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생각보다 ____다.

<예술 이후> : 데이비드 조슬릿

by 큥드라이브

1. 시각 예술이 점차 비물질화되어 순환한다. 책의 내용처럼 이미지라는 것이 참으로 추상적이고 미끌거리기 그지없다. 기술 발전에 따라 예술이 형태와 개념을 확장하는 것을 보면서, (오와 이번 책 겁나 어렵네) 지난 번에 읽었던 <또 다른 현대미술>에서 저자가 주장했던 내용에 조금 마음을 열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혹은 물성에 대한 찌-인한 향수랄까)


2. 데이비드 조슬릿은 이미지가 무한하게 재매개되기 쉬운 시각적 바이트로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발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예술의 힘에 대해 긍정한다. ‘통화’처럼 유통되며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다던가, 외교적 포트폴리오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하면서.


3. 이런 점에서 벤야민이 아우라의 파기를 이야기한 것과 다른 맥락으로 흥미로웠다. 확실히 벤야민님 살아계실 때는 없던 뉴미디어의 양상을 반영하여 추상적 이미지가 사회관계망 속에서 적극적으로 역동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4. 다만 이미지 재화의 재분배, ‘금전적 이익과 다른 목적을 위해’ 예술이라는 통화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선진국의 수많은 문화 재화가 수장고에 처박혀있다고 할 만큼) 신자유주의적인 유통 양식과 근본주의적 양식이 극단에서 맞닿은 사례가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국제적 명성, 기업의 투자, 방문객 수, 기념물, 출판물, 아트샵 등에서 부를 축적한다. 이미지 유통이 애초에 민주적으로 될 수 있는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은 아닌지 궁금하다.


5. 또 기억에 남는 점은 ‘네트워크 미학’과 달리 오브제에 기반한 미학은 작품 내부로 움직이며 ‘구심적’으로 의미를 형성한다는 관점이다. 오브제가 작품을 의미에 묶어버림으로써 진보적인 미술사 진영이 비판했던 ‘물화’의 과정에 가담한다고 보았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포맷이 아닌 매체가 주는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쾌감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6. 네트워크 미학은 ‘원심적’ 의미를 만들며 의미의 닫힘에 저항하는 ‘이후’ 서사를 창출한다. 존재가 존재를 둘러싼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 처럼, 이미지 또한 이미지를 둘러싼 관계에서 형성된다. 책에서는 사례로 매튜 바니의 영화와 퍼포먼스, 피에르위그의 <세 번째 기억>, 리트리크 티라바니자<분리>를 든다. 이뿐 아니라 초반에 건축으로도 예시를 들어서 신선했다.


7. 책의 기저에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이 있다 보니 이를 이해하면 더 깊이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AI로 관련 논문을 요약해서 읽은바) 수없이 많은 개체가 마디, 매듭, 집합체로 재결합하는 운동성을 예술에 적용한 것이기에.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비인간 존재와 어떻게 상생하는지에 대한 담론과 공명하는 것 같다.


8. 이미지의 집단적 창발성과 행위성에 대한 생각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특정 미술사적 시대 구분을 제시하는 post를 쓰지 않고, after를 선택한 이유는 예술의 작동 방식에 초점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예술의 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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