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바나나 먹는 아이

2020.10.7.

by 채널 HQ

어제 어린이집을 들어가지 않을 때, 지나가는 말로 ‘내일 일찍 와서 분수믈 나오나 구경하고 정자에서 놀까요?’ 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 모양이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내일 정자가서 놀다가 분수도 보고 오겠다고 했단다.


뜻하지 않게, 간식을 싸 들고 일찍 집을 나서 분수대가 있는 정자에 왔다. 잠시 분수대 주변을 산책하고 정자에 앉아 바나나와 우유를 먹으며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는 하늘을 보고 ‘바람이 불고 있어요’ 라고 한다. 뭐지? 하늘을 봤더니, 구름 모양이 그림책에서 바람이 불때를 표현한 모습과 비슷하다. ‘우와, 하늘에서 바람이 예쁘게 부네요’ 맞장구를 치자, ‘그런데, 왜 바람이 안 불지?’ 머리 속에 불던 바람이 실제 바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조금 있다가, ‘아빠 저기 가봐도 돼요?’ 나무로 만들어진 길을 걷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요, 대신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가면 안돼요, 위험할 수 있어요’

아이는 반쯤 뛰는 걸음으로 나무길 위를 왔다갔다 한다. 아빠 옆에 와서 바나나 한 입, 우유 한 모금, 그리고 다시 나무길을 반복하다가 아빠 옆 자리에 앉는다.


얼추 출근 시간이 다가와, ‘이제 어린이집 갈까요?’ 흔쾌히 일어서신다. 그리곤 가는 길에 있는 돌무더기에 돌을 하나 얹고 가시겠다며 씩씩하게 걸어가신다. 그리곤 아이는 신난 상태로 어린이집을 들어갔다.


아이가 바라는 건 정말 소박했다. 그저 아삐와 함께 조금 자유로운 편안한 시간이 필요했고, 자신이 아린이집을 들어가기 전 약간의 아쉬움을 덜어줄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었다. 뭔가 신나고 재밌는 놀잇감이나 놀이가 필요한 건 아니었던 듯.

어떤 방식이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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