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고 뛰어가기

20.12.1.

by 채널 HQ

아침 회의가 있어 조금 일찍 가야하는 날이다. 출근과 등원 준비를 마쳤는데, 건조한 날씨 덕에 아이 코가 막혔다. 이 상태로 두면 목이 붓고 열이 나니 엄마는 아이의 코를 촉촉하게 해주려 약을 넣어주려고 했다. 평소 거부하지 않고 잘 했었는데, 오늘은 심하게 거부를 하신다. 결국 아빠가 힘을 보탰는데, 아이는 이미 삐치셨다. 오늘 어린이집 안가, 엄마한테 삐쳤어를 연발하시며 움직이질 않으신다. 엄마는 슬슬 화가 나시기 시작하길래 엄마를 급하게 다독였다. 다행히 큰 다툼이 되지는 않았는데, 아이는 꼼짝도 인 하신다.


신발을 신으로 아이에게 신기한 거 보자며 설득을 했더니, 니가 그렇게 애원을 하니 내가 한 번 가서 봐즐께라는 표정과 몸짓을 슬금슬금 오신다. 신기한 거라고 해 봤자 신빌주걱인데, 아이가 신빌을 신을 때 직접해보라고 했더니, 신나게 하신다.

신발도 잘 신고 문을 나섰는데, 갑자기

‘나 안가!’

엇, 이러다 통근버스 놓치겠다 싶어 얼른 안고 뛰었다. 뛰어가는 동안 아이는 엄마랑 있고 싶다고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놀꺼라고 한다. 마스크를 쓰고 아이를 안고 뛰면서 아이에게

‘응.....그렇구나.......엄마랑.......있고......헥헥.......싶구나, ......아빠도.......그랬으면.........헥헥....좋겠네..........그런데, .......엄마가......... 지금......... 헥헥.......몸이 힘드니까.......오전에.......조금 쉬고.....헥헥..... 오후에 같이..... 많이 노는게......더 좋지.......않아?’

‘.........훌쩍......’

‘그럼...... 엄마한테......핵헥.... 이따가 일찍 데리러..... 오라고......할까? 몇 시에.....데리러 오라고.....할까?.. 헥헥’


아이는 버스타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헥헥.... 버스 왔네? 얼른 타자!’


버스에 올라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아이가

‘엄마 1시에 오라고 해요’

‘그래? 그럼 선생님이랑 친구랑 놀다가 코 자고 일어나서 간식 먹고 나면 그 때 엄마보고 오라고 할까?’

‘응, 그런데, 친구들이랑 유희실에서 놀아야하니까, 다 놀고 교실로 가면 그 때 오라고 해요’

‘그래요, 그럼 몇 시?’

‘음..... 5시’

‘그래요, 그럼 5시에 엄마 오라고 할께요’

이제 아이를 안심시켰구나 하고 있는데, 또 갑자기

‘근데, 나 엄마랑 있고 싶어.....’


아마 아이는 아침에 엄마와 제대로 화해하지 못한 게 맘에 걸리는 모양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때,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걸 아직 잘 모르니, 그냥 다시 엄마도 아마 그럴까라고 같이 놀고 싶을 꺼라고만 이야길 한다.


내릴 때가 됐는데, 안 움직이신다. 다음에 정자가 있는 곳에서 내리시겠단다. 아침에 뭔가 자기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하면 늘 이렇게 정자를 찾으신다. 태생이 한량이신지.....


정자를 지나, 돌 하나를 집어든다.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있는 돌무지에 또 하나의 돌을 얹으시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어린이집에선 영상이 나오고 있었고 딱 한 번만 보기로 한 아빠와의 약속을 잘 지키시고 교실로 들어가셨다. 오랜만에 아빠에게 신발 벗겨주세요, 신발장에 아빠가 넣어주세요를 시키면서 아침 서운했던 기분을 해소하신 듯.


출근길을 조금 서둘러야지 하면서도 오늘 같이 조금 일찍 가야하는 날은 그러지 못하고 결국 헥헥 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아이는 이런 아빠가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분이 아직 플어지지 않았지만 투정을 많이 부리질 않는 걸 보니..... 역시 아빠보단 아이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책 11권 읽어달라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