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6.
아침, 기분 좋게 등원 준비를 마친 아이는 엄마와 함께 가고픈 마음이 컸나보다. 엄마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서 시간을 끄신다. 조급해진 엄마는 빨르게 책을 읽어 주셨는데, 아이는 성에 안 찼는지, 한 권 더 읽겠다며 책을 고르러갔다. 대충 한 권 더 읽어도 뒬 듯해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책 고르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시다.... 엄마의 인내에 한계가 왔다. 진짜 화가 난 엄마와 그런 엄마와 문제를 해결해야만 등원길에 나서시겠다는 아이 사이에서 아빠는 또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고 그냥 문 앞에 대기만...
엄마의 불호령에도, 꿈쩍 않는 아이... 상황이 장리될 기미는 보이질 않고, 아빠가 개입해도 해결은 어렵다는 걸 알기에, 그냥 택시를 타야겠구나, 월요일이라 잘 안 잡힐꺼고 결국 지각이구나....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이제 그만하라고 아침에 이러면 등원길 너무 힘들다고 이야길 했다. 아이에게 뭘 할 수도 하기도 싫었던 엄마는 옳다구나 싶었는지, 그럼 아빠가 알아서 하라며 아빠에게 화살을 돌리곤 들어가 버렸다. 하 이런....
아빠도 짜증이 난 상태라, 그냥 아이를 안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통근 버스에 올랐지만, 아이는 큰 울음으로 이목을 집중 시켰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랑 같이 못가서 슬프다는 티를 팍팍 내셨다. 아빠는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뭔가 고민을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러더니, 언제 울었냐는 듯 멍하니 창밖을 보신다. 아마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시는 걸지도 모르겠다 싶어 그대로 두었다. 그 말 많던 아이가 내릴 때까지 거의 말을 하지 않으니 살짝 걱정도 되고 안 내리겠다고 투정을 부려 이번에도 안고 어린이집까지 갔다. 어린이집에선 아빠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않고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교실로 들어가시는 걸 보니 아직 엄마와 해결하지 못한 아침 사건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듯 하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여전히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아이 스스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게 지켜봐주고 싶은데, 또 일은 하러 가야하니... 뭐 이게 지금의 삶이라면 또 아이가 이해를 해야하는 부분이겠지? 그리고 엄마와 아이 사이는 늘 그렇듯 아빠가 고민하고 끼어들어 중재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그냥 또 흘러가는데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