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계엄령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가.발 빠르게 모여서 계엄군을 막아서고, 담장 위로 국회의원을 넘기는 시민들 덕에 안도하다가. 투표를 거부하며 자리를 뜨는 국힘 의원들을 보며 분노하다가. 바람에 꺼지는 촛불 대신 (배터리 강국의 위엄) 응원봉을 흔드는 사람들의 물결에 벅차올랐다가. 헌재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걱정이 되기도 하다가. 참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로 뉴스에 매달렸던 12월 둘째, 셋째 주였다.
그 와중에 원래도 좋아했지만, 유시민 작가의 방송과 말을 계속 찾게 되더라. 매불쇼 듣다가 타고 타고 독서법까지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과남자의 과학공부>에도 나왔던 이 말을 다시 곱씹게 되었다.
'우리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각자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거라는 이야기. 알고는 있지만, 항상 '나는 뭘 원하는 걸까? 앉아서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취향도 마찬가지로 굳어있지 않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하지만. 살면서 변하는 가치관, 주변 환경, 문화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만 집, 인테리어, 예술품 수집은 돈이 많이 들어서 한번 잘못 사면 두고두고 신경 쓰인다. 실패하는 것도 내 취향을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내 곁에 두는 것에 안목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많이 보러 다니려고 하던 와중에 두 군데를 다녀왔다. 디뮤지엄 성수 <취향가옥>과 <2024 공예 트렌드 페어>.
디뮤지엄 성수는 처음 가봤는데 천고가 굉장히 높았다. 3층으로 되어있는 잘 만든 모델하우스 보고 온 느낌이었다. 각 층별로 컨셉이 달랐고, 예술품과 디자이너 가구가 함께 어우러져고풍스러웠다. 앞으로 나에게 이렇게 집을 꾸며놓고 살 기회가 올까..!
1층은 스플릿 하우스다. 말 그대로 한 집이지만 구분된 통로를 통해 엄마 취향 공간과 아들 거처가 나뉘어있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목조 느낌이 살아있는 엄마 취향이 맘에 들었다. 창살과 격자무늬, 한지와 다도방 등에서 동양적 느낌이 물씬 풍겼다. 가구와 조명들도 모두 예뻤는데 특히 낙수장으로도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조명이 독특하다.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모티브로 제작했다는데 어두운 상태에서 조명의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3층 듀플렉스 하우스는 갤러리스트의 맥시멀 한 취향을 담아놨다. 신진작가의 작품과 거장의 작품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집이 취향을 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집은.......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가꿔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번지르르한 외관은 거부감이 들지만,
강점을 살리는 것은 매력 있다.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참 어려워... 생각해 보면 강조 사이의 여백인 것 같기도 하고. 여유가 조금 붙었을 때 감탄할 틈이 생기는 것 같다.
공예 트렌드 페어를 다녀오면서도 느낀 점인데
감각의 동물인지라. 내면만큼이나 겉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겉으로 보이는 것이 내면을 말해주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가장 잘 돋보이게 디스플레이해놓은 부스를 들어갔을 때 '아 이 작가님 자기가 뭘 말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만들고 계시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자기만의 의미를 쌓으며 산다. 그래야 살아갈 원동력이 생긴다.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야 찾아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