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과식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

송은 아트센터 <권아람 : 피버 아이 (FEVER EYE)>

by 큥드라이브

숏폼을 꾹 누르고 있었더니 2배속 기능이 되더라. 1분도 안 되는 영상에 빨리 감기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졌다. 그러던 중 빠르게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수록 지루함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이건 꼭 새겨놓아야겠다 싶었다.


"2배속·스킵하면서 동영상 시청하면 지루함 더 느낀다"


1.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에 빨리 감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디지털 스위칭'이 실제로 사람들을 더 지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2. 연구팀은 1223명의 학생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 소비 방식과 지루함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하나의 영상을 빨리 넘기지 않고 시청한 그룹이 빨리 넘길 수 있는 선택지를 받은 그룹보다 지루함을 덜 느끼고, 영상 시청 경험이 의미 있다고 답했다.


3. "영상을 빨리 넘기면서 보면 콘텐츠 몰입이나 이해 시간이 부족해 콘텐츠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영화관에서 돈을 더 내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온라인 동영상도 넘기면서 보는 것보다 몰입할 때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이 이야기했다.


4. 지루함 때문에 여러 가지 숏폼을 휙휙 스와이프 하는 행동이 오히려 지루함을 심화하고, 우리의 집중력과 몰입력을 앗아간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대충' 읽고, 보고, 듣는 습관이 쌓여간다. 어느 순간 책을 '뉘앙스'로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반성하며.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의미를 곱씹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해야겠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송은미술관에서 보았던 권아람 작가의 <FEVER EYE>라는 작품.


(갑분 작품 소개)


송은 문화재단 3층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자는 15개의 LED 패널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붉은빛에 포위된다. 권아람 작가의 신작 <FEVER EYE>는 사각형의 전시공간을 둘러싸며 성인 눈높이에 매달린 채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를 만큼 산만한 속도로 깜빡인다.


높이 50cm가량의 가로로 긴 직사각형 스크린들에는 예리한 삼각형과 기울어진 사각형 거울들이 부착되어 있다. 이 거울들은 스크린 면적의 절반도 채우지 않지만, 맞은편 공간을 투영하며 실제와 반영된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거울 속에 비친 관람자의 모습은 깜빡이는 붉은빛과 뒤섞여 또 다른 시각적 혼란을 일으킨다.


작품은 스크린을 사용하지만, 서사가 있는 영상을 재생하지는 않는다. 평평하고 납작한 스크린에서 나오는 것은 오류 난 컴퓨터 화면처럼 같은 색상으로 깜박임을 반복하는 단순한 신호다. 붉은빛이 암흑으로 전환되는 패턴은 총체적으로 고장 난 무언가에 대한 불안감을 안긴다.


동시에 거울은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며 우리 자신이 ‘과열된 현재’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기술문명이 만든 열병 속에서 우리는 환자인 동시에 관찰자가 되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자인 동시에 스크린 속에 비친 존재가 된다.

작가가 ‘과열된 현재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이 작품은 열병을 앓는 인간의 핏빛 눈과 기계의 맹렬한 붉은빛을 대조시킨다. 그리고 콘텐츠 감옥에 갇혀 주의와 감각을 잃은 인간의 모습을 알아차리게 만든다. 현대 기술 문명은 우리에게 시각적 풍요로움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감각의 마비를 가져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전시의 다른 설치작품과 달리 <FEVER EYE>가 선택한 ‘침묵’이다. 정적 속에 미세하게 전류가 흐르는 감각만 남아, 마치 음소거된듯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 과부하와 청각의 공백 사이에서 관람자는 작품 속에 완벽히 몰입하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게 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관람자는 진정한 몰입보다 표면적 자극에만 반응하게 되고,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기술이 제공하는 시각적 향연이 오히려 감각의 둔화를 초래하는 현상. 진정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미지는 생각보다 ____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