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일요일 저녁, 아이는 잠들기 전 아빠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무려 5권. 열심히 화자에 따라 목소리도 달리하며 읽어주고 있었고, 엄마는 옆에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5권을 모두 읽은 후 아이는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하나 더 읽어 달라고 해 아빠는 엄마를 쳐다보는데, 엄마는 안된다는 신호를 주신다.
‘오늘은 늦었으니, 자고 내일 읽어줄께요’
‘아니... 하나 더’
‘... 아까 5권 읽기로 하고 다 읽었으니까, 이제 자야죠, 엄마가 기다려요’
‘아니, 한 권 더 읽고 잘께요’
약간 상기된 얼굴(잠이 엄청 쏟아지고 있는 중)로 투정을 부리기 직전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한 권 더 읽으면 어때요?’
그 말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그럼 내일 일어나서 한권, 두권, 세권, 다섯권, 열권, 아니 열한권 읽어요’
순간 아침 출근 시간에 가능할까 싶지만 투정을 부리기 전에 재워야하니 일단 그러자고 하고 무사히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발이 시원해진다.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아이가 아빠 발에 로션을 발라주고 계신다. 평소 깨워도 잘 안 일어나는 아빠를 깨우려고 그랬던 듯.
일어나 고맙다는 말을 하는 순간.
‘아빠, 열한권 읽어요!’
‘그래요, 그럼 책 가져와요’ 아이가 한권을 들고 오길래,
‘열한권 다 가져와서 읽어요’
‘아니 하나씩 하나씩 읽어요’
‘하나씩 읽으면 또 가지러 가기 힘드니까, 한꺼번에 가져오면 어떨까요?’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이내 두권씩, 세권씩 가져온다. 잠에서 아직 덜 깬 아빠는 그 사이 정신을 차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 전개가 빨랐는지, 평소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아이가 중간중간에 추임새도 넣고 자기 의견도 이야기하고 다시 뒷장을 넘겨 읽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마음이 급한 아빠가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을 그냥 건너 뛰는 걸 눈치 채신게다.
무사히 열한권을 읽고(하나 더를 외치지는 않으셨다)나니 벌써 나가야할 시간이다. 급하게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러가는데, 오늘도 나름 자기가 하고픈걸 다 했나보다. 씩씩하게 잘 걸어가고 다른 곳에 들리지 않고 무사히 어린이집으로 들어가셨다.
카페에 테이블이 없는 이유를 물으신 아이 : 하원길에 엄마를 설득해 아이스크림을 드셨다. 이제야 왜 아침에 카페 이야기를 하셨는지 알게 된.
길을 가다 갑자기, 아빠 약속 안 지켰어요! 뭐지? 아. 버스타러 가는 길에 식당이 하나 있는데, 지난 주에 다음에 암마랑 아빠랑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안 갔더니 그걸 또 기억하시곤.....
아이에게 한 약속은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웬만하면 약속을 하지 말아야겠다를 생각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