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0.
아빠가 오전 일이 있어 조금 일찍 출근을 해야했다. 엄마와 같이 가야할지,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니 아빠와 조금 일찍 갈지를 고민하다 아이에게 살짝 아빠와 일찍 가겠냐고 물어봤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등원을 준비하신다. 평소라면 엄마와 가겠다며 아빠 먼저 가라고 하셨을텐데, 무슨 일이지?
무난하게 통근버스 타는 곳까지 도착을 했고 무난하게 버스에 올랐다. 오르자 마자, 아이는 ‘텐텐 먹을래요!’ 평소 아이는 등원길에 텐텐을 두 개씩 먹는다. 하루에 두개. 늘 아이 가방에 두 개를 넣어두고 있었는데, 어? 오늘은 네개가 들어있다. ㅎㅎ
‘어? 텐텐이 두 개보다 많네요?’
‘네, 내가 어젯밤에 가방에 세개나 넣었어요’
‘그래요? 그렇구나 그럼 오늘 몇 개 먹을꺼에요?’
‘....세개?’
‘음.. 하루에 두 개씩 먹는건데, 어떻하지?’
‘오늘 세 개 먹고, 내일 하나만 먹으면 되요’
‘그래요?’
아이에게 마지막 세 개째 텐텐을 주며
‘이따 엄마한테 이야기해줄꺼죠? 세 개 먹었다고?’
‘.....네, 그런데, 아빠! 나 보라색 차 타고 싶어요!’
어?
아이는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말을 아끼시거나 주제를 돌리신다. 알면서 모른 척 이야기에 따라가다보니 어느 덧 어린이집 앞이다.
아이는 늘 그렇듯 어린이집에서 틀어놓은 영상 한 편을 보시고 교실로 향하셨다.
엄마에겐 말하지 않은 것으로 한 텐텐. 아마 아이는 어젯밤 자신이 넣어둔 텐텐을 먹기 위해선 아빠와 가야한다는 걸 잘 알기에 조금 이른 아침 아빠와의 등원을 흔쾌히 받아들이신 듯.
사실 아이가 버스에서 내린 후 다른 곳을 들리자고 하면 오늘 텐텐이 네 개가 있다고 말하고 나머지 하나는 차에서 내린 후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할 때 쓰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니, 아이도 아빠도 만족할만한 등원길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