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는 오늘날 현대미술 시장에서 ‘문화적 기축통화’라고 불린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제상황 속에서도 탄탄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뜻인데, 2023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해 그동안 낮은 금리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쿠사마의 ‘붉은 신의 호박’회화 작품이 77억 3000만원에 판매되었다. 루이비통과도 콜라보하고 미술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한 아티스트인데, 사실 그녀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따로 있다.
-1960년대 뉴욕에서 유명했던 쿠사마는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와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로 거의 잊혀져 갔었다. 어릴 때부터 쿠사마가 미술을 하는 이유는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였다. “어는 날 나는 테이블보에 새겨진 붉은 꽃무늬를 보고 있는데, 그 무늬들이 훨훨 날아 온 방을 채우고, 내 육체와 우주를 가득 채우는 환상과 둥근 물방울 무늬가 공중을 떠다니다 저에게 붙는 환각을 경험했어요.”
-어린 시절 집안 사업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폭력, 아버지의 잦은 외도로 인한 불우한 가정사, 전쟁이 일어나는 불안한 사회적 상황으로 10대부터 정신착란을 겪기 시작했는데, 23살에 교수로부터 환영으로 나타나는 물방울 모양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작업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자신을 괴롭히는 물방울 모양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한다.
-세라손튼의 <예술가의 뒷모습>에서 쿠사마와 인터뷰한 내용 중 ‘얼마나 자주 죽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거의 매일 밤마다 그렇습니다. 특히 요즘 그러네요. 제가 불면증이 있어서요.”라는 말을 한다. 살기 위해 제작하는 작품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사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는 환공포증이 떠올라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최근에 장동선의 궁금한 뇌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치유하는 데에 ‘예술’이 도움이 되는 이유’를 보았다. ‘고통을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전쟁, 성폭력, 교통사고 등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와 같이 내가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시스템은 처음 저장된 기억을 어떤 계기로 인해서 다시 꺼내게 되었을 때 현재의 감정을 더해서 또다른 형태로 저장한다. 아픔을 꺼내어 예술로 승화하는 것은 아픈 감정을 꺼내어 털어내고, 약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일종의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이다. 내가 가진 불안과 고통을 글쓰기나 그림, 시, 음악 등으로 꺼내어 마주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방법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