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24.
어제 밤 살짝, 엄마는 내일은 아빠랑 어린이집 가면 좋겠다고 말했고, 아침부터 아이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아빠도 다른 날과 달리 조금 일찍 일어나 아이에게 친한 척도 하고, 엄마는 다시 오늘 엄마가 힘드니까 아빠랑 가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답이 없다. 아빠가 살짝 오늘 아빠랑 버스탈래요? 누리탈래요? 하고 떠 봤더니, 곰곰히 생각하시다가 ‘누리, 큰 누리!’라고 말하신다. 어제 타지 못해 미련이 남아 있을 듯해서 꺼냈는데, 예상이 맞았다.
어플을 키고, ‘혹시 큰 누리 안 잡히면, 작은 누리타자!’ 했더니, 흔쾌히 그러시겠단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오늘은 큰 누리가 바로 잡혀버렸다.
엄마와 헤어지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복도를 지나는 내내 뒤를 돌아보신다. 모퉁이를 돌아 엄마가 보이지 않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도 문을 닫지 않고 손을 흔드시는데, 정말 애절하시다. 둘다.
큰 누리가 길을 잘못 들어 잠시 길에 서 있는데,
‘오늘 왜 엄마랑 같이 못가요?’
‘엄마가 속이 많이 안 좋아서 힘들어요’
‘왜? 속이 안좋아요?’
‘응 음식을 잘 못 먹고, 먹고 싶은게 뭔지 아직 몰라서 많이 못먹어서 그런가 봐요?’
‘왜 못 먹어요?’
‘음.... 아빠도 잘 모르겠네, 오늘 저녁에 엄마가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물어보고 그거 먹으면 어떨까요?’
더 이상 아이의 질문이 없다. 엄마가 아픈 거라고 생각하고 잠시 슬퍼지신 듯 하다. 그러다
‘큰 누리에 몇 명 탈 수 있어요?’
‘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명 탈 수 있네요’
‘다섯명인데, 작은 누리 오면 어떻게 해요?’
‘응 작은 누리 한 대 더 와야해요’
‘왜요?’
‘작은 누리는 네명까지만 탈 수 있어서 그래요’
이 이야길 세번을 반복한 뒤,
‘사람이 많이 오면?’
‘그럼, 버스 타야해요’
‘왜요?’
계속 왜요를 무한 반복을 하시길래, 다시 되물었다.
‘음 사람이 많이오면 큰 누리랑 작은 누리 못타는데, 어떻하지?’
‘타요 타면 돼지’
ㅎㅎ 무한 반복의 효과인가?
그렇게 차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길 이어가다가 어린이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비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요?’
‘뭐에요? 궁금하네’
‘응 다리 밑에 패트배가 몰래 숨어 있어’
‘진짜? 우와 패트배가 숨어 있네, 이따가 친구들한테 이야기 해 줄꺼에요?’
‘응 비밀이라고 하고 이야기 해 줄꺼에요’
비밀인데, 이야길하겠다는 게 비밀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비밀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까지 이해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교실로 들어갈 때, 익숙하지않은 선생님들이 계시면 안 들어가려고 한다. 엄마가 있을 땐, 엄마랑 있으면서 익숙한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당당하게 그 선생님이랑 가겠다고 요구를 하신다. 그리고 아주 쿨 하게 손 딱 흔들어 주시도 미련 없이 뒤도 안돌아보시고 교실로 가신다. 아빠도 엄마처럼 아이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