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탓하는 아이

2020.9.27.

by 채널 HQ

아빠는 엄마와 식탁에서 이야길 나누고, 아이는 거실에서 종이컵 쌓기를 하고 계셨다.

종이컵을 높게 쌓다가 무너졌는데, 갑자기


‘아빠, 왜 말해요! 아빠가 말하니까 무너지잖아요. 말하지마세요!’

......

‘네, 조용히 있을께요’

아이는 다시 종이컵에 집중하시고, 어이없는 아빠와 엄마는 작은 소리로 이야길 이어가는데,

‘아빠, 귓속말로 작게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아빠가 말하니까 잘 안돼잖아요!’

아이 눈을 보며, 몸짓 손짓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표현을 하는데, 옆에서 엄마는 웃음을 참지 못하신다.

말 없이 눈으로 이야길 주고 받는데, 이번엔.

‘아빠 움직이지 마세요, 아빠가 움직이니까 안돼잖아요!’

움직이지 않겠다고 자세를 취했는데,

그러면서 가만히 있어야할 동작까지 알려주신다. 엄마는 옆에서 웃겨 죽겠다고 입을 막고 자지러지신다. 아빠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엄마랑 다시 소곤소곤 이야길 하는데, 또

‘아빠 눈도 움직이지 마세요’

‘ㅇㅇ 눈 감고 있을께요’

‘아니, 눈 감지 말고 움직이지 마세요’

아니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지?


예전에 아이는 무언갈 하다가 잘 안돼면, 엄마한테 삐쳤어요! 라는 말을 했는데, 이젠 아빠 때문이에요! 라고 한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한텐 그래도 인정받은 것 같아 즐겁다.


한참을 씨름하더니, ‘아빠! 집 다만들었어요! 후 하고 불어보세요!’

‘후~~’ ‘우와, 안 넘어지네, 튼튼하게 지었네! 다시 해볼까?’ ‘후~~~~’

아이는 신이 나서 나도 불어볼래 하고 후~~~ 했는데, 한쪽이 넘어져 버렸다.

아이는 곧 바로 다시 쌓으면서 이번엔 튼튼하게 지을꺼라고 하신다. 그리곤 살살 후~~를 하시면서 튼튼하게 지었다고 자랑하신다.

아침에 돼지 삼 형제 이야길 해달라고 하더니, 그걸 몸소 체험해보시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빠가 아이랑 놀아줄 수 있는 날이어서 아마 아이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아빠랑 같이 놀꺼리로 아빠탓을 선택했나보다.


앞으로 한 달간은 아마 아빠 얼굴보기가 싶지 않을텐데, 어떻게든 시간이 나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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