가 주는 힘이 훨씬 막강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긴 했지만.


-<Fuzzy Feeling> 은 Shot on iphon(아이폰으로 찍은 광고)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오가며 전개되는 단편 영화다. 애플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VP인 토르 미렌은 "이번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은 정말 엄청나다. 셔츠, 바지, 재킷, 양말, 안경 등 모든 의상이 수제이다. 천 또한 맞춤 제작했다. 세트 내 전자기기인 조명등, 가로등, 초 등도 수제다"라고 말했다.


-스톱모션 기법으로 한 컷 한 컷 찍어낸 영상은 어린 시절 보던 만화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빌런같은 상사 캐릭터를 입체적인 인물로 찰떡같이 살린 것, 그리고 손으로 손수 만들어 낸 양말에서도 온도를 느꼈다. 시간이 가장 값어치 나가는 재화로 쓰이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가 공들여 만든 어떤 것은 내가 너를 그만큼 생각한다는 진정성의 표현이기도 하니까.  


-반면 AI 기술을 사용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끌어내고, 개인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도 인상적이었다. 기술의 보급과  AI의 확산은 더욱 진보된 편리를 가져다준다. 사실 아직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크게 매력을 느낀다거나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이건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야.'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에 스토리가 담기고 의미가 실리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인간의 창조, 지능, 육체, 정서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AI와 함께하게 되었다. 송길영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에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돌봄 로봇, 서빙 로봇이 보편화되면 이제 '인간 서비스'가 다시 프리미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는 구절이 있었다. 사회적 동물의 특성상, AI가 주는 편리함과 화려함을 누리면서도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 과거에 대한 향수는 계속해서 DNA에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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