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아야 한다는 아이

2020.1.6.

by 채널 HQ

아빠는 아침 식사 후 설겆이를 시작한다. 아이는 옆에서 혼자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책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설겆이를 하다말고 방 문잎에서 떡똑똑

‘아빠 방에 들어오시려고요?’

‘네~ 문 열어주세요’

‘잠시만요’ 뭔가 후다닥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문을 살짝 열고 문 안쪽에서 떠나지않으신다.

엄마아빠 몰래 뭔가 또 저지레를 하시는 건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려다 그냥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며

‘문 닫지 말고 문 열고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에요, 문 닫고 있을래요’

‘왜요?’

‘음... 그냥’

아이에게 문을 닫고 있으면 혹시 아이가 넘어지거나 일이 생겼을 때 아빠나 엄마가 도와주러 올 수가 없으니 문을 열어 놓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이야기 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다.

다시 아이에게 왜 문을 닫고 있어야하는지 물었고, 열 번 세면서 같이 생각을 해보자고 했다. 열을 센 후 아이에게 다시 물었더니...

‘나무(화분)한테 비람이 들어와서 닫아야해요, 나무가 추워요’

아.... 예상하지 못한 답에 아빠는 머뭇..

어떨게 답을 해야할지, 아이를 설득할 이유가 더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럼, 아빠가 설겆이 마칠 때까지 문 열고 있다가 끝나면 닫으면 어때요?’

‘..... 나무가 추우니까 문 닫아야 해요’

‘음... 그래요 나무가 추우니까 문 닫아요, 그런데, 아빠가 설겆이할 때 걱정되니까 그 때는 문 열고 있으면 어떨까요?’

‘...... 그래요, 그럼 아빠 설겆이할 때 문 닫고, 설겆이 끝나면 문 열어요, 어때요?’

ㅎㅎ 역공인가?

아빠는 그렇게 하자고 하고 문을 닫은 후 설겆이를 다시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 설겆이 끝났어요?’

‘아니요, 아직 더 해야해요’

‘네’

잠시 후

‘아빠! 설겆이 끝났어요?’

‘이제 거의 끝나가요, 조금 더 있으면 되요’

....

그런데, 아이는 방 안이 아니라 아빠 옆에 와 있다. 문을 닫고 방에서 뭔가를 찾아서 저지레를 하고 싶었겠지만 노트북은 자기 생각과 달리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다보니 재미도 없고, 책 방에 있는 책은 재미가 없을꺼고, 문구류 등은 이미 예전에 다 마스터를 하셨으니 더 이상 재밌는 꺼리가 없으니......


아이가 문을 닫았을 때, 맨 먼저 사고 생겼는데 문 안 열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컸다(열쇠가 어딘가 있겠지? 꼭 확인해 놔야겠다). 그 다음 든 생각이 방에 뭐 저지레할께 있나 였는데, 특별히 뭐 망가지지말아야할께 없다. 그리곤 나니, 나중에 혹시 아이가 엄마아빠 모르게 뭔가를 하고 엄마아빠에게 비밀로 하는게 많으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했다.


중요한 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하나의 주체라는 걸 잠시 잊을뻔 했다. 아이가 엄마아빠와 모든 걸 공유하든 그렇지않든 그 결정은 아이가 하는 거고 그 결정을 스스로 나름의 기준을 갖고 나름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을 잊지말자.


(2부. 잊을까봐 메모. 말을 듣지 않는 고양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허락받지 않고 마음대로 가져가는 고양이. 속상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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