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영화 <괴물>
*혹시나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이라면, 보지 마시길!
아무런 정보 없이 보고 난 후 곱씹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남편이 영화를 보자고 하면, 군말 없이 보는 편이다.
블록버스터 및 때려 부수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와 다르게,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영화를 아주 잘 선정한다.
-영화는 엄마, 선생님, 아이 시점으로 같은 장면을 3번 묘사한다. 엄마, 선생님의 시점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난 오해가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의 원인은 아이들의 시점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사실 아직도 교장선생님을 주축으로 한 학부모 면담 자리에서 호리선생님이 미나토의 엄마에게 사과하는 와중에 사탕 먹는 장면을 왜 넣었는지, 왜 오해와 억측을 낳도록 유도했는지 잘 모르겠다. 앞부분이 매우 자극적으로 다가와서 아주 답답했는데, 관객들을 오해하게 만들 작정이었다면 아주 성공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괴물’이 누구일지 생각 하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아이들을 길러내는 가정, 학교에서 어른들이 가지는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가학적인지 자꾸 곱씹게 된다.
-생활을 영위하느라 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엄마, 여러 가지 위험 신호를 감지했으나 담임반 학생들과 소통하지 못했던 호리, ‘행복은 누구나 누릴 수 있을 때 행복’이라고 이야기하며 다수를 위해 진실을 고이 묻는 교장선생님, 항상 술에 취해 아들의 성향을 바로잡겠다며 자식을 학대하는 요리의 아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므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사소한 실수와 오해부터, 어른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교장선생님과 요리 아빠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괴물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통‘하지 못하는, ‘진실‘을 숨기는, ’자신의 견해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너도 괴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라고 느껴지기도.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는 것이다.
-필립 로스, <미국의 목가> 중에서
-영화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남편이 문득 생각난다며 건넨 글귀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오해하고,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과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하나의 사건도, 겪는 사람 수 대로 사건이 다르게 해석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오해했고, 사실을 깨닫고도 또 다시 오해하고 결국 ‘괴물은 누구’라고 추측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부산물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물어오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