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앞 머뭇거리는 아이

2020.10.6.

by 채널 HQ

요 며칠 아빠랑만 어린이집을 가고 있다. 물론 집을 나서자마자 엄마랑 가고 싶다는 이야길 하지만, 아빠랑만 가야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으신 듯.


어제까진 어린이집에 바로버로 들어가셨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으신다.


아침 통근보스에서 같은 반 친구도 만나서 걸어갈 때 손도 꼭잡고 신나게 조잘대며 잘 걸어왔는데, 입구에서 잠시 멈짓하더니 이내 아빠에게 안기며 안 들어가시겠단다. 평소 좋아하던 간호사 선생님도, 담임선생님도 필요없고 그냥 입구에 있겠다고 하신다. ‘와! 오늘 간식 뭘까?’, ‘와! 안에서 그림 그려볼까?’, ‘와! 영상 나와요, 안에서 한 번 보고 들어갈까?’ 그 동안 아이를 설득했던 기억나는 모든 걸 동원했으나 여전히 끔쩍도 안하신다.

‘그래요, 그럼 여기서 아빠랑 잠깐 같이 있어요’하고 꼭 안아줬다. 다소 사무실에 늦게 가게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하고 아이를 안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이내 곧 아이는 진정이 된 건지, 원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는 건지, 안쪽 모니터에 관심을 주신다. 이때다 싶어, ‘신발 벗고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서 하나 보고 들어갈까요?’ 했더니, 대답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넣으신 후 자연스럽게 화면 앞으로 가신다. 물론 작년 담임 선생님이 계셨고...


한참을 보다가 다른 선생님이 이제 올라가자며 아이를 살짝 미는 모습을 봤는데, 아차 싶었다. 들어가기 싫다는 아이와 시간을 잠시 더 보냈어야했나 싶다.


영상이 끝나고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기 전 힐끔 뒤를 돌아보고 아빠가 여전히 있는 걸 본 후 안심했다는 듯 편안한 표정을 짓고 들어가신다.


아이의 속마음을 알 수 없지만, 엄마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건 명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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